
전시장에는 김지하의 ‘난’ 그림 7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20년 동안 그린 ‘난’ 그림 수천점 중 고른 작품들이다. 대부분 작은 크기의 그림들은 날렵하고도 청초한 느낌을 주었다. 긴 난초잎이 바람에 날리는 표연란(飄然蘭)과 엉성하게 빈 듯한 소산란(疎散蘭)을 많이 그렸기 때문이다. ‘꽃은 시작에 불과하다’거나 ‘기우뚱한 균형’ 등 그림에 써넣은 글귀들도 돋보였다.

“시(詩)는 어렵지만 난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난에 천착한 이유를 설명한 김지하는 “앞으로는 과거에 그리다 만 달마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달마를 그리려면 빠른 손놀림이 필요한데 난을 그리면서 손이 풀렸다고 한다. 그에게 난은 친구일 뿐만 아니라 앞날에 대한 희망인 듯도 싶었다(12월26일까지, 문의: 02-739-4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