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천재의 죽음을 파헤쳐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3/02/200503020500032_1.jpg)
고민 끝에 게리의 왕국 ‘너브’ (NURV) 에 입사한 마일로는 인터넷-텔레비전-라디오-전화 등 전 세계의 온갖 커뮤니케이션 장치들을 결합해 모든 정보를 단일 공급원으로 통합하려는 너브사의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그런 와중에 그는 자신 못지 않은 재능을 지닌 친구 테디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비운의 소식을 듣는다.
![컴퓨터 천재의 죽음을 파헤쳐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3/02/200503020500032_2.jpg)
애당초 범인들이 누구일지부터가 명약관화해 스릴러로서의 극적 흥미가 반감된다. 범인들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감이 없기 때문. 따라서 영화는 거의 전적으로 마일로가 ‘어떻게’ 범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 ‘어떻게’가 충분한 흥미를 유발하고 지속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천재의 죽음을 파헤쳐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3/02/200503020500032_3.jpg)
주인공 마일로의 캐릭터도 지나치게 평면적이어서,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나 배경 등과 부조화를 이룬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을 통해 할리우드를 이끌 차세대 청춘 스타로 발돋움중인 라이언 필립의 연기 또한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특히 표정 연기가 받쳐주지 못한다. ‘때로 그는 자신이 무슨 대사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더라’는 서구 어느 평론가의 신랄한 비판이 그다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영화에 대해 지나치게 절대적인 평가에서 비롯한 것이 사실이다. 1년에 수백 편씩 쏟아지는 여느 할리우드 졸작들과 비교해 볼 때 영화는 나름대로 즐길 만한 범작쯤은 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재의 시의성이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영화 내내 게리의 입을 통해 줄곧 터져 나오지만 오로지 ‘0’과 ‘1’뿐인 이진수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생존 게임과 무한 경쟁이라는 소재는 시의적절하고 현실적인 것이다. 인터넷 열풍이 세계적 수준인 우리네 관객들의 눈에는 특히 그렇다.
![컴퓨터 천재의 죽음을 파헤쳐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3/02/200503020500032_4.jpg)
마일로와 달리 게리의 캐릭터는 무척 입체적`-`다면적이어서, 그 점에서는 영화를 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숱한 기업가들을 대변하는 전형적 인물. 그러기에 그의 악마성에 고개를 절로 내저으면서도 동시에 그 카리스마와 파워에 매혹당한다. 물론 그건 팀 로빈스의 열정적이면서도 지적인 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일로의 애인과 회사 동료로 분한 클레어 폴라니(‘더 록’, ‘조블랙의 사랑’)와 레리첼 리 쿡(‘겟 카터’)의 연기도 팀 로빈스 정도는 아니어도 인상적이다. 특히 그들의 정체를 둘러싼 비밀은 영화를 꽤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극적 흥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