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산조(散調)란 한자를 풀어쓰면 ‘허튼가락’이 되는데 정형화된 음악의 틀을 흩어버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조는 느린 속도에서 시작해 점점 빨라지는 만(慢), 중(中), 삭(數)이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긴장과 이완이라는 두 테마를 반복한다. 또 산조는 농현과 다이내믹스를 통해 한 음, 한 음에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음이 하나의 선(線)을 이룬다. 이 선이 팽팽해졌다가 늘어지고 늘어났다가 다시 긴장되면서 나타나는 변화가 바로 산조의 맛이요 미(美)다. 서양의 재즈음악에 견주어 손색이 없는 역동적인 음악인 것이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등 전통악기로 연주되던 산조를 ‘피아노-첼로-바이올린’ 연주로 듣는 것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다. 산조가 지루한 국악이라고 생각했다면 선입견을 완전히 깨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재즈그룹 ‘카시오페아’의 드럼주자(80~89년)로 명성을 날려온 아키라 짐보(41)의 열번째 솔로 앨범. 국내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짐보의 앨범이다. 97년 발표된 ‘Stone Butterfly’(씨앤엘뮤직)는 당시 미국 재즈계에 ‘스무스 재즈’ 열풍을 몰고 왔다. 아키라는 이 앨범에서 화려한 드럼 테크닉을 과시하는 대신 어쿠스틱 피아노(케이코 마츠이)를 전면에 내세워 뉴에이지 스타일 혹은 에스닉 스타일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간다. 드러머 짐보보다 작곡가 짐보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짐보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2000년, 드럼 솔로 퍼포먼스로 세계 투어공연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