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안 돼 그의 예언 중 일부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에는 노무현 후보의 대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후보교체론이 불거지고 있다. 노후보와 쇄신연대는 “8·8 재보선 후 후보를 재선출하자”며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당내 분란은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노후보가 후보교체론에 밀려 위기에 빠지면서 반사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는 인물은 정몽준 박근혜 이인제 의원 등 제3세력들이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도 한 축을 담당한다. 이들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정치지형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의원의 움직임도 부산해 보인다. 표면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박의원 캠프는 민주당의 변화 가능성, 향후 정국 전망 등에 대해 참모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의원측은 그동안 정의원측 참모진과 오랫동안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접촉해 왔다. 정의원측 한 인사는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입장 확인은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의원은 현재 정치지형을 바꾸자는 입장이 강하다. 노무현 후보로부터 마음이 떠난 지 오래다. 그런 만큼 ‘준비’가 없을 리 없다. 이의원은 당초 당이 ‘노무현화’되는 것을 대비, 몇 가지 시나리오를 짰다. 그중 하나가 김종필 자민련 총재,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을 포괄하는 4자연대를 통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전 이의원은 박의원을 만나 대통령은 외교 국방을 담당하고 내각은 총리가 총괄하는 권력 형태를 제의한 바 있다.
제3후보들은 독자적인 입지 구축을 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그 경우 ‘서산’을 기웃거리고 있는 JP가 역할을 자임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분의 전개 양상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