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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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지금 세계로 달린다”

  • 입력2005-06-16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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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이 8·15 광복절 55주년 경축사에서 제시한 지식정보강국의 건설과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실현을 통한 ‘한반도 중심론’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 또 그것은 과연 실현 가능한 비전일까.

    역사적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전례가 있다.

    또 그로부터 1000여년이 지난 지금 연해주에는 고려인, 조선족, 북한인, 남한인 등이 모여드는 ‘한민족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고토(故土)를 회복하자는 논리는 물론 아니다. ‘한반도 중심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4대국 시장론’(6월15일 정상회담 대국민 보고)과 ‘4대국 책임론’(99년 3·1절 경축사)이다.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는 4대국은 한반도 평화에 적극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 민족도 이제는 4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이 목표였던 시대를 벗어나 4대국을 시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는 평화와 협력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을 실현할 경의선 복원사업이 착공된다.

    ‘주간동아’는 창간 5주년 기념 특별기획으로 ‘한반도 중심론’의 역사적 근거와 배경을 살펴보고 한민족 공동체의 꿈이 영그는 연해주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현지 취재했다. 》



    “한반도는 지금 세계로 달린다”
    한반도 중심론. 새 천년 첫 광복절을 맞이해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vision)이다. 김대통령은 8·15 광복 55주년 경축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해양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거점이 되고,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주변국가가 이제 당당히 세계의 한 중심국가가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 시대가 오는 것이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비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며 “우리가 능히 이룰 수 있는 내일의 모습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김대통령은 7000만 민족의 ‘역사적 소명’ 가운데서도 특별히 두 가지를 강조했다. 지식정보강국의 건설과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실현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세계 일류국가, 즉 한반도 중심시대를 여는 수단이자 목표다. 그 두 가지 다 김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원년으로 삼은 2000년 올해부터 줄곧 해온 말이다.

    그것을 실현할 첫번째 툴(tool)은 정보화다. 김대통령은 최근에도 “우리 국민은 지식정보화에 알맞은 국민이다”며 “국민들의 전통적인 교육기반, 문화창조력 등을 보면 다음 세기는 한국인을 위한 세기나 마찬가지다”(8.29 인적자원개발회의)고 선언했다. 심지어 “국민의 정부의 공(功)이 외환위기 극복이라고 평가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보화다”(8.23 국민경제자문회의)고 말할 정도다. 그리고 “초고속통신망 등 정보 인프라(infra)를 조기에 건설하고 돈이 있건 없건 정보화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평생학습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고 약속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현재 1600만명에 달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에 2000만명, 내년 말에 3000만명으로 늘어난다. 초-중-고등학교에 인터넷망을 깔고,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인터넷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가정주부들과 군인 그리고 재소자들에게까지 정보화 교육을 하나라는 세계에서 그리 많지 않다.

    한반도 중심시대를 실현할 또 다른 ‘툴’은 남북의 화해-협력을 통한 민족경제의 균형발전 전략이다. 이 또한 역사적인 6·15 남북 공동선언과 후속 장관급회담을 통해 차근차근 구체화되고 있다. 9월에 착공 예정인 경의선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경원선이 연결되면 우리의 경제단위는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며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연결된다. 한반도는 바다에서 육지를 잇는 교두보이자 육지에서 바다로 진출하는 시발점이라는 지경학적(Geo-Economical) 여건을 갖춘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관문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대륙과 대양을 잇는 한반도 중심시대의 청사진을 뒷받침하는 것이 ‘4대국 시장론’이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6월15일 대국민 보고에서 처음 제기했다. 요지는 구한말 우리나라가 주변 4강(중-러-일-미)의 세력 각축장이었을 때 우리 선조들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 일본의 속국이 되는 치욕을 겪었지만 남북한이 합심해 통일을 이룩하고 민족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이제는 거꾸로 주변 4대국을 우리의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국민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이제 4대국이 우리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라 4대국이 우리 시장으로서 우리가 그 한복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대다. 이때 우리가 정신차려 남북이 협력하지 않고 우리끼리 싸운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적화통일도 안 되고 흡수통일도 안 되고 남북이 서로 공존공영을 하면서 차츰 통일의 길로 나가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측 인사들이 김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에 동감을 표시했다는 보고는 정치적인 수사만은 아닌 듯하다. 북한의 관영 언론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8월25일자)의 논설을 원문대로 옮기면 이렇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끊겼던 북남이 인적-물적 교류를 하게 된다. 새로운 조선반도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경의선을 연결하고 경원선도 연결하면 철도는 한편은 중국-몽골을 통해서 유럽으로, 다른 한편은 러시아 시베리아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하는 두 개의 철의 실크로드가 생기게 된다. 부산-목포를 출발해서 평양과 신의주, 원산과 나진-선봉, 두만강역을 거쳐 런던-파리로 사람이나 물건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조선이 유럽-아시아 대륙을 연결하고 태평양을 연결하는 세계 중심축이 될 것이다. 이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조선은 세계의 일류국가, 강성대국이 될 것이다.”

    경의선-경원선이 연결되면 한반도는 세계의 중심축이 된다? 위의 글에서 ‘조선’과 ‘조선반도’를 ‘한국’과 ‘한반도’로 바꿔놓으면 DJ의 논리와 다를 게 없다. 남북 정상이 포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북한이 철의 실크로드, 세계 중심축, 세계 일류국가 같은 DJ식 ‘한반도 중심론’의 키워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7000만 민족이 하나 되는 한반도 중심시대의 문은 이미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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