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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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진영 씨 입 빌려 “상태 호전”

장씨 건강진단종합소견 단독 입수 … 구당 측 주장 검진 기록과 상이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10-04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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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였던 고(故) 장진영 씨의 1주기였다. 그는 2008년 9월 17일 진행성 위암 판정을 받고 1년여 투병생활을 했지만 끝내 36세로 세상을 떠났다. 투병생활 당시 장씨는 항암 치료와 더불어 구당에게서 침뜸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 암 투병 중인 유명 배우를 치료했다는 사실은 이후 구당의 주요 이력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장씨가 고인이 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당시 구당의 침뜸 치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은 2009년 12월 MBC 이상호 기자가 구당의 침뜸 시술을 취재해 정리한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를 펴내면서부터 점화됐다. 책 내용 중 ‘김 옹의 침뜸 시술이 장진영 씨의 위암 치료에 큰 도움을 줬다’는 부분을 두고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한의학 박사·전 대구한의대 교수)과 인터넷상에서 공방전이 벌어져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구당의 침뜸 연구단체인 ‘뜸사랑’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은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기각됐다.

    과연 구당과 이 기자의 주장대로 침뜸 치료가 장씨에게 효과가 있었을까? 이에 ‘주간동아’는 장씨가 위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시작한 시점부터 2009년 1월 8일 침뜸 치료를 중단할 때까지의 건강진단종합소견서를 입수해 침뜸 치료 기간에 침뜸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는지 확인해보았다.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장씨가 항암 치료를 시작한 때는 2008년 9월 25일이고, 구당의 침뜸 치료가 시작된 것은 그달 29일이라는 점이다. 책이 주장하는 대로 병원에서의 본격 항암 치료가 10월 초순에 시작됐다 하더라도, 항암 치료의 시작 시점과 불과 일주일 안팎에서 침뜸 치료가 병행됐다는 것이다. 항암제 치료만 했을 때와 항암제 치료와 침뜸 치료를 병행했을 때를 비교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가 전무한 상황에서, 침뜸 치료로 종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실제 줄어들었다 해도 이것이 항암 치료의 효과인지, 침뜸 치료 덕분인지, 아니면 두 가지 치료가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는 이상호 기자가 지난 2월11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고 장진영 88일간의 임상치료①’에서도 ‘항암제와 침뜸이 병행돼 어느 한쪽만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며 인정한 바다.

    故 장진영 씨 입 빌려 “상태 호전”

    고 장진영 씨의 남편 김영균 씨는 침뜸 치료 중단 이후에도 장씨의 건강이 악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장씨의 건강진단종합소견(왼쪽).

    항암제? 침뜸? 그 효과 불확실



    그럼에도 이 기자는 장씨의 침뜸 치료 과정과 효과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불과 두세 번의 치료만으로 복부의 종양이 3분의 1 정도로 크기가 크게 줄어들어 배가 푹 꺼지고 또 복수도 금세 빠지는 걸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128쪽)

    구당이 운영하는 남수침술원은 위 내부의 종양을 확인할 수 있는 위내시경이나 종양 크기를 잴 수 있는 CT 같은 첨단 의료기기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장씨의 암세포 크기에 대해 ‘3분의 1 정도로 크기가 줄었다’와 같은 구체적인 표현을 쓸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종양의 크기가 대략 절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는지는 주의력을 가지고 관찰하면 어렵지 않게 측정할 수 있다. 위암 환자의 종양을 손끝으로 만져보면 (종양이) 만져진다. 빵을 절반 먹었는지, 아이스크림이 3분의 1 정도 남았는지 꼭 측정해보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 책에 언급된 ‘두세 번의 치료’가 이루어진 시기는 9월 말이나 10월 초다. 장씨가 2차에 걸친 항암 치료를 마치고 위내시경과 복부 CT 촬영을 한 것은 그해 11월 6일. 항암제가 장씨의 몸에 잘 맞는지,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피기 위한 첫 정밀검사였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장씨의 2008년 11월 6일 건강진단종합소견에는 예전보다 종양 크기가 줄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위내시경상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복부 CT 검사상 예전보다 많이 호전됐다”고 적혀 있을 뿐이다. 이 기자는 “진영 씨의 차도를 알 수 있었던 구체적 내용은 진영 씨와 진영 씨 친구로부터 직접 청취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기자는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에서 ‘시술 시작 3개월 만에 장진영 씨는 위장 일부를 제외하고는 몸속의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2일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에 올린 ‘장진영 씨 침뜸 치료 둘러싼 진실’이란 제목의 글에서는 ‘2008년 12월 22일. 숨죽여온 3개월이 지난 시점에 공개된 병원의 진단결과는 실로 ‘기적’에 가까웠다. 말기 암이 ‘위암 2기’ 수준으로 호전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환자 말에만 근거해 병세 판단

    하지만 장씨의 2008년 12월 22일 건강진단종합소견에는 “위내시경상 호전된 소견이다”며 “림프절 등은 정상이다”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위 내부의 종양에 대해서도 “사이즈가 준 것처럼 보인다”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병원 측이 이 기자의 표현처럼 ‘말기에서 2기로 호전됐다’거나 ‘위장 일부를 제외하고는 몸속의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는 식으로 종양 크기가 어느 정도까지 줄었다는 언급은 없다. 이 기자는 이것 역시 장씨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라며 그녀의 측근으로부터도 같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듣지 않은 이야기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제게 했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이 소견서가 서울대병원에서 발행한 것임은 인정하면서도 장씨의 병세 변화에 대해선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병원 측 한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답변임을 전제로 “장씨의 병세가 4기에서 2기로 준 적은 없으며, 일부 호전된 것은 항암치료제의 효과이지 침뜸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종합하건대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에서 침뜸의 치료효과라고 알려진 대부분의 내용이 전적으로 장씨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자가 주간동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구당 선생의 치료 전 과정을 제가 입회, 취재했다. 진영 씨의 모든 발언을 취재수첩에 옮겨 적었고, 주요 내용은 인터뷰하거나 사진촬영을 한 것”이라며 “양심을 걸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과연 의료인이 아닌, 과학적 검진의 결과물이 아닌 환자 본인(장진영 씨)의 말에만 의존해 침뜸의 치료효과를 단정할 수 있느냐는 것. 설사 장씨 이외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할지라도 그 중심은 장씨의 발언이다. 결국 환자 말에 근거해 환자 상태를 판단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환자 스스로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말했다면 기자는 틀린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은 것이 된다. 이에 대해 장씨의 남편 김영균 씨는 “주위에서 가능한 한 진영 씨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좋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진영 씨는 이 말들을 자랑스럽게 구당 선생에게 이야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한편 구당은 침뜸 치료 중단 후 장씨의 몸 상태가 악화됐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침뜸을 해서 효과가 없었다면 당연히 의사의 말을 들어야 하지만 분명히 효과가 있었는데도 의사가 말하면 의사 말을 듣게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들이 침뜸을 못하게 하면 그때부터 딱 결과가 나빠져버린다는 거야. 늘 그랬다.’(‘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130쪽)

    하지만 침뜸 치료를 중단했다고 해서 장씨의 건강이 악화된 것은 아니었다. 김영균 씨에 따르면 2009년 1월 8일 이후 구당의 침뜸 치료를 전면 중단했음에도 장씨는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김씨와 열심히 여행, 등산, 쇼핑 등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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