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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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깨소금 맛있게 살 오른 그놈들 왔다

남해안 가을 전어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9-29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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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깨소금 맛있게 살 오른 그놈들 왔다

    전남 광양 망덕포구 ‘바다횟집’의 전어회.

    가을이 오면 사람들은 입에 전어를 달고 다닌다. 전어만큼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가 극명한 생선도 별로 없다. 전어의 다양한 맛은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제법 난다. 전어는 6년까지 자라는 여러해살이 생선으로, 일본에서는 1년산을 최고로 치고 한국에서는 15cm 전후로 자란 2년산을 즐겨 먹는다. 어린 전어나 9월 전어는 회로 좋고, 이후에는 뼈와 살이 억세져 구이가 적당하다.

    전남 광양 망덕포구에는 횟집이 많다. 이곳에는 전국 유일하게 전어조형물이 있을 정도로 가을이면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망덕포구에서는 주로 광양과 멀지 않은 경남 하동 철교 밑 섬진강 하구에서 잡은 전어를 먹는다.

    망덕포구 ‘바다횟집’의 전어회는 유명하다. 전어를 다루는 방법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생선 손질에서 제일 중요한 피 뽑기를 단박에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한다. 이렇게 서서히 피를 제거한 전어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이 전어를 바닷물이 섞인 지하수로 씻는다. 살짝 간이 되는 것이다. 전어회는 짭조름하고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경남 사천에는 유명 전어구이집이 있다. 사천 대포포구는 관광지가 아니다. 사천 토박이들이 주로 찾는 ‘미룡자연산횟집’은 전어구이로 유명하다. 많은 사람이 전어구이를 즐기지만, 전어구이를 잘하는 집은 드물다. 작은 생선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제대로 굽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있는 전어구이집은 꼬리나 머리를 검게 태우고 속은 제대로 익히지 않은 채 내놓기 일쑤다. 뼈가 억세진 전어를 구이로 먹긴 하지만 뼈가 딱딱하게 씹힐 정도가 돼선 안 된다. 통조림용 꽁치처럼 뼈는 있지만 살처럼 느껴져야 제대로 된 전어구이라 할 수 있다. 1년산 작은 초가을 전어라야 이런 상태가 된다. 이곳에서는 작은 전어를 골라 구이로 판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뼈는 살과 함께 소멸한다. 머리도 살처럼 바삭거린다. 내장은 쌉쌀하면서도 고소하다.

    바다의 깨소금 맛있게 살 오른 그놈들 왔다

    경남 사천 대포포구 ‘미룡자연산횟집’의 전어구이(위)와 부산 명지시장 ‘산수갑산’의 손질된 전어.

    ‘미룡자연산횟집’은 회를 네 가지 방법으로 썰어준다. ‘세꼬시’(뼈째 썰기)나 뼈를 제거하고 살을 발라주는 방법은 다른 전어횟집과 다를 바 없지만 머리와 내장, 꼬리를 제거하고 몸통을 통째 먹는 ‘통마리’는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 선원들이 먹던 방식 그대로다.



    낙동강 하구의 부산 명지시장도 전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명지시장은 부산 사람들의 전어 순례지다. 식당 수십여 곳이 몰려 있는 전국 최대 전어 거리로, 명지시장 ‘산수갑산’의 전어회는 일식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맛을 낸다. 일본인은 11cm 정도의 작은 전어를 봄철 스시 네타(밥 위에 얹는 재료)로 주로 먹는다. 이곳에서는 전어회를 일본 회 뜨듯이 잘 발라낸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숙성된 전어회를 내놓기도 한다. 전어회는 30분만 숙성해도 감칠맛과 기름기가 훨씬 강해진다. 깔끔하고 깊은 전어회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경상도에서는 전어를 회나 구이로 먹지만 전라도에서는 전어무침이 빠지지 않는다. 전남 보성 율포는 작은 그물로 잡아 손으로 떼어내는 ‘따닥발이’ 전어로 유명하다. 이곳 전어는 다른 지역보다 살이 차지고 몸통도 두툼하다. 이 전어를 초고추장과 각종 채소를 넣어 버무리면 전어 특유의 기름기에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이 섞여 먹음직스러운 무침이 된다.

    가을철에는 전어도 맛있지만, 전어 명산지치고 평범한 경치가 없다. 절경에 제철 전어,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한국인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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