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m를 오르내리는 전남 곡성은 음식이 특히 맛있다. ‘한림순대’의 똥순대, ‘금생춘’의 옛날 짜장과 짬뽕(왼쪽부터).
해발 700m를 넘나드는 곡성은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고 일교차가 심해 작물이 다양하고 맛도 좋다. 5~6월 오곡면 압록마을에선 대한민국 최고의 은어가 잡힌다. 은어와 함께 맑은 물에 사는 참게도 유명하다. 맑은 물에서 자란 은어는 회로 먹으면 수박향이 난다. 여기에 고소한 은어튀김도 인기 많은 메뉴다. 압록마을에서 나는 다양한 민물생선으로 끓인 매운탕도 빼놓을 수 없다. 김치 달인으로 유명한 주인이 운영하는 ‘새수궁가든’은 좋은 식자재 사용으로 이름나 현지 주민이 많이 이용한다.
큰 일교차는 소 사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북축산연구소가 있는 경북 영주나 한우로 유명한 강원 횡성 같은 곳이 다 일교차가 심한 곳이다. 곡성도 비슷하다.
‘옥과한우촌’의 육회.
곡성 오일장 앞에 있는 ‘순한 한우 명품관’은 곡성 사람이 최고로 치는 식당이다. 곡성축협에서 운영하는데 질 좋은 거세우를 맛볼 수 있다. 하루에 100그릇만 판매하는 갈비탕은 오후가 되면 떨어지기 십상이다. 시장 한편에 순댓국밥과 백반을 파는 식당이 5곳 몰려 있다. 장을 보러온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라 아침 일찍 문을 연다. 순대 속에 선지만 넣은 ‘똥순대’ 국밥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똥은 돼지의 옛말인 ‘돗’에서 나왔다.
곡성과 가까운 전북 남원에 주소를 둔 50년 역사의 중국집 ‘금생춘’도 곡성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주소지는 남원이지만 곡성과 맞닿은 곳에 자리해 곡성 사람은 이곳에서 짬뽕이나 짜장면을 즐긴다. ‘금생춘’의 성공 덕에 곡성에는 중국집이 많다. ‘금생춘’의 간판 메뉴는 짬뽕으로, 곡성 명물인 고춧가루를 사용한 국물은 얼큰하면서 단맛이 나지만 무겁지 않다. 제대로 뽑아낸 얇고 하늘거리는 면발도 상당한 수준이다. 국물과 면발이 봄날 연인처럼 가볍고 싱그럽다. 짜장면에는 ‘옛날 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고기가 귀한 시절 짜장면에는 주로 감자와 당근, 양파 같은 채소를 넣었는데 이를 ‘옛날 짜장’이라 부른다. 면발은 짬뽕과 같은 얇은 수타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