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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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이제 소비자의 몫인 것을

페스티벌 거품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06-24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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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아도 너무 많다. 올여름 열리는 페스티벌만 해도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지산월드록페스티벌, 슈퍼소닉,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CITYBREAK(시티브레이크) 등 총 5개다. 이 중 지산월드록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는 올해 새로 생겼다. 지난해 여름에도 이미 포화상태라 여겼건만, 올해는 말 그대로 거품의 절정이 아닌가 싶다. 페스티벌 5개가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쇄도하는 것이다.

    기시감이 든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던 2003~2004년 무렵의 어이없던 때가 말이다. 그 많던 영화제, 다 어떻게 됐나. 절반 이상이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다. 영화제는 필름이라는 복제품을 어떻게 끌어들이고 엮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요컨대 콘셉트 싸움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많이 망했다. 페스티벌 거품은 영화제 거품보다 위험하다. 복제품이 아닌 실물 싸움이기 때문이다. 라인업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관심도와 흥행이 결정된다. 페스티벌은 많고 일정 수준의 라이브가 가능한 국내 뮤지션은 한정됐다. 그러니 국내 라인업은 거기서 거기다.

    결국 해외 팀을 어떻게 섭외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난다. 페스티벌마다 서로 경쟁력 있는 팀을 끌어들이려고 경쟁한다. 그러나 아티스트 일정이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세계적으로 록페스티벌이 다 여름에 열리는 데다, 한국 페스티벌의 가용 자원은 특히 일본 페스티벌 참가팀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더욱 좁다.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관객 동원력이 가장 막강한 안산밸리록페스티벌조차 지난해 겨우 흑자를 냈다. 결국 아티스트 스케줄과 확보 가능한 ‘총알’에 따라 라인업이 갈기갈기 찢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성장속도에 비해 공급이 과잉으로 치닫는 이유는 다름 아닌 소비층 변화에 있다. 허허벌판에서 내려쬐는 태양, 쏟아지는 소나기와 싸우며 2박3일을 록과 함께 불태우는 건 1969년 우드스톡의 전설이 전해진 이래 이 땅의 록음악 팬들이 꿈꾸던 로망이다. 그 로망을 99년 우천으로 중단된 전설의 록페스티벌 인천트라이포트가 깨끗이 말아먹고 7년 뒤 펜타포트가 열렸다. 첫째 날에는 99년을 방불케 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비를 맞으며, 무릎까지 빠지는 진창을 밟으며, 끝까지 무대 앞을 사수한 건 진격의 마니아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사라졌다. 최근의 페스티벌 시장에서 그들은 분명 소수다. 그 대신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인원이 무대 앞에 돗자리를 깔기 시작했다. 흔히 문화소비자라 부르는 20~30대 여성이다. 한국 대중문화를 먹여살리는 이 계층이 페스티벌로 유입되면서 페스티벌은 빠른 속도로 투쟁에서 여가로 변모했다. 여름휴가의 한 선택지가 됐다.



    2007년 ‘쾌적한 페스티벌’을 모토로 시작해 가을의 지배자가 된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에서 페스티벌 맛을 본 문화소비 주도층은 리조트에서 열린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도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었다. 2010년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붐이 일면서 페스티벌은 인증 문화의 첨단유행이 됐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는 건 필연. 음반, 음원 시장 규모에 비하면 턱도 없을 만큼의 페스티벌이 열리는 건 그래서다.

    글래스턴베리, 코첼라 같은 ‘넘사벽’의 해외 페스티벌에 비해서도 한국 페스티벌 라인업은 많이 부실하지 않다. 음악시장 크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절대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게 있다. 관객이 만드는 페스티벌 문화다. 공연을 보러온 이들을 대상으로 거리공연을 하거나, 독특한 패션과 아이템을 동원해 페스티벌의 미장센이 되거나, 도시를 벗어난 종족이 되거나 하는 관객은 한국에서 극소수다. 극단적으로 말해 문화지체 현상까지 느껴진다. 아, 넘쳐나는 돗자리도 문화라면 문화일까. 이제 페스티벌은 ‘음악팬’의 소유가 아닌, ‘소비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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