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본 영화 ‘종로의 기적’에서 저는 ‘알리오 올리오’의 주인을 만났습니다. ‘명랑 게이들이 만드는 기적 같은 커밍아웃 스토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는 게이 4명이 자신의 절절한 사연을 털어놓은 다큐멘터리인데요, 주인공 중 한명인‘요리하는 시골 게이’ 영수 씨가 바로 그랍니다. 고교 시절 절친했던 친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는 영수 씨. 그는 항상 주눅 들어 살았고 맘 터놓고 지내는 친구 하나 없이 요리에만 몰두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우연히 게이 커뮤니티 ‘친구사이’를 알게 됐고, 게이합창단 ‘지보이스’에 참여하면서 ‘게이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게 됐다죠. 합창 공연을 하면서 첫사랑 친구도 다시 만났답니다. 비록 그는 이미 결혼해 부인과 아들까지 뒀지만요.
이 영화는 계속 말합니다. 게이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바로 당신 곁에서 함께 일하고 술 마시고 춤추고 놀고 사랑하는 사람 중에 섞여 있다고. 이들은 꽃미남도 아니었고, 대중매체에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영수 씨를 만났지만, 그가 게이인지도 몰랐을뿐더러, 그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그 역시 저처럼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