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s: A History from Fire to Freud’ ‘모던 마인드: 20세기 지성사’를 비롯해 사상사와 예술사에 관한 13종의 책을 쓴 저자 피터 왓슨은 이 시대의 진정한 제너럴리스트다. 먼저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면 문화사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시사 주간지 ‘뉴 소사이어티’ 부편집장과 ‘선데이 타임스’ 탐사보도팀 기자, ‘타임스’ 뉴욕 특파원 등을 지냈다. 또 ‘뉴욕 타임스’ ‘옵서버’ ‘펀치’ ‘스펙테이터’ 등 유명 신문과 잡지의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면서 TV 예술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케임브리지대학 맥도날드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벌써 이력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내공이 감지되지만, 그렇다고 7000장 분량의 지성사인 ‘생각의 역사’(들녘 펴냄)를 펴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만큼 이 책의 무게가 만만찮다. 책의 내용은 실로 주옥같다. 출판사의 서평대로 서술 방식과 내용, 그리고 양적인 면에서 기존의 인문교양서와는 맥을 달리한다. 독특한 견해로 역사를 관통한다는 점, 천편일률적이 될 법한 인류의 지성사를 저자의 향기로 버무리되 이를 흥미롭고 정교하게 서술한다는 점, 거의 백과사전 볼륨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을 통해 철학·예술·상식·과학·종교·신념·세계관 등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말 그대로 ‘저자의 향기가 투영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할 만하다.
대개 이 정도의 분량을 저술하다 보면 어지간한 내공을 가진 저자도 길을 잃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호흡이 고르고 수미일관한데 그것은 저자의 문제의식, 그리고 안목과 통찰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저자는 “인간은 이성만이 아니라 본능으로도 살아간다. 고양이가 사자의 자연법에 제약돼 살 수 없듯, 인간도 계몽적 정신의 명령에만 묶여 살 수 없다”는 스피노자의 말에 영감을 얻은 듯하다. 이는 곧 지성사나 철학사가 흔히 다뤄온 관념의 세계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사유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감응하며 변해온 역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는 “플라톤적 관념인 ‘내적 자아’의 오류 가능성을 직시하고, 우리의 ‘내적’ 본성과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보는 편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린다. 다른 책처럼 관념과 정신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철학과 과학, 그리고 필요에 따라 변화해온 인간의 사유와 지성을 유연하게 접목하며 언어의 탄생에서부터 무의식의 발견, 나아가 공장의 관념과 아메리카의 발명, 19세기 유물론에서 논박된 영혼의 관념, 모호한 자아의 개념에 이르기까지 정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제를 모두 섭렵한다. 또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과학혁명, 계몽주의 등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세계를 명료하게 서술하는 데 역점을 두며 자연철학자로서의 입장을 견지한다.
‘생각의 역사’에서는 역사를 영혼, 유럽, 실험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영혼의 관념은 내세를 발명한 중세의 그리스도교를 근대의 무의식으로 연결했으며, 유럽은 중세 이래 인간의 생각을 주도해왔고, 근대는 자연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실험의 시대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는 유럽 외에도 아라비아, 인도, 중국 등 구세계 모든 문명의 역사에 골고루 비중을 둔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의 조각과 세종의 한글까지 언급하며 시각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그의 사상이 지나치게 유럽 중심주의에 경도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런 분류법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사, 과학사와 다르고 그렇다고 역사서도 아니다. ‘생각의 역사’라는 제목이 이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이런 저작은 쉽게 만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함량까지 보증된다는 측면에서 독자에게는 축복이다. 성인은 물론 청년, 학생의 지적 자극을 위해 일독하길 권한다.
벌써 이력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내공이 감지되지만, 그렇다고 7000장 분량의 지성사인 ‘생각의 역사’(들녘 펴냄)를 펴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만큼 이 책의 무게가 만만찮다. 책의 내용은 실로 주옥같다. 출판사의 서평대로 서술 방식과 내용, 그리고 양적인 면에서 기존의 인문교양서와는 맥을 달리한다. 독특한 견해로 역사를 관통한다는 점, 천편일률적이 될 법한 인류의 지성사를 저자의 향기로 버무리되 이를 흥미롭고 정교하게 서술한다는 점, 거의 백과사전 볼륨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을 통해 철학·예술·상식·과학·종교·신념·세계관 등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말 그대로 ‘저자의 향기가 투영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할 만하다.
대개 이 정도의 분량을 저술하다 보면 어지간한 내공을 가진 저자도 길을 잃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호흡이 고르고 수미일관한데 그것은 저자의 문제의식, 그리고 안목과 통찰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저자는 “인간은 이성만이 아니라 본능으로도 살아간다. 고양이가 사자의 자연법에 제약돼 살 수 없듯, 인간도 계몽적 정신의 명령에만 묶여 살 수 없다”는 스피노자의 말에 영감을 얻은 듯하다. 이는 곧 지성사나 철학사가 흔히 다뤄온 관념의 세계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사유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감응하며 변해온 역사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는 “플라톤적 관념인 ‘내적 자아’의 오류 가능성을 직시하고, 우리의 ‘내적’ 본성과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보는 편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내린다. 다른 책처럼 관념과 정신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맥락에서 철학과 과학, 그리고 필요에 따라 변화해온 인간의 사유와 지성을 유연하게 접목하며 언어의 탄생에서부터 무의식의 발견, 나아가 공장의 관념과 아메리카의 발명, 19세기 유물론에서 논박된 영혼의 관념, 모호한 자아의 개념에 이르기까지 정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제를 모두 섭렵한다. 또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과학혁명, 계몽주의 등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세계를 명료하게 서술하는 데 역점을 두며 자연철학자로서의 입장을 견지한다.
‘생각의 역사’에서는 역사를 영혼, 유럽, 실험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영혼의 관념은 내세를 발명한 중세의 그리스도교를 근대의 무의식으로 연결했으며, 유럽은 중세 이래 인간의 생각을 주도해왔고, 근대는 자연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실험의 시대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는 유럽 외에도 아라비아, 인도, 중국 등 구세계 모든 문명의 역사에 골고루 비중을 둔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의 조각과 세종의 한글까지 언급하며 시각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럼에도 그의 사상이 지나치게 유럽 중심주의에 경도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런 분류법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사, 과학사와 다르고 그렇다고 역사서도 아니다. ‘생각의 역사’라는 제목이 이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이런 저작은 쉽게 만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함량까지 보증된다는 측면에서 독자에게는 축복이다. 성인은 물론 청년, 학생의 지적 자극을 위해 일독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