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IMT-2000 사업자 선정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한국통신 직원들.
벤처회사나 다름없던 퀄컴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상용화, 미국 회사가 특허권을 포기한 ADSL 초고속인터넷망 도입, IMT-2000의 결정 등 정부 주도 정보화는 기술·인력·자본이 모두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모험적으로 단행한 투자였다. 결과는 대한민국 인터넷 대국이다. 하지만 정보화의 결과로 다양한 매체와 전문가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우리는 정보의 바다 속에 빠지게 됐다. 과연 어떤 정보가 좋은지 속단할 수 없는 ‘데이터 판단기능 장애증세’가 우리의 새로운 스트레스로 첨가된 것이다.
데이터 스모그(data smog)는 단지 우리의 가정이나 전자우편함에 날마다 배달되는 쓸데없는 광고지와 정보 쓰레기더미뿐만이 아니다. 그것에는 우리가 상당한 돈을 지불하는 정보,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정보도 포함돼 있다. 현란하게 흥미를 끄는 퀵컷(quick-cut)의 텔레비전 광고와 24시간 최신 뉴스 속보, 요청한 것은 물론 요청하지 않은 팩스, 저녁 시간에 잘못 걸려온 전화, 애처롭게 호소하는 판촉전화, 그 시간을 전후해 우리가 열심히 방문했던 웹 사이트, 매달 탐독하는 산더미 같은 잡지, 자유시간이 생길 때마다 손끝으로 돌려대는 수많은 채널, 이 모든 것이 데이터 스모그에 속한다.
- 데이비드 솅크‘데이터 스모그’, 2004 연세대 정시논술
정보사회는 지식의 정보화를 통해 배타적인 종교 수준의 지식 독점 현상을 무너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독점적 지식에 대한 접근 가능성뿐 아니라 이에 대한 정보 변형과 사회적 활용도도 높이고 있으며, 다양한 수준의 지식 전문가들이 지식생산에 참여해 ‘사이버스페이스 지식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늘도 짙다. 지식이 정보로 변형되면서 의미맥락을 잃어버리고 의미맥락이 전혀 다른 정보들이 조합(맥도널드화)되고 복사, 변형돼 거짓정보의 과다(overload) 현상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믿을 만한 ‘진짜’정보를 가려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또한 가치 있는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는 고도의 전문 능력이 중요해진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해도 혹은 우연히 값진 정보를 모은다 해도 그 정보의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적 지식능력이 부족하면 단순 정보를 기계적으로 수집하는 활동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보사회에서는 지식정보를 독점하는 전통적인 전문가가 아니라 개방적인 네트워크 아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지식생산을 담당하는 열린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처럼 ‘지식의 정보화’와 ‘정보의 지식화’라는 유기적 관계설정은 특히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산업사회에서부터 지식을 체계적으로 산업에 활용해왔으며,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고도화된 지식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그들에게 정보기술은 사회적으로 축적된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는 사회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량생산 산업사회에서 정보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에, 정보의 바다가 고도의 지식 콘텐츠가 아닌 오락(엔터테인먼트)이나 채팅의 장으로 전락했다. 따라서 우리와 같은 후발국의 정보사회화는 정보 공유와 그것의 활용 못지않게, 데이터 스모그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솎아내는 지식(인)이 중요하다. 이런 논의는 정보사회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연관 기출문제
서울대 2008년 1차 예시 ‘소유권과 정보’, 서강대 2007년 ‘정보감시와 사생활’, 이화여대 2006년 수시1 ‘정보사회의 양면성’, 연세대 2004년 정시 ‘정보과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