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량이 낮아 설탕 대체재로 인기를 끄는 당알코올을 섭취할 때는 자신에게 적절한 섭취량이 얼마인지 파악해 부작용을 막는 것이 좋다. GETTYIMAGES
소장서 흡수 덜 돼 혈당 스파이크 적어
화학에서 알코올은 하이드록실기(-OH)가 붙은 탄소화합물을 통칭한다. 알코올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술의 주성분인 에틸알코올, 자동차 부동액에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 화장품 보습제로 쓰이는 글리세린도 모두 알코올이다.당알코올 분자는 많은 수의 하이드록실기를 가지고 있다. 하이드록실기는 미각 수용체와 결합해 단맛을 느끼게 한다. 당알코올은 사과, 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 먹는 다양한 과일과 일부 채소, 버섯에도 들어 있다.
당알코올은 설탕 대체재로 인기가 있다. 단맛이 나지만 열량이 설탕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설탕은 g당 약 4㎉다. 대표적인 당알코올인 자일리톨, 만니톨, 소르비톨은 각각 g당 열량이 2.4㎉, 1.6㎉, 2.6㎉다.
당알코올은 혈당 수치도 크게 높이지 않는다. 탄수화물은 종류에 따라 소화가 시작되는 위치와 소화 과정에서 작용하는 효소가 다르다. 밥이나 빵에 든 다당류 녹말을 먹으면 입에서부터 아밀라아제에 의해 소화가 시작된다. 이당류인 설탕은 소장에서 수크라아제에 의해 분해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최종적으로는 소장에 이르러 작은 단당류 형태로 분해되고 혈액에 흡수된다. 이때 혈당 수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인슐린 분비를 유도한다.
다만, 당알코올은 당 분자에서 유래됐어도 화학 구조상으로는 당과 달라 소장에서 작용하는 소화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장 세포가 당알코올 분자를 혈액 속으로 잘 흡수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섭취한 당알코올의 약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만이 소장에서 흡수되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대장으로 직행한다.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혈당 수치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혈당 조절이 필수적인 당뇨 환자나 혈당 스파이크를 피하고자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더부룩함과 삼투성 설사는 부작용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당알코올 역시 장점만 있지는 않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넘어간 당알코올은 대장에 바글거리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대장 내 박테리아는 이 당알코올을 열심히 분해해 이산화탄소나 수소, 메탄 같은 가스를 부산물로 만들어낸다. 이 가스들이 대장에 축적되면서 복부 팽만감, 더부룩함, 그리고 잦은방귀를 유발한다. 또 당알코올 분자는 대장 내 삼투압을 높인다. 당알코올이 물 분자를 끌어당기면서 대장으로 수분이 과도하게 유입돼 삼투성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특히 주의해야 할 당알코올 중 하나는 에리트리톨이다. 에리트리톨은 다른 당알코올에 비해 소장에서 흡수되는 비율이 높고 대장 발효가 적어 복부 불편감이 적은 편이다. 칼로리도 g당 0.2㎉로 매우 낮아 인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은 사람이 심장마비 및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에리트리톨이 혈소판 응집을 촉진해 혈전 생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에리트리톨 섭취가 실제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개인마다 당알코올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에리트리톨의 경우 설사 등 부작용을 피하려면 섭취량을 하루 10~15g 이내로 제한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적게 섭취해도 구역질, 복통, 설사 같은 소화기계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적합한 당알코올 섭취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일리톨 껌 몇 개를 한번에 씹었을 때 배가 끓어오르거나 불편감이 느껴지는지를 관찰하는 식으로 자신의 민감도를 시험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알코올은 혈당 관리에 큰 이점을 제공하는 감미료지만 그 이면에는 소화기계 부작용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적당량을 잘 찾아 건강한 단맛을 즐기길 바란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