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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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0주년 아기상어의 과도한 자기 자랑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4-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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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요 콘텐츠로 시작해 세계적 인기를 모은 아기상어 캐릭터. 더핑크퐁컴퍼니 제공

    동요 콘텐츠로 시작해 세계적 인기를 모은 아기상어 캐릭터. 더핑크퐁컴퍼니 제공

    K팝 팬들은 종종 ‘국힙원탑’이라는 말을 한다. 아이돌 노래에서 아주 대범하거나 인상적인 랩이 등장하면 이 파트를 담당한 멤버에게 이 칭호를 붙인다. 한국 힙합의 독보적인 최고봉이라는 의미니까, 사실 반쯤 농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걸그룹일수록, 또 그 멤버가 귀여울수록 ‘국힙원탑’이라고 하기에 좋다. 같은 맥락에서 ‘아기상어! 또 반한 거야?’를 부르는 ‘아기상어’는 ‘국힙원탑’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상어가족’의 더핑크퐁컴퍼니가 발매한 이 곡에서 아기상어는 재치 있고 흡인력 빼어난 랩을 들려준다. 적재적소에서 박자와 속도감을 안정적으로 주무르고, “아기상어!” “뚜루루 뚜루” 같은 훅도 신선하게 살리며, 은근한 속삭임과 기세 좋은 외침을 교차해 탄력적인 리듬감을 선보인다. 그리고 물론 아주 귀엽다. 애교를 듬뿍 섞어 넣었지만 어떤 끈적임도 없는 유쾌함이 시원스럽다. 지금까지 수없이 리메이크된 ‘상어가족’ 세계에서도 분명 손에 꼽힐 만한 트랙이다.

    어린이 콘텐츠 제작자에게 요구되는 책임감

    이 곡은 음악적으로 보면 K팝 세계와 적절한 거리감을 형성한다. 분명 K팝이 아닌, 키즈 콘텐츠라는 게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가사는 꼭 그렇지는 않다. 아기상어의 춤과 노래, 외모에 온 세상이 반하고 열광한다는 내용이나 후반부의 수상소감 같은 연출은 분명 K팝을 주축으로 한 현실 연예계를 참조점으로 삼고 있다.

    물론 ‘상어가족’ 10주년을 기념하는 곡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만 지금 키즈 콘텐츠에는 전반적으로 연예계나 인터넷 방송의 영향이 과다하게 느껴진다. 지난해 나온 ‘브레드이발소’ 극장판은 7개 에피소드 전부가 연예인과 인터넷 방송인 또는 그들의 가십을 소재로 삼았다. ‘뽀롱뽀롱 뽀로로’도 상당수 작품에서 뽀로로와 친구들이 진행하는 방송 포맷을 취한다. ‘시크릿 쥬쥬 별의 보석’ 역시 아이돌스러운 밴드를 주인공 삼아 팬덤 관계를 다룬다. 

    어린이들의 지대한 관심사에 부응하는 건 키즈 콘텐츠로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아기상어가 제 인기를 자랑하는 내용도 그 자체로는 문제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연예계와 인터넷 방송처럼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재가 어린이의 일상에 범람하는 시대다. 이럴 때 외모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부위별로 평가하며, 외모와 기예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받는 사랑의 크기를 성취 척도로 삼는 사고방식을 어린이들에게 반복적으로 각인시켜도 좋은 걸까. 연예인이라는 꿈을 보편적으로 권장해도 좋을까. 이 같은 소재를 혹시 ‘팔린다’는 이유로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기상어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어린이 콘텐츠 제작자라면 큰 책임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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