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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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커머스 어린이 제품 45.6% ‘부적합’, 가습기살균제 성분도

서울시 알리·테무·쉬인 92개 품목 검사 결과… 기준치 348배 발암물질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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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6-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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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까지 실시된 해외 직접구매 플랫폼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 결과를 보면 검출된 유해물질 중 가장 심각한 게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 같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이다. 아이가 직접 손으로 만지고 노는 장난감 ‘슬라임’에서 이처럼 위험한 물질이 나온 것이다. 내가 사무실 책상에 문제가 된 슬라임을 올려뒀더니 5분도 안 돼 목이 따끔거리더라. 짧은 시간 동안 어른 호흡기에 이 정도 자극이 올 정도면 어린아이에겐 얼마나 위험하겠나.”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6월 18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제품에 대한 서울시의 안전성 검사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된 치아 발육기(구강 발달을 돕는 기구·오른쪽)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KC인증 제품과 달리 유아의 기도(氣道)를 가정한 금속 시험판 구멍을 통과했다(원 안). 사용 과정에서 기도로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제공]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된 치아 발육기(구강 발달을 돕는 기구·오른쪽)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KC인증 제품과 달리 유아의 기도(氣道)를 가정한 금속 시험판 구멍을 통과했다(원 안). 사용 과정에서 기도로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제공]

    “유해물질 지속 노출 시 암, 불임, 뇌 기능 저하 우려”

    서울시가 3~6월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에서 판매하는 학용품, 장난감 등 어린이 제품 92개를 검사한 결과 그중 45.6%인 42개에서 기준치를 넘거나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 문제가 확인됐다. 그 외 각종 생활용품까지 포함한 전체 257개 품목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52개 제품(20.2%)의 안전성이 국내 기준에 부합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중국 이커머스 제품에서 검출된 유해물질은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HEP) 등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4종과 납·니켈 등 중금속,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포름알데히드, 붕소, 바륨 등 11가지에 달한다. 이들 물질은 제품 유연성을 높여 성형을 용이하게 하거나 부패를 막는 목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알리에서 판매된 완구용 점토에서는 어린이 제품에 사용이 금지된 CMIT, MIT와 기준치의 39배가 넘는 붕소가 검출됐다(인포그래픽 참조). 테무에서 판매된 슬라임에서도 CMIT, MIT 성분이 나왔다. 그 외에도 여러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348배를 웃도는 프틸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는 등 안전성에 중대한 문제가 드러났다.

    화학적 위험성 외에도 잘못된 디자인, 내구성 부족 등 물리적 결함으로 유아가 사용할 시 다칠 염려가 높은 제품들도 있었다. 알리에서 판매된 치아발육기(구강 발달을 돕는 기구)는 유아가 입에 물고 사용할 시 자칫 기도(氣道)로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치를 넘는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각종 암과 불임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손으로 만지고, 그 손을 입에 넣고 빠는 동작을 통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관계당국이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제품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리콜 조치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체내에 반복적으로 들어올 경우 여아는 여성호르몬 과다로 성조숙증이나 유방암, 자궁내막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남아의 경우는 남성호르몬 저하로 정자 수·운동성 감소에 따른 불임이 생길 수 있다. 납은 몸 안에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 성조숙증과 불임을 일으키고 신경독성을 통해 뇌 기능 저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른바 가습기살균제 성분은 호흡기를 통해 흡수될 경우 미량이라도 치명적이다. 호흡기가 아니어도 손과 입을 거쳐 소화기로 흡수돼 신체로 퍼지면 독성으로 작용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中 이커머스에 판매 금지 요청 후 모니터링”

    올해 들어 중국 이커머스에서 제품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 신고가 한국소비자원 등 관계기관에 다수 접수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 FITI시험연구원 등 시험기관과 협력해 매주 중국 이커머스 판매 제품의 유해성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사 대상은 시민 신고와 자체 모니터링으로 정한다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중국 이커머스 중에서도 사용자가 많은 알리(5월 국내 사용자 약 830만 명)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테무가 주된 대상이라고 한다. 특히 예의주시하는 품목은 어린이가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어린이날이 가까워지면 선물 수요가 많은 장난감, 여름 바캉스 시즌이 가까워지면 물놀이 기구를 집중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한 품목당 검사 비용은 평균 160만 원 정도로, 서울시와 시험기관이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검사 결과 문제가 드러난 제품은 어떻게 조치할까. 김경미 담당관은 “매주 안전성 검사 결과 발표 후 문제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 요청 공문을 이커머스에 보낸다. 그 후 모니터링을 통해 실제 판매가 중지된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판매 중지 요청을 접수한 업체도 협조적이라고 한다.

    알리 측은 “국내 당국의 안전성 검사 결과 문제가 드러난 제품의 경우 알리 차원에서 어떤 조치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6월 19일 이메일 답변에서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 상품에 대해선 판매자에게 고지하고 관련 제품을 삭제 조치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제품 안전성과 관련된 자료를 제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안전한 플랫폼이 유지되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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