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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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에 정책금융 축소로 다시 하락한 아파트 값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심리 냉각… 금리인하 시점에 다시 반등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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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12-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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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3년 반 만에 아파트 거래가가 10억 원 이상 떨어진 사례가 나왔다. 2020년 5월 실거래가 49억4000만 원을 기록한 ‘도곡렉슬’ 134.9㎡(이하 전용면적)가 올해 11월 말 37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대가 9월 40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2개월 만에 2억8000만 원 하락한 것이다. 송파구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의 한 축을 이루는 대표 단지 ‘잠실엘스’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 아파트 84㎡의 10월 기준 평균 매매 가격은 22억8000만 원으로, 전달(24억1000만 원) 대비 1억 원 이상 낮아졌다.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 27억 원과 비교하면 4억 원 이상 내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량 증가로 잠시 훈풍이 부는 듯하던 부동산시장에 다시 한파가 찾아왔다. 매매 건수 자체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마저 억대 가격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강남 3구의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잇달아 하락세가 포착됐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레미안원베일리’ 일부 매물은 이전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아파트 84㎡는 최근 38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9월 거래가(43억 원)와 비교해 4억5000만 원 떨어진 가격이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하락 전환

    집값 하락세는 특정 단지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01%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올해 6월 셋째 주 이후 23주 만에 하락 전환된 것이다. 서울의 경우 매매가 변동률이 8~10월만 해도 0.1%를 넘겼으나 11월 마지막 주에는 0.00%를 기록했다. 특히 같은 시기 강남구(-0.04%), 서초구(-0.02%) 매매 가격 변동률이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30% 이상 거래가가 하락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 지역뿐 아니라, 서울 핵심 입지로서 가격 상승세를 견인했던 강남 지역 집값 상승세도 꺾인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냉각된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리가 높은 가운데 유동성을 공급하던 정책금융이 축소된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부수적 요인으로 겨울이 부동산시장에서 계절적 비수기인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길이 상당 부분 막힌 데다, 경제위기 우려까지 겹쳐 부동산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반기 아파트 가격이 잠시 오를 때 저점 대비 수억 원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하반기 들어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며 “아파트를 급히 팔아야 하는 사람은 소수여도 상존하지만 최근 수요가 줄면서 매매가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시장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을 이용한 실수요자의 중저가 아파트 거래와 비교적 고가인 상급지 아파트로 갈아타는 수요가 견인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자 정부가 정책 대출을 축소하면서 유동성 공급이 줄었고,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수심리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아파트 단지 거래가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2313건으로,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아파트 거래량(3858건)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해 부동산 심리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지 몇 개월 안 돼 거래 건수가 다시 급감한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최근 부동산시장은 거래 건수 자체가 극히 적고 급매물만 팔리는 상황”이라며 “급매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라 일부 극단치만 갖고 장세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실수요자가 내년 금리 동향과 정책금융 기조를 관망하는 숨고르기 상황일 뿐, 하락장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부동산시장과 경제 전반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시장과 금융가에선 PF발(發)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내년 부동산시장과 경기가 회복돼 몇몇 부실 PF 사업장만 정리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할 경우 PF 부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질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강남 노른자위 땅 개발사업의 브리지론 만기가 간신히 연장되면서 시장 관계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초 이 사업의 채권자 협의회 측이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만기 연장에 반대하면서 서울 강남, 그것도 핵심 입지를 고급 주거지로 개발하는 사업 진행마저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이다.

    내년 부동산 회복, 관건은 역시 ‘금리’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의 관심은 내년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지에 쏠린다. 안명숙 이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들어 금리가 낮아져 물가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경기회복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처럼 시장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가장 크기 마련인데, 내년 들어 부동산 시황을 전망할 실마리가 보이면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서 “지나친 비관론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약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특례대출’과 20조~30조 원 규모의 ‘청년주택드림대출’ 등 유동성 공급으로 집값이 다소 반등할 수 있으나 부동산시장 회복의 관건은 금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내년 실시되는 신생아특례대출 등의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수개월 내 집값이 일부 회복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선 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에 다시금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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