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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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동희가 겪은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되죠”

‘응급실 뺑뺑이’ 김동희 군 사망 6년 만에 1심 승소… 엄마 김소희 씨 “동희 억울함 끝까지 풀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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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5-16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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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8일 정오, 기자가 찾은 부산 부산진구의 한 가정집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5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답게 곳곳에 장난감이 빼곡했다. 장난감 주인이 가벼운 감기로 유치원을 하루 빼먹은 것만 빼면 별 탈 없는 일상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원래 있어야 할 또 다른 소년의 빈자리가 있다. 바로 2019년 ‘응급실 뺑뺑이’ 탓에 이듬해 만 4세 나이로 숨진 고(故) 김동희 군이다. 아직 동생은 동희 형이 유학을 간 줄 알고 있다.

    “각혈로 의식 잃었지만 응급조치 없어”

    ‘응급실 뺑뺑이’로 만 4세 나이에 숨진 고(故) 김동희 군(액자 속 오른쪽)의 어머니 김소희 씨가 생전 아들과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태식

    ‘응급실 뺑뺑이’로 만 4세 나이에 숨진 고(故) 김동희 군(액자 속 오른쪽)의 어머니 김소희 씨가 생전 아들과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홍태식

    동희 사건은 흔히 ‘응급실 뺑뺑이’ 사례로 호명되지만 그 외에도 더 많은 의료 시스템의 문제가 얽혀있다. 동희는 2019년 10월 4일 경남 양산의 A 대학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다섯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동희는 수술 당시 출혈로 재수술을 받았으나 출혈 부위를 특정하지 못해 환부를 광범위하게 지지는 처치를 받았다. 이후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등 수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겪었다. 회복을 위해 입원한 또 다른 B 병원에서 10월 9일 새벽 동희는 수술받은 편도 부근의 동맥 출혈로 의식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B 병원 응급실 의사는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동희를 119구급차에 인계했다. 동희를 후송한 119구급대원은 수술을 한 A 병원 소아응급실에 연락했으나 두 차례 이송을 거부당했다. 결국 구급차에 몸을 실은 지 27분 만에 또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동희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이듬해 3월 11일 숨졌다.

    이날 자택에서 만난 엄마 김소희 씨(39)는 최근 두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4월 15일 “정당한 이유 없이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한 A 병원과 제대로 된 처치 없이 환자를 이송시킨 B 병원 모두 과실이 인정된다”며 청구액(5억7898만 원)의 70%인 4억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형사재판에선 의료진의 과실치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의무기록지 미작성 및 거짓 작성, 응급의료 거부만 유죄가 인정됐다. 반면 민사재판부는 “해당 병원들의 조치가 환자의 치료 기회를 박탈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로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승소 판결은 동희가 숨진 지 6년, 장남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려고 애쓰던 아버지 김강률 씨가 말기암으로 별세한 지 4년 만이다. “동희의 억울함을 풀고, 둘째 아이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뷰에 응한 김 씨에게 진실을 밝히려고 싸워온 지난한 과정과 소회 등을 물었다.



    김동희 군의 생전 모습. 김소희 제공

    김동희 군의 생전 모습. 김소희 제공

    민사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심경은 어떠신가요.

    “100% 승소하더라도 아이가 다시 돌아오거나 부모의 아픔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만 이번 민사재판에서 병원의 과실이 일부 입증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감이 교차하고 동희가 더 많이 생각났어요. 적절한 응급조치만 취했어도 동희가 살았겠구나 싶어서…”

    동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편 김강률 씨는 말기암 투병 중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간 소송과 재판을 이어가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동희가 떠나고 우리 부부도 함께 죽을 마음으로 울산 바닷가에 갔어요. 당시 남편 병세가 심각해 진통제와 항암제로 버티던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퍼뜩 아이의 억울함은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남편도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너무나도 잘 싸워줬습니다. 남편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했고 다행히 20만 명 넘는 분이 동의를 해주셨어요. 이후 일선 경찰서에 있던 사건이 경남경찰청 의료수사전담팀으로 이관됐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확대되고도 진료 기록 감정 등 절차 진척이 더뎠어요. 검찰에 송치된 뒤에도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건 동희 사건이 ‘공인전문검사 이송제도’를 통해 의사 출신인 장준혁 검사(당시 서울서부지검, 현 대구지검 서부지청 보건·의약 1급 공인전문검사)에게 가면서부터예요. 장 검사가 부산에 와서 수술 병원과 응급실을 재수사하고 재원 환자 기록 등을 확보해 4개월 만에 병원과 관계자들을 기소했습니다. 그전까지 너무 억울하고 힘들었는데…. 장 검사는 지금의 나를 살게 해준 감사한 분이에요. 검찰이 병원과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남편이 모셔진 납골당에 가 ‘의사 출신 검사가 와서 그날 동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혔고 재판도 열리게 됐다. 이제 내가 잘 마무리할 테니 편히 쉬라’고 했어요.”

    “항의하자 의무기록지에 ‘재수술’ 추가”

    수사 결과 동희가 받은 편도선 제거 수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동희가 수술을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곳 모두 건강했던 동희는 유독 한 달에 한두 번 40도 넘는 고열에 시달렸거든요. 편도와 아데노이드(인두 편도)가 커서 감기에 자주 걸렸기 때문에요. 여기에 수면 무호흡증도 있었어요. 어린아이에게 수술을 시키기가 꺼려져 미루다가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수술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큰 대학병원을 택했는데…”

    수술 직후 집도의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습니까.

    “아니요. 당초 1시간가량 걸린다던 수술이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습니다. 집도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서 ‘지혈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1년에 한두 건 있는 케이스다’라고만 했어요. 수술 후 동희는 약이나 물도 제대로 삼키기 어려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입원 후 집도의는 담당 의사에게도 수술 도중 있었던 문제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 상황이라 조금만 더 입원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원래 그런 것이라며 퇴원하라고 하더군요. 이후 동희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동안 수술 집도의를 찾아가 항의했습니다. 그제야 그는 수술 중 재마취, 재수술을 했다고 얘기했어요. 나중에 의무기록지를 확인해보니 내가 찾아간 다음 날 원래 없던 재마취, 재수술을 했다는 내용이 추가됐더라고요.”

    김동희 군 사건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 ①김소희 씨가 동희 군을 수술한 A 병원에서 2019년 10월 11일 발급받은 25매 분량의 의무기록 사본. ②김 씨가 같은 해 10월 29일 새로 발급받은 의무기록 사본. 분량이 28매로 3매 늘고 기존 의무기록에 없던 △마취를 깨우는 과정에서 구강 내 피가 고여 있는 소견이 관찰돼 다시 전신 마취 시행 △수술 후 출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함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③새 의무기록지 로그 기록. 2019년 10월 23일 오전 10시 23분에 재마취·재수술 관련 내용이 추가됐음이 확인된다. 김 씨는 바로 전날인 10월 22일 수술 집도의를 만나 동희 군 상태에 대해 항의했었다. ④최근 동희 군 유족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민사소송 1심 판결문. ⑤편도선 제거 수술 후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동희 군 수술 환부 사진. 홍태식 

    김동희 군 사건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 ①김소희 씨가 동희 군을 수술한 A 병원에서 2019년 10월 11일 발급받은 25매 분량의 의무기록 사본. ②김 씨가 같은 해 10월 29일 새로 발급받은 의무기록 사본. 분량이 28매로 3매 늘고 기존 의무기록에 없던 △마취를 깨우는 과정에서 구강 내 피가 고여 있는 소견이 관찰돼 다시 전신 마취 시행 △수술 후 출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함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③새 의무기록지 로그 기록. 2019년 10월 23일 오전 10시 23분에 재마취·재수술 관련 내용이 추가됐음이 확인된다. 김 씨는 바로 전날인 10월 22일 수술 집도의를 만나 동희 군 상태에 대해 항의했었다. ④최근 동희 군 유족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민사소송 1심 판결문. ⑤편도선 제거 수술 후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동희 군 수술 환부 사진. 홍태식 

    탈수 증상으로 입원한 B 병원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응급조치가 없었습니다.

    “원래 당직이던 의사가 병원에 알리지 않고 다른 병원 소속 의사로 당직을 바꿨다더라고요. 이를 모른 간호사들이 본래 당직의에게 전화하느라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질식을 막기 위해 피를 빨아들이거나 자세를 고쳐주는 등 조치가 없었어요. 동희가 처음 피를 토했을 때는 의식이 있었어요. 이때라도 응급조치를 했다면 더 악화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두 번째 각혈 후 동희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때 간호사가 119 앰뷸런스가 왔다면서 아이를 안고 내려가자고 했어요. 가는 길에 진짜 담당의를 처음 봤지만 심폐소생술(CPR) 등 조치 없이 119에 인계만 했습니다. 앰뷸런스에 타고서야 동희가 심정지 상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새벽 시간 구급차로 10분 거리인 A 병원이 두 차례 이송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뭘까요. 당시 소아응급실 당직의가 내세운 “다른 응급 CPR 환자가 있다”는 사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저도 그 점이 이해가 안 됩니다. 그 환자는 이미 2시간 전 응급실에서 별도 중환자실로 이동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병원 측은 ‘그 환자가 다시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어 동희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던데, 그게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학병원에서 할 만한 해명인가요.”

    두 병원 의사들이 개인적으로라도 사과한 적 있나요.

    “없습니다. 오히려 A 병원 집도의는 만날 때마다 더 당당해졌어요. 처음에는 ‘내가 수술을 좀 과하게 한 것 같다, 사후 관리도 신경 썼어야 했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 우리 병원에서 나간 후에 생긴 일이니까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뻔뻔하게 말하더라고요. 나를 보고 구부정했던 어깨도 점차 딱 펴졌어요.”

    “거짓말로 치료 거부하면 더 강하게 처벌해야”

    ‘동희법’(응급의료법 개정안) 제정으로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하지 못하게 됐지만 여전히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의사들의 사명감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 아닌가요. 환자를 살리는 생명의 최전선에 서기 위해 의사가 된 것 아닙니까. 저는 동희를 최종적으로 받아준 병원 의료진에게는 정말 고개 숙여 감사드려요. 의료 지식이 없는 제가 봐도 의료진이 동희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결국 그 병원에서도 동희를 살리지는 못 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저는 마지막까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병원을 나섰습니다. 형사 책임을 면하고자 응급환자를 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는 “의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게 오히려 응급환자 진료를 피하는 원인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동희 관련 기사에 그와 비슷한 내용의 댓글이 달린 것을 봤습니다. ‘괜히 응급환자를 받았다가 못 살리면 10억 원 소송이 걸린다. 환자를 안 받고 4억 원을 물어주는 게 낫다’는 식이더군요. 의사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동희의 경우는 아니었어요. 거짓말로 환자에 대한 치료를 거부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더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요.

    “동희의 억울함을 풀고자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동희가 겪은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되죠. 부디 다른 이들에게는 동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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