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몽 캐릭터송 ‘얌얌’에 참여한 아이돌 ‘이달의 소녀’. [뉴스1]
이런 협업에 아동 친화력이 검증된 아티스트가 선정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뽀마이걸’의 경우 뽀로로 오리지널 곡을 오마이걸이, 오마이걸의 곡을 뽀로로가 부르는, 마치 ‘교환일기’ 같은 형태다. 선곡도 단순히 최신곡이나 히트곡보다 프로젝트 성격에 맞춘 흔적이 보인다. 요컨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 그만이라는 수준보다 훨씬 심도 있는 기획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돌 측이 원하는 바는 역시 좀 더 어린 대중에게 친화력 있게 다가가는 것이다. 어린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위력은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핑크퐁이나 뽀로로는 다수의 히트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보유한 ‘음원 강자’다. 케이팝 작법을 활용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아이돌 산업과 직접 협업하는 기회도 그만의 매력이다. 고도로 숙련된 보컬과 안무, 예능 출연자로서 역량을 갖춘 ‘3차원 인물’로서 아이돌도 놓치기 아쉬운 장점일 것이다. 이외에도 비하인드 영상, 예능 콘텐츠, 나아가 캐릭터 상품까지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을 가능성도 있다.
성인돌 부적절하게 흉내 내기도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케이팝이 어린이를 노릴 때는 부적절한 장면이 한껏 연출된 사례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 아동 대상이란 그저 키치적이고 유쾌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 정도로 가볍게 이해되는 듯하다. 실제 아동세대의 경험과 무관한 복고 사운드나, 성적 함의를 읽기에 충분한 대목을 걸러내지 않는 사례 등이 그렇다. 초등학생 연령으로 구성된 아이돌 포맷 ‘키즈돌’도 제법 등장했지만, 성인 아이돌의 부적절한 부분까지 고스란히 흉내 내는 안타까운 사례도 많았다. 케이팝 산업에서는 일상적인 의상이나 안무라도 아동 콘텐츠 맥락에서는 다소 찜찜해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어린이 대상의 케이팝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아직 얻지 못했다.영어권에서는 ‘가족친화적’이라는 음악 분류가 있다. 멜로디나 사운드가 ‘동요적’인 것과는 무관하다. 내용에 폭력, 섹스, 마약, 욕설 등이 포함되지 않는 건전한 음악을 말한다. 케이팝이 서구인 눈에는 대부분 건전하기만 할지 모르나, 우리는 그보다 섬세한 눈을 가져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케이팝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면 좋겠다. 케이팝 역사가 25년이니 이른 고민은 아니다. 아이돌과 아동 콘텐츠의 유쾌하고 멋진 컬래버레이션이 이 화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그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