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영 기자]
강원 강릉시 옥계면 한 수련원. 밀리터리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채널A·SKY채널 공동제작) 촬영이 한창이다. 최강 특수부대를 가릴 결승전에 진출한 두 팀의 팀장이 마주 앉았다. 해군 해난구조전대 ‘SSU(Sea Salvage&rescue Unit)’와 해군 특수전전단 ‘UDT/SEAL’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707(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임무대대)팀과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팀을 꺾고 최종 관문에 진출했다. 사회자 최영재 마스터가 최종 미션을 발표하자 SSU팀 정성훈 팀장과 UDT팀 김범석 팀장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우산국(경북 울릉군)을 정벌한 신라 장군 이사부의 이름을 딴 최종 미션. 같은 해군 소속 부대 간 대결에 걸맞은 해상 침투 임무다. 바다로 침투해 폭탄을 획득, 대항군이 점령한 건물에서 폭발시켜야 한다. 팀원이 입은 가상 총상 개수를 헤아려 승패를 결정하고 총상자는 전투에서 배제하는 등 현실성을 한층 더 높였다.
강원도 앞바다서 시작된 마지막 승부
‘강철부대’ 사회자 최영재 마스터(가운데)가 UDT팀 김범석 팀장(왼쪽)과 SSU팀 정성훈 팀장에게 결승전 미션을 통보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부드러운 근성의 사나이
SSU팀 정성훈 팀장
‘강철부대’ SSU팀 정성훈 팀장. [지호영 기자]
‘강철부대’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사태, 침체된 경제상황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지 않았나 싶다. 거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날것 그대로 본모습, 뜨거운 전우애를 보여준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출연자 개개인의 인생 드라마도 좋게 보인 것 같다.”
‘강철부대’ SSU팀 황충원 씨. [박해윤 기자]
“완전무결한 맞수지만…”
패자부활전을 거쳐 결승에 진출했다.“팀원들이 나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내가 한 사람 몫을 잘 못해서인지 삐걱댔다. 팀원들이 동고동락하며 나를 응원해준 덕에 팀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촬영 외에도 서로 영상통화하며 가까이 지낸다. 서로 마음이 맞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맞수 UDT팀을 평가한다면?
“솔직히 말해 UDT는 단점 없는 완전무결에 가장 가까운 팀이다. 다만 그렇기에 절박한 싸움을 많이 안 해봤다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는 패자부활전처럼 절박한 미션을 여러 번 수행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악바리 근성에서 우리가 앞선다.”
이제까지 가장 힘든 미션은?
“현역 시절 훈련과는 거리가 꽤 있었다. 그럼에도 강도 면에서 실제 훈련을 방불케 했다. 특히 40㎏ 무게의 군장을 메고 산악행군을 한 미션이 힘들었다. 서해안 갯벌에서 벌인 4강 쟁탈전도 체력적 한계를 느낄 정도였다.”
교통사고 후유증 극복 투혼
정 팀장은 방송 출연 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체력이 온전치 않음에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훈련을 방불케 하는 촬영이 힘겹진 않았을까. 그는 “몸은 고단하지만 ‘강철부대’ 출연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출연을 많이 망설였다고.
“그렇다. (제작진의 출연 제의) 연락을 받고 많이 주저했다. 전역 후 운동을 계속하지도 못했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나섰다 SSU를 욕 먹이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 앞에서 도망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출연을 결심했다.”
‘최강 특수부대를 가린다’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불쾌하진 않았나.
“현역 시절 각자 갈고닦은 진짜 특기를 선보이면 자칫 군사 기밀을 유출할 수도 있다. 제작진이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으면서도 각 부대 출신자가 모두 참여 가능한 종목을 잘 선택한 것 같다. 시청자가 예비역들이 최선을 다해 ‘강철부대’ 촬영에 임하는 것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보람 있겠다.”
‘강철부대’ 출연이 남긴 것은?
“‘강철부대’가 인생을 많이 바꿔놓았다. 무료하고 루즈(loose)한 일상을 탈피할 수 있었다. 특수부대 출신도 전역 후 시간이 지나면 군 시절을 잊고 일상에 젖어든다. 현역 시절 감을 되살릴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노력하니까 되더라. 덕분에 체중도 7~8㎏가량 뺐다.”
체력·전략 겸비 카리스마 리더
UDT팀 김범석 팀장
‘강철부대’ UDT팀 김범석 팀장. [지호영 기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UDT팀 김범석 팀장에게 운동 비결을 묻자 부끄러운 듯 짧은 답이 돌아왔다. “운동 ‘조금’ 했는데 몸이 그렇게 좋은가”라고 묻자 “운동을 따로 배운 적은 없다. 입대 후 훈련 과정에서 자연스레 몸이 변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해군 수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UDT 부사관으로 재입대, 중사로 전역했다. 그에게 결승 진출 비결을 물었다.
UDT팀 최대 장점은?
“팀워크가 정말 좋다고 자평한다. 팀원이 주저 없이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가 최대 강점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UDT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인이기에 계급도 중요하지만, 작전 계획을 짤 땐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고참인 팀장부터 막내 하사까지 자기 의견을 낸다. 이미 현역 시절 부대 특유의 조직문화를 체화했기에 촬영 때도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했다.”
‘강철부대’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수부대 전역자가 여럿 출연하는 방송 콘셉트 자체가 신선하지 않았을까. 출연자가 꾸밈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고 생각한다.”
UDT팀에서 육준서 대원이 특히 인기다.
“정말 열심히 한다. 화가라 그런지 감수성이 풍부한데, 승부욕도 누구보다 강하다. 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승부사다.”
‘강철부대’ UDT팀 육준서 씨. [사진 제공 · 채널A]
“현역 시절 훈련 그리웠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 팀장은 UDT팀 못지않게 다른 팀의 장점을 칭찬했다. 특히 함께 결승전에 진출한 SSU팀에 대해 “수중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강팀”이라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강철부대’는) 방송 프로그램이기에 모든 미션을 순수하게 전술적으로만 풀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현역 시절 전술 훈련을 많이 받았다면 유리한 점이 많다. 상대팀인 SSU가 전술적 기량을 키우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해달라. 팀은 다르지만 존경스러울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단점을 꼽자면 엄밀한 의미에서 전투부대가 아니기에 전술 경험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이 우리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듯하다. UDT와 SSU는 근본적으로 같은 해군 가족이다. 두 팀의 전우애도 눈여겨봐 달라.”
생업에 종사하면서 촬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체력 면에서 40㎏ 산악행군이 가장 난제였다. 준결승 전술 미션 때 부상자가 생겨 몸과 마음 모두 힘들었다. 그래도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군 생활을 즐기는 편이었다. 현역 시절 받은 훈련이 그리웠기에 출연 제의에 기꺼이 응했다. 조금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촬영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강철부대’도 종장을 향해 가고 있다.
“내 삶에서 UDT 시절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강철부대’ 촬영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실제 군 생활 못지않게 내 삶에 중요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강철부대’ UDT팀과 SSU팀이 결승전 해상 침투 미션에 나섰다. [사진 제공 · 채널A]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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