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삼성전기 제공

AI 열풍 최대 수혜주
그런데 이 기간에 코스피에서 주가 상승률 1위에 오른 기업은 따로 있다. 바로 삼성전기다. 올해 초 25만5000원이던 삼성전기 주가는 6월 4일 171만6000원까지 올라 572.94%라는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5월 13일에는 장중 처음 100만 원을 넘으며 ‘황제주’에 올랐고, 이후 7거래일 만인 29일에는 212만7000원까지 올라 700%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기도 했다.삼성전기가 이처럼 극적인 랠리의 주인공이 된 것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부가가치 전자 부품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스마트폰 부품사로만 여겨지던 삼성전기 역시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용 핵심 부품사로 재평가받게 된 것이다.
AI 서버는 커질수록 칩 자체 성능뿐 아니라, 전력 안정성과 데이터 연결 효율이 중요하다. 또 일반 서버보다 훨씬 많은 MLCC와 고사양 기판이 탑재되는 만큼 단가가 높아져 수익성도 뛰어나다.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삼성전기의 강점은 바로 AI 서버 안에서 전력과 신호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MLCC와 FG-BGA를 모두 생산한다는 점이다.
MLCC는 반도체와 서버 기판 주변에서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안정화하는 부품이고, FC-BGA는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부가 패키지 기판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부품사 가운데 두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기가 유일하며 MLCC를 기판에 직접 내장해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MLCC 분야에서 일본 무라타에 이어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에 올라 있으며, 2022년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AI 서버용 MLCC가 사실상 완판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MLCC 가격이 상승 사이클 초입에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 연구원은 “지난 1년간 D램 컨트랙트(고정 거래) 가격이 세 자릿수 상승한 반면, MLCC는 5% 안팎 상승에 그쳤다”며 “삼성전기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1조5700억 원, 내년 2조440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MLCC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 추가 상향 여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3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3조2091억 원, 영업이익은 28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매출 2조7386억 원, 영업이익 2006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40% 증가했다.
삼성전기가 최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1조5000억 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주가 급등의 동력이 됐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지 내부에 들어가는 초소형 전력 안정화 부품으로, 삼성전기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육성해온 분야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커패시터는 고객 맞춤형 설계가 필요한 고부가가치 제품인데, 기존 실리콘 커패시터 연간 매출 규모가 200억~300억 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계약은 대형 수주에 해당한다”며 “기존 컴포넌트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을 웃도는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MLCC, FC-BGA, 임베디드 PCB(내장형 인쇄회로기판), 실리콘 커패시터, 피지컬 AI 카메라 모듈, 유리기판 등 AI 밸류체인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업 간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하면 공급망 내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부품주 중 가장 높은 멀티플 받아야”
다만 6월로 접어들면서 삼성전기 주가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29일 장중 219만2000원까지 오른 이후 6월 1일 200만5000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4일에도 171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이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AI 인프라발 부품 수요 폭발로 평균판매가격(ASP)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구조적인 장기공급계약(LTA) 기반 위에 있어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서버와 네트워크용 FC-BGA, 커패시터 사업의 중장기 성장성이 확보됐고 내년부터 기판의 ASP가 20%, MLCC ASP가 10% 상승할 것”이라면서 “기판 공급이 사실상 완판되면서 고객사들의 선수금 지급, 투자 지원금 확대, 장기 독점 계약 체결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280만 원으로 높였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도 “FC-BGA와 MLCC 시장 모두 전례 없는 초호황으로 관련 기업들의 멀티플 산정 기준도 연일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두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급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삼성전기가 글로벌 부품주 중 가장 높은 멀티플을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으로 목표주가를 3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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