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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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패소 이후 감성에 호소하는 노소영… ‘비자금 질타’ 피하려는 전략 통할까?

SNS에 시부모 봉양, 자녀 양육, 혼인 기간 등 내조 부각하며 ‘무형적 기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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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11-12 11: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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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이혼 소송 항소심 1차변론에 출석하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

    지난해 3월 이혼 소송 항소심 1차변론에 출석하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37년 전 시집온 집을 떠난다”며 감성적인 소회와 함께 가족사진 등을 공개하며 여심을 자극한 것이다. 노 관장은 2022년 12월 1심에서 사실상 패소한 이후 가정과 여성의 가치를 집중 부각하는 재판 전략을 폈고, 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노 관장은 대법원 선고 이후 첫 내놓은 공개 메시지에서 “살림을 챙기고 아이를 키우며, 또 부모님을 모시며 살아온 공간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정리된 이삿짐과 자녀들이 어릴 적 그린 그림, 결혼할 때 입은 옷 등이 담겼다. 이 게시물은 각종 매체에 보도되며 관심을 모았다.

    ‘자충수’로 돌아온 ‘노태우 300억 비자금’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가정과 여성의 가치를 강조한 것과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고 주장해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0월 16일 판결에서 노 관장의 주장대로 ‘300억 원이 SK에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자금으로 보이기 때문에 분할을 요구할 수 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비자금 300억 원이 노 관장에게 ‘자충수’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세간에서는 노 관장이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시 한 번 가정과 여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노 관장이 SNS에서 3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부모를 모셨던 일, 자녀들이 준 선물 사진 등을 상세히 올리며 ‘대통령의 딸’이 아닌 며느리이자 엄마, 아내인 ‘평범한 가정주부’ 이미지에 방점을 찍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노 관장이 서울 광진구 소재 현 거주지에서 거주한 기간을 37년으로 표현한 것도 결혼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가정을 지켜왔다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노 관장이 해당 빌라에 입주한 시점은 2016년으로, 실제 거주 기간은 9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현 거주지로 옮기기 전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북구 등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2022년 12월 1심 선고 직후에도 이런 패턴을 보였다. 노 관장은 사실상 완패했다고 평가받은 1심 직후 공개 인터뷰에서 “수치스럽다”고 하는 등 강한 멘트를 사용하며 재판부를 정면 비판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또한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상대를 비난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노 관장 측 변호사가 인터뷰를 통해 “최 회장이 동거인에게 1000억 원을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 선고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하던 노 관장이 SNS 활동을 재개한 것은 다음 소송 전략이 본격적으로 수립됐고 그에 따른 움직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심이 1조4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산분할의 근거로 판단한 핵심은 ‘300억 원 유입’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SK 유입 여부와 무관하게 비자금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며 재산분할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재산분할의 판단 기준이 되는 유형적 기여와 무형적 기여 중 300억 원을 통한 유형적 기여가 사라진 상황에서 무형적 기여는 혼인 기간, 시부모 봉양, 자녀 양육 등 내조로 압축된다. 노 관장이 SNS에서 ‘37년간의 내조’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관장 입장에서 내조는 파기환송심에서 반드시 높은 비중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재판 영향력 미미” vs “여론몰이 효과적”

    한편 노 관장의 SNS는 각종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노 관장이 SNS에 올린 빌라는 서울 광진구 소재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곳으로 월 임대료가 7000만 원 수준인데, 현재까지 20억 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사면을 반대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보냈던 사실 등도 재판 중 회자되기도 했다.

    여론전 재개에 대한 법조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내조를 통한 기여는 이전 공판에서 충분히 주장했을 것이기에 새로운 증거 등이 없다면 재판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변호사는 “기여도 판단은 결국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는데, 재판부는 여성의 내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 측과 SK그룹은 노 관장의 SNS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8년 넘게 진행된 소송과 비방전으로 여론의 피로감과 반감이 높아져 어떻게 마무리되든 ‘피로스의 승리(손해가 막심해 사실상 패배에 가까운 승리)’가 될 것”이라며 본질인 법정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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