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사상 처음으로 11조 원이 넘는 반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각 사 제공]
홍콩H지수 반등하며 부채 줄어
5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총 순이익은 11조1064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표 참조). KB금융이 2조7815억 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2조7470억 원), 하나금융(2조687억 원), 우리금융(1조7554억 원), NH농협금융(1조7538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KB금융을 제외하면 모두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KB금융의 경우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 여파로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역시 2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가 은행권을 강타한 만큼 상반기 실적이 놀랍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각 금융지주의 핵인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분기 ELS 불완전판매 사태 배상금으로 1조6650억 원의 충당금을 설정해 실적 기대가 줄어든 상황이었다. 실제로 1분기에 5대 금융그룹이 전년 동기 대비 16.42% 감소한 4조8978억 원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힘을 얻었다. 금융감독원은 3월 11일 ELS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배상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은행의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지난해 말부터 ELS 판매를 중단하면서 관련 수수료 이익이 줄어든 부분 역시 실적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홍콩H지수가 반등하면서 주요 금융그룹의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월 5000 선까지 하락했던 홍콩H지수는 상반기 회복세를 보이며 6000 선을 기록했다. 지수가 반등하면서 은행권에 설정된 ELS 불완전판매 사태 관련 충당금 역시 줄어들고 있다. 1분기에 충당부채 명목으로 8620억 원을 설정한 KB국민은행의 경우 2분기 홍콩H지수가 반등한 덕분에 충당부채 가운데 880억 원을 환입할 수 있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순이자이익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증가했고, 이전 분기에 발생한 ELS 관련 손실보상비용에 따른 기저효과도 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은행 찾는 기업들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증가 역시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했지만, 정작 대출자산이 늘어나면서 이자이익은 증가한 것이다. 특히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상반기 이자이익이 상승했다(그래프 참조).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금리 하락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대출 역시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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