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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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發 최대 수혜주는 HBM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 “삼성전자, 테슬라 차세대 칩 수주해야 TSMC 추격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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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3-07-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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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열풍이 국내 반도체 시장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AI용 특화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4세대 HBM3를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여세를 몰아 HBM 공정 전환에 초점을 맞춘 설비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발 뒤진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HBM3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AI 시대를 맞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진화할까. 7월 25일 반도체 투자 전문가인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를 만나 메모리 시장을 전망하고, HBM 수혜 기업을 분석했다. 이 대표는 ‘전자신문’에서 IT(정보기술) 전문기자로 10년 동안 재직한 뒤 산업분석 전문 사이트 KIPOST에서 이사로 활동했으며, 반도체 투자 사이클을 알려주는 책 ‘바로 써먹는 최강의 반도체 투자’를 냈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IT의 신’과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반도체 및 IT 산업 분석과 투자 전망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 [조영철 기자]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 [조영철 기자]

    SK하이닉스 HBM3 독점

    AI 열풍에 반도체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는데.

    “최근 반도체 산업은 예전처럼 단순 하락과 반등 사이클로만 분석해선 안 된다. 반도체는 PC(개인형 컴퓨터) 시대를 지나 모바일, 서버, 클라우드, 그리고 AI 혁명까지 왔다. 현재까지 AI 혁명은 서버와 클라우드에서만 일어나고 있는데, 향후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누구나 디바이스를 통해 AI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반도체 산업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 자명하다.”

    국내에서 AI 열풍을 체감할 수 있는 반도체 분야가 있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와 함께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HBM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대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다. 1세대 HBM, 2세대 HBM2, 3세대 HBM2E를 거쳐 현재 SK하이닉스가 독점적으로 4세대 HBM3를 양산하고 있다.”

    HBM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기존 D램이 단층 주택이라면 HBM은 D램을 아파트처럼 쌓아올린 구조다. 적층한 D램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과 하단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을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VS)이 핵심이다(그림 참조). HBM3는 D램을 12층까지 쌓는데, 이때 전체 높이가 GPU보다 높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웨이퍼를 종이처럼 얇게 만든다. 이 얇은 웨이퍼에 구멍 뚫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HBM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는데.

    “과거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리드하고 SK하이닉스가 따라가는 구조였는데, HBM3 부문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삼성을 앞질렀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역사상 처음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2세대인 HBM2와 3세대인 HBM2E를 양산하고 있다. 하반기 안에 삼성전자도 HBM3를 양산한다고 한다.”

    한국이 HBM 시장 90% 장악

    TSV 원리. [SK하이닉스 제공]

    TSV 원리.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은 왜 HBM 시장을 놓쳤나.

    “HBM은 2008년 AMD가 처음 개발했다. 당시 게임용 GPU에 HBM을 많이 사용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계속 HBM을 연구개발했지만 2019년까지도 시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HBM 팀을 해체하고, 그래픽 D램인 GDDR에 집중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AI 혁명이 시작되자 HBM 시장이 확 열렸다. 삼성전자는 AI 혁명이 이렇게 시작될지 몰랐던 것이다. 사실 미국 빅테크 기업도 마찬가지다.”

    AI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는데.

    “IT 분야에서는 마이너 기술이 갑자기 주류가 되는 경우가 많다. AI의 바탕인 딥러닝은 1987년에 나온 기술인데,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2012년부터 기술 특이점을 넘기 시작하더니 딥러닝 기반 기술이 다른 기술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딥러닝화되면서 하드웨어가 CPU(중앙처리장치)에서 GPU 기반으로 바뀌었고, 오픈AI의 챗GPT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기술 특이점을 넘어섰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AI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엔비디아 GPU를 최대한 많이 쓰게 된 것이다. 일단 GPU를 많이 붙이면 컴퓨팅 성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라는 말인가.

    “AI는 딥러닝을 통해 성능이 느닷없이 향상된다. 이를 창발성이라고 한다. AI 창발성을 위해서는 컴퓨팅 파워,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빅데이터는 약 5조 개가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데 컴퓨팅 파워는 GPU를 많이 쓸수록 계속 좋아진다. AI용 GPU를 만드는 기업이 엔비디아고, 엔비디아 AI용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가 HBM이다. 엔비디아 AI용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니 HBM도 성장할 수밖에 없다. 운 좋게 한국이 전 세계 HBM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 같은데.

    “1990년대 PC 시대에는 인텔 CPU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많았다. 모바일 시대에도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같이 성장했다. 서버 클라우드 시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시대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슈퍼 사이클이 일어난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계속 정체돼 있었다. 드디어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가 반등 사이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기업 중 수혜 기업을 꼽는다면.

    “AI 반도체 최대 수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AI용 GPU의 90%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다. 나머지 10%는 AMD 등이 만드는데, 이는 양산용이 아니다. 실제 양산용 AI 칩은 엔비디아의 A100과 H100밖에 없다. 따라서 주가도 엔비디아와 관련된 기업만 올랐다. 한국, 대만,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하게 엔비디아와 친한 업체들만 주가가 상승했다. 국내는 HBM3를 양산하는 SK하이닉스와 HBM3 장비업체 한미반도체다.”

    한미반도체를 엔비디아 수혜 기업으로 꼽는 이유는 무엇인가.

    “HBM에서 핵심은 TSV 기술과 칩끼리 붙이는 본딩이다. 한미반도체가 TSV 공정에 필수인 TC본딩을 독점하고 있다.”

    HBM은 어떻게 진화할까.

    “HBM 성능을 향상하려면 D램 층수를 높이고 미세 홀을 더 많이 뚫으면 된다. 4세대 HBM3는 D램을 12층까지 쌓는데, 층수를 더 높이기가 쉽지 않다. 열 압착으로 칩을 붙일 때 사용하는 마이크로솔더볼이 25㎛ 정도까지 가까워지면 녹아서 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더볼 없이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가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가더라도 열 압착 방식을 함께 쓸 것으로 보이고, 삼성전자는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메모리 반도체도 시스템 반도체처럼 궁극적으로 ASIC (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주문형 반도체)화 될까.

    “하이엔드 메모리는 HBM 같은 주문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에는 SK하이닉스의 주문형 메모리가 들어간다. 향후 출시되는 AI 디바이스,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교통), 로봇에도 주문형 메모리가 탑재될 수밖에 없다.”

    TSMC IP, 삼성의 3배 수준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의 차세대 차량용 칩 수주에 성공했다고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TSMC와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과연 삼성이 TSMC를 넘어설 수 있을까.

    “모바일 시대에는 애플 AP를 누가 생산하느냐에 따라 파운드리 기술 수준이 달라졌다. TSMC의 파운드리 기술이 삼성전자를 앞서기 시작한 것은 애플 칩을 100% 생산하면서다. 파운드리는 칩 설계를 잘하는 고객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기술이 좋아지고 IP(설계자산)도 쌓이게 된다. 현재 TSMC는 2만여 개의 IP를 소유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7000개 정도다. IP는 경쟁사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술력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모빌리티 시대다. 누가 테슬라를 잡느냐에 따라 파운드리 기술 수준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삼성이 테슬라의 차세대 칩을 생산하면서 IP 수를 늘려간다면 TSMC와 격차를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에서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량 반도체의 쇼티지(부족) 문제가 발생했지만, 테슬라는 예외였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연차에 필요한 칩은 200~300개, 전기차는 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다. 내연차에 장착되는 칩은 유럽 인피니티나 일본 르네상스 같은 업체들이 만드는 40~50㎚ 수준의 칩이 분산형으로 들어간다. 반면 테슬라 전기차에는 모바일 AP와 비슷한 고성능 칩이 중앙집중형으로 들어간다. 앞으로 차세대 차량에는 테슬라처럼 중앙집중형 고성능 칩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의 차세대 차량용 칩을 생산할 때 수혜를 받을 기업은 어디인가.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첨단 차량용 칩을 생산한다면 엄청난 서플라이체인이 생기게 된다. 일단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비즈니스가 잘될수록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칩리스 기업들의 생태계가 좋아진다. 파운드리에서 칩을 설계할 때 15~20%는 새로 설계하고 나머지는 기존 IP를 쓰는데, 이때 IP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상장사 중에는 칩스앤미디어,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설계도를 파운드리와 연결하는 분야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설계는 프로그래밍과 비슷한데, 이 반도체 설계 도면으로 레이아웃하는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업체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DSP에는 가온칩스, 코아시아, 에이디테크놀로지 같은 회사가 있다. 무엇보다 후공정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후공정 전문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업체는 대만 ASE와 미국 앰코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인데, 국내도 이런 OSAT 업체가 많아져야 한다.”

    한국 산업이 한 단계 점프할 기회로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될 때 중화학공업이 산업을 이끌었고, 2만 달러가 넘어갈 때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 있었다. 현재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만든 것은 반도체 덕분이다. 이제 4만 달러로 가야 하는데, 이때 제일 중요한 부분이 파운드리 시장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TSMC를 잡는다면 국민소득 5만 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본다.”

    향후 반도체가 국내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 보는 건가.

    “맞다. 반도체 형태가 바뀌고 있다. 기존 컴퓨터는 시스템 반도체 따로, 메모리 반도체 따로였는데 AI는 사람의 뇌를 모방한다. 반도체도 사람의 뇌처럼 프로세스와 저장을 함께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가 융합적으로 성장한다는 얘기다. 종합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유리하다.”

    8만전자는 시간문제

    지금까지는 삼성전자가 AI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모습인데.

    “맞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기였다. TSMC보다 수주도 떨어졌는데 공정 기술까지 뒤처지면서 생산 수율이 안 나왔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고객사인 퀄컴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생산 수율이 35%밖에 안 나오자 TSMC로 갔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가 TSMC의 생산 수율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또한 7월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D램 개발실장과 파운드리 개발실장 2명을 교체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원래 외부 발언을 잘안 하는 편인데, 공개적으로 HBM3P 양산 계획을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삼성전자 주가가 언제 ‘8만전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8만전자는 시간문제다. 다만 6만 원에 사 8만 원에 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최소한 2배는 되길 바라는데, 삼성전자가 전고점을 뚫고 10만전자를 돌파하려면 파운드리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 엔비디아나 AMD 칩을 의미 있게 생산해야 하고, 차세대 디바이스나 자율주행차 AP에서도 성과가 있어야 한다. 삼성 조직문화는 하드 코어다. 방향성이 정해지고 리더가 푸시하면 언제나 성과를 냈다. 그런 삼성의 DNA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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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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