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6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내견 조이와 함께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국회 대정부질문 내용이 호평을 받고 있는 데 대해 6월 16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여성 시각장애인 1호 국회의원인 김 의원은 6월 14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비방과 고성이 오가는 풍경이 더 흔한 대정부질문에서 이례적으로 여야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날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호명한 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부작용으로 장애인 학대 피해 사실이 쉽게 묻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진 마무리연설에서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성장 정도가 달라지는 물고기 ‘코이’를 소개하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26분간 점자를 손가락으로 읽어 내려가며 진행한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모두 끝나자 여야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처음 정치에 발을 들였다. 당선 직후 장애인 친화적이지 않은 국회법으로 한 차례 불편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국회법에 따라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에는 안내견 출입이 불가능했던 탓이다. 김 의원의 안내견 조이도 출입이 금지될 뻔 했으나 여야가 조이에게 ‘비례대표 0번’을 부여하는 데 한 목소리로 동의하면서 비로소 김 의원의 의정 활동이 시작됐다. 이후 김 의원은 당사자의 시각으로 장애인 관련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쳤다. 식품 포장 또는 용기에 제품명, 유통기한 등을 점자나 음성변환용 코드로 표시하도록 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요 법안이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 입성 전까지 피아니스트의 삶을 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천성 망막 색소변성증으로 시각을 잃었지만 굴하지 않고 고교 시절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았다. 2000년 장애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입학했으며, 2004년 대학 졸업 때는 명예 대통령상인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수상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유학길에 올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음대에서 피아노 연주 및 교수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외 다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2018년 평창 겨울 패럴림픽 폐막식에서도 피아노 공연을 선보였다.
김 의원은 6월 임시국회 회기동안 대표 발의한 법안들이 현실에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관련 시행령을 다듬는 등 법안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남은 회기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요 며칠 대정부질문을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사실 그 자체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을 보여준다고 느낀다. 다른 의원들에게는 그런 질문을 안 하지 않느냐”며 “다음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꾸준히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런 인식을 개선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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