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 이사장이 국내 비거주자 신분을 의도적으로 유지해 해외 은닉자금에 대한 세무조사와 과세를 피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과 관련된 의혹이 국정감사에 다시 소환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과 국세청에 조속한 사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태우 전 대통령(왼쪽)과 부인 김옥숙 여사. [동아DB]
“과세당국, 바짝 긴장하고 추적해야”
10월 16일 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한 기재위 국감에서는 “과세당국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세금 탈루 의혹을 추적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그간 감춰진 상속·증여 사실관계가 드러났다”며 “관련 탈루 혐의도 발견된 만큼 과세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관장 측 주장처럼 300억 원에 달하는 어음 형태의 비자금이 실재한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이를 상속 혹은 증여받았음에도 탈루한 것이니 과세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김 여사와 노 관장이 각각 147억 원, 5억 원을 출연해 세운 공익법인으로, 노 전 대통령 아들 재헌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은 “김 여사가 동아시아문화센터에 2016~2021년 147억 원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물려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노 이사장이 ‘비거주자’ 신분을 악용해 지능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거주자는 최근 3년 동안 국내 체류 기간이 183일이 안 되는 개인을 말한다. 이 경우 소득세를 내지 않고 해외 금융거래를 신고하지 않아도 돼 소득·자산 은닉과 탈세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박 의원은 비거주자 과세제도를 악용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해외 금융 계좌를 통해 재산을 은닉하는 사례로 노 이사장을 거론하며 국세청의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국세청·검찰, 盧 비자금 알고도 묵인”
이 같은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강민수 국세청장은 “사실관계가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3심에서 확정돼야 (국세청이) 움직일 수 있다”며 “사실관계 확정이나 부과제척기간(과세기간) 특례 같은 법적 요건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김옥숙 여사가 차명 보험료 210억 원과 관련해 국세청에 제출한 ‘확인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다. [정청래 의원실 제공]
앞서 법사위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노 관장과 노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두 사람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불출석했다.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김 여사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법사위는 10월 25일 예정된 국감에 노 관장 남매의 재출석을 요구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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