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12일 열린 세계장타대회(World Long Drive Championship)는 1976년 시작해 올해로 41회째를 맞은 유서 깊은 골프 행사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 새커빌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괴물 남성 골퍼들이 모이기로 유명하다. 올해는 조 밀러(영국)가 결승전에서 426야드(약 389m)를 날리면서 6년 만에 트로피를 탈환했다. 2015~2016 시즌 PGA투어 최장타자 J. B. 홈스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314.4야드(약 287m). 하지만 세계장타대회에 나오는 ‘역사(力士) 골퍼’는 통상 100야드는 더 날려 보낸다.
2000년부터 세계장타대회에 여성 부문이 신설되면서 괴력의 여성 출전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예선을 거쳐 출전한 여자 선수 16명이 3번의 매치를 거쳐 챔피언을 가렸다. 뉴질랜드에서 온 필리스 메티가 15mph(약 1.6km/h)의 맞바람 속에서도 310야드를 날려 우승했다. 메티는 장타 전용 드라이버 브랜드인 크랭크 포뮬러 로프트 6.5도 샤프트의 클럽을 사용했다. 상금은 1만2000달러(약 1374만 원).
세계장타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의 국적도 다양하다. 미국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출전한다. 배경도 제각각이다. 스포츠 종목에서 힘깨나 쓴다는 여성들이 명함을 내민다. 불혹을 넘긴 리사 볼스위크는 캐나다 자국 장타대회에서 7번 우승했다. 그는 캘거리대 육상선수였고, 이후 웨이트트레이너로 활동했다. 볼스위크는 여성 부문에서 350야드까지 날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골프 교습가 리사 롱볼은 2001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했다. 롱볼은 그 경험을 살려 골프 스쿨을 열고 여성에게 장타 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 스무 살인 에린 헤스는 구력 4년으로 이번에 처음 세계장타대회에 출전했다. 골프를 가르쳐준 조부가 최근 세상을 떠나자 그를 기념할 만한 일을 하고 싶어 출전했다고. 카메론대 골프부에서 2년간 활동한 그는 골프 교습가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트로이 멀린스는 4년 전 골프를 처음 시작했지만 미국 코넬대에 진학해 바이애슬론 대표 선수를 지냈다.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처음 골프 스윙을 했을 때부터 골프가 적성에 맞는다고 느낀 그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321야드를 날리며 대회 2위를 차지했다. LPGA투어 선수가 꿈인 그는 내년에는 먼데이 퀄리파잉을 통해 정규 대회에 도전할 계획이다. 여자유러피언투어(LET) 선수를 지냈고, 세계장타대회 4회 우승자인 샌드라 칼버그도 올해 대회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양한 스포츠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모여야 대회 수준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세계장타대회를 기획한 콜린 터너 디렉터는 “여성은 힘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라”면서 “비거리를 늘리는 데는 남녀의 근육 차이보다 정확한 파워스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LPGA투어 최장타자인 조애나 클래튼(프랑스)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81.3야드(약 257m)다. 하지만 정확성이 많이 떨어져 세계 랭킹은 100위권에 머문다. 세계 톱랭커인 렉시 톰프슨(미국)은 평균 278.5야드로 비거리 부문 2위고, 한국이 배출한 장타자 김세영은 271.9야드로 비거리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어쨌든 세계장타대회를 통해 비거리 300야드를 넘기는 여성도 출현한 만큼 이제 남성이 여성보다 비거리가 짧다고 주눅 들 일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