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양안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2020년까지 대만에 대한 전면 무력침공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입법원(의회)에 제출했다. 대만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2020년까지 대만을 무력침공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작전계획을 완벽히 수립할 것을 인민해방군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경우로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때, 핵무기를 보유한 외국 세력이 대만 정세에 개입할 때, 대만이 중국이 기대하는 평화통일 대화를 거부할 때 등을 상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왕훙광 전 중국군 난징군구 부사령원(부사령관)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자매지인 ‘환추시보’에 기고한 글(10월 24일자)에서 차이 총통이 중국의 선의(善意)를 거절하고 대만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인민해방군이 대만 공격을 위한 전략과 전투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전 부사령원은 해군의 대만해협 봉쇄 훈련을 강화하고 공군도 대만을 전격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대만해협 중간선 부근에서 공습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침공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하나의 중국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미 육군은 물론 해·공군력에서 대만을 압도하고 있다. 또한 수시로 대규모 병력과 각종 최신 장비를 동원해 대만 상륙 작전 훈련을 실시해왔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겨냥해 1500기에 달하는 탄도미사일과 크루즈미사일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미사일 타격 목표는 대만군 지휘소와 병력 집결지, 공군기지, 미사일 발사기지, 해군기지, 교통요지, 정치와 경제 중심지 등이다. 대만 공격의 선봉 임무를 맡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제31집단군은 최근 실전 훈련에서 최신예 미사일까지 공개했다. 9월에는 중국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 10여 대가 대만해협의 중간선 인근까지 진출하는 바람에 대만 공군 전투기 16대가 긴급 발진해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미군 전투기가 출격해 대만 공군을 지원하기도 했다.양안관계가 현재 살얼음판을 걷는 이유는 차이 총통이 중국의 압박에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10월 10일 대만 국경절인 쌍십절을 맞아 5월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국정연설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유커(중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통제하고 있다. 차이 총통 취임 이후 9월까지 5개월간 대만을 방문한 유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만4000명(22%)이나 줄었다. 중국 국경절 연휴기간(10월 1~7일) 대만을 방문한 유커는 791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만 명보다 222.7%나 감소했다.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 및 민진당 정부와 공식·비공식 대화를 모두 단절했다. 그 대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는 국민당과 교류하고 있다. 시 주석은 11월 1일 베이징을 방문한 훙슈주 대만 국민당 주석과 국공(국민당과 공산당) 수뇌회담을 열기도 했다.
현재 양안의 긴장관계는 중국이 대만에 미사일까지 발사했던 20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중국은 1996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리덩후이 전 총통의 당선을 저지하고자 대만 수도 타이베이 인근 지룽과 남부 가오슝 해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은 핵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와 니미츠호를 대만해협 인근에 배치해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차이 총통의 정치적 멘토는 리 전 총통이다.
차이 총통은 중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만의 군사력 강화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차이 총통은 8월 주민의 반대로 2년간 착공조차 하지 못했던 타이중 핑린 지역의 미사일기지를 방문했다. 이 지역 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된다면서 미사일기지 건설을 결사적으로 저지해왔다. 차이 총통은 허신순 민진당 입법위원 등 주민 대표를 직접 만나 미사일기지 설치의 당위성을 설득해 반대를 철회토록 했다. 핑린 미사일기지는 대만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구축하고 있는 5곳의 미사일 방어기지 중 하나다.
지펑계획
대만 국방부는 중국에게 열세인 해·공군력에 맞서고자 공격과 방어용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방 예산이 엄청나게 투입되는 해·공군력 강화보다 저비용-고효율 미사일 개발로 군사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는 셈이다. 대만 국방부는 10월 17일 1791억 대만달러(약 6조8000억 원)를 투입해 중국의 탄도미사일 요격용 방공망을 구축하는 이른바 ‘지펑(疾鋒)계획’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패트리엇(PAC-3) 미사일 배치지역을 기존 5곳에서 9곳으로 확대하고 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PAC-3 미사일 6개 포대를 구매해 현재 운용 중인 PAC-2 미사일 2개 포대의 성능을 개량하기로 했다. 대만군은 7월 미국 뉴멕시코 주 화이트샌즈 미사일 발사장에서 PAC-3 미사일을 직접 시험발사해 성공했다. 당시 대만군은 중국 탄도미사일로 가정해 미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PAC-3 미사일로 격추했다.
차이 총통은 또 마잉주 전임 총통 재임 시절 중단됐던 중거리 초음속미사일 슝펑(雄風)-3의 양산 프로젝트를 부활시키라고 지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천수이볜 전 총통 집권 때 6년간 136억8350만 대만달러(약 5100억 원)를 투입해 시작됐지만 마 전 총통이 중국과 평화유지를 이유로 중단했다. 대만 중산과학연구원이 제작한 슝펑-3 미사일은 최대속도가 마하 2~2.5이고 사거리는 최대 300km나 돼 대만해협을 건너 중국 본토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고 한다. 대만해협은 폭이 160km에 불과하다. 대만은 현재 슝펑-3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이는 개량 작업을 하고 있으며, 내년 중반 무렵 시험발사를 거쳐 2018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슝펑-3 미사일은 유도 장치만 바꾸면 함대함지대지지대공 미사일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슝펑-3 미사일은 중국 항공기와 함정은 물론 미사일기지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어떻게든 대만과 통일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를 바라는 중국으로선 대만의 미사일 배치 강화와 적극적인 미사일 개발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침항모’(不沈航母·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로 불리는 대만은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