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99%는 실패한다. 그 무서움을 알려주고자 책을 썼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자산 300억 원을 운용하는 ‘부자아빠’ 정재호 ㈜모든국민은주주다 대표는 모두가 장으로 몰려올 때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책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주식투자의 기술’을 낸 정 대표는 “주변 고령 투자자들이 노후 자금을 쏟아부어 2021년에는 삼성전자에, 2023년에는 이차전지에 물려 고생하는 걸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정 대표 역시 지난 4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해오며 초반 20년간 다섯 번의 파산을 경험했다. 역경을 이기고 ‘슈퍼개미’가 된 그에게 안정적으로 오래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물었다.
“무조건 한 번은 잃는다”
주식투자를 오래했는데 현 국내 증시와 비견할 만한 상황을 꼽는다면.“2003~2007년이 떠오른다. 당시 조선·철강·건설주 붐이 일고 반도체주는 소외됐다. 지금은 조선·방산 등 중공업주가 떠오르고 있다. 금융주 역시 당시와 유사하게 상승 중이다. 물론 언젠가는 조정이 온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중공업·금융주와 관련 펀드에 열심히 투자했다. 그리고 그 후 10년 넘게 조정을 받았다.”
이번 랠리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고점을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이다. 다만 그간 국내 증시가 오래 조정받기도 했고 금융시장 개혁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한동안 상승할 수 있으리라 본다. 주가는 대개 여름에 조정을 받는데, 서머 랠리가 펼쳐지고 있는 걸 보면 강세장이 지속될 것 같다.”
강세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본금이 적은 개인투자자는 결국 빚을 내 투자하게 된다. 강세장일 때 초보 투자자가 돈을 벌면 자만심이 생긴다. 자신이 주식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적은 돈을 벌어놓고, 많은 돈을 끌어와 고점에서 다시 투자한다. 그러면 결국 크게 잃는다.”
그러지 않을 방법이 있나.
“주식시장에서는 돈을 잃어봐야 배운다. 언젠가는 한 번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투자 명인들은 최소 두 번은 파산해야 투자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초보 투자자는 적은 돈으로 주식을 시작해야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주가는 내가 사고 싶을 때 고점이고, 사고 싶지 않을 때 바닥이라는 점이다. 에코프로는 1000원에 시작해 30만 원이 됐다. 1000원일 때는 사고 싶지 않고, 30만 원일 때는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겠나.”

‘부자아빠’ 정재호 ㈜모든국민은주주다 대표. 지호영 기자
주식은 기다림의 미학
다섯 번 파산해보고 느낀 것인가.“결국 투자를 망치는 것은 탐욕이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 파산할 때도 투자를 20년간 해왔을 시점이라 우량주와 가치주를 보는 눈이 있었다. 제자들이나 지인에게는 그런 주식을 사라고 해놓고는 나는 정작 테마주에 수억 원씩 레버리지를 당겨 투자했다. 그래서 망했다.”
한 번 파산하면 마음을 추스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사실 죽으려 했다. 돈이 한 푼도 없었고 앞이 캄캄했다. 그러다 친구가 삼성화재 보험 영업사원을 하면 한 달에 5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해서 그 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내 말을 듣고 주식으로 돈을 번 제자들이 보험을 많이 계약해줬다(웃음). 그러면서 책을 읽으며 욕망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투자하는 사람은 주식 관련 책뿐 아니라, 자기개발서도 많이 읽어야 한다. 워런 버핏이 데일카네기코스(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대한 교육)를 들었다고 해서 나는 3번이나 들었다. 결국은 가치투자만이 개미를 부자로 만들 수 있다.”
가치투자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어떻게 저평가된 기업을 찾나.
“간단하게 말하면 자산을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 배당을 주고, 매출이 증가하는 기업이다.”
어떤 지표를 봐야 하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적어도 7~8 이상, 10 이상이면 가장 좋다. 유보율과 배당률도 확인해야 하는 지표다. 그리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지를 봐야 한다. 또 외국인이 많이 보유한 주식일수록 유망하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집안이 부자면 좋다. 최고경영자(CEO)가 가난하면 주식으로 장난치려고 한다. 부자는 그런 짓을 잘 안 한다. 이걸 나는 우스갯소리로 ‘집구석 분석’이라고 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팜 시스템’ 투자는 뭔가.
“저평가된 기업을 농부가 씨를 뿌리듯이 아주 많이 보유하는 것이다. 투자금이 1억 원이라면 50~100개도 좋다. 그러면 우선 마음이 편하다. 일부 종목에만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때 힘들고, 주식을 장기 보유할 수도 없다. 제자들에게는 토종닭을 산에 풀어놓듯이 방치하라고 한다. 개인투자자 가운데 수익을 가장 많이 낸 사람은 매수하고 죽은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감정이 개입되면 기다리지 못하고 팔게 돼 있다.”
단타를 하면 필패하나.
“단타에는 욕망이 개입된다. 주식투자는 착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단시간에 큰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테마주’ ‘몰빵’ ‘레버리지’를 좋아하면 패가망신하게 돼 있다. 그렇게 한 번 크게 실패하고 나면 조금만 올라도 팔려는 마음이 생겨 장기 보유와는 더 멀어진다. 버핏은 석유주가 하락하는 국면인데도 최근 옥시덴털 페트롤리움 보유량을 늘렸다. 하지만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갖고 있던 저렴한 주식을 팔아 핫한 종목을 산다. 파란 날 팔고, 빨간 날 사는 것이다.”
버핏 외에도 존경하는 투자자가 있나.
“월터 슐로스와 존 템플턴이다. 두 사람의 철학을 관통하는 것은 ‘못 쓰는 주식’은 없고 많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템플턴은 외환위기 때 폭락한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아 수익을 거뒀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처럼 환란이 왔을 때 사서 오래오래 갖고 있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주식은 골짜기에 사야 한다. 그래서 항상 주식 투자금 중 10~20%는 현금으로 갖고 있으라고 조언한다.”
조선·방산 변두리 노리지 말 것
지금 같은 강세장일 때는 뭘 사야 하나.“지금도 주가가 비교적 약세인 종목이 분명 있다. 공부해서 이를 찾아야 한다. 주도주의 경우 신고가가 나오면 추가 매수하는 것이 좋다. 박스권을 돌파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나 HD현대마린엔진이 그 예다. 조선·방산 등 크게 오른 섹터에서는 많이 상승한 주도주 대신 변두리 주식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별로 권하지 않는다. 이미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운 주식이기 때문이다. 아직 상승 여력이 있는 섹터로는 바이오, 로봇, 건설이 있다.”
반도체주는 다시 부상할까.
“상향하더라도 과거처럼 큰 재미를 보진 못할 것 같다. 특히 삼성전자는 40년간 국내 증시를 주도하며 국민 500만 명이 보유한 주식이 됐다. 최근 테슬라와의 계약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장기 전망까지 좋으려면 전 고점을 뚫고 박스권을 빠져나갈 여력이 되느냐를 봐야 한다. 그 전까지는 수많은 진폭이 예상된다. 지금 투자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
근로소득자라면 월급을 주식에 얼마나 투자하는 게 좋을까.
“10% 정도로 시작하길 권한다. 일주일에 10만 원씩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해보라. 결국 중요한 부분은 복리의 마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 공부를 좀 했다고 판단되면 가치주 투자를 시작하면 된다.”
얼마나 공부해야 하나.
“일주일에 한 번 차트를 확인하고, 2주에 한 권 정도 책을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 책보다 중요한 건 주변에 투자를 잘하는 사람을 두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도 분명 주식으로 오래 수익을 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귀동냥하고 투자를 따라 하다 보면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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