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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뚫은 삼성전자, 남은 숙제는 엔비디아 

‘23조’ 단일 계약 기준 최대… 10개월여 만에 주가도 7만 원대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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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8-0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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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삼성의 거대한 신규 텍사스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다. 이 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삼성은 테슬라의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대량생산·현지 공장·낮은 가격 ‘경쟁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테슬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고객사가 됐음을 밝히면서 쓴 글이다. 삼성전자는 7월 28일 글로벌 대형 기업과 약 23조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는 밝히지 않았는데, 머스크가 직접 계약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7만 원대로 올라섰다.

    ‘7만전자’ 회복은 10개월여 만의 일이다. 지난해 9월 4일(종가 기준) 마지막으로 7만 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부진에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선두를 내주며 한때 주가가 5만 원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와의 공급계약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터닝포인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그간 3㎚(나노미터) 이하 선단 공정에서 수율 확보에 실패하며 수조 원대 적자를 내왔다. 그러다 최첨단 공정인 2㎚ 공정이 적용되는 첫 대형 고객사로 테슬라를 유치하게 된 것이다. 계약 규모 또한 단일 계약 기준 사상 최대인 165억 달러(약 22조7600만 원·표 참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2㎚ 공정 수율이 50~60%대까지 개선됐기에 이 정도 대규모 계약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한 AI6 칩은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비전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다. AI6 칩은 현재 로보택시 등 주력 사업에 적용된 AI4 칩보다 2세대 발전된 제품이다. 성능 면에서는 올 연말 양산될 AI5 칩보다 2배 이상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5 칩 연산 속도가 2500TOPS(초당 1조 회 연산) 수준이라면 AI6 칩 목표 성능은 5000~6000TOPS다. AI6 칩은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슈퍼컴퓨터 등에도 탑재돼 테슬라의 전 사업 분야를 포괄하는 핵심 연산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머스크가 자신의 X 계정에 “165억 달러는 최소 금액에 불과하고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 같은 확장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7㎚ 공정 기반의 AI4 칩을 테슬라에 공급했다. 그러나 3㎚ 공정을 사용하는 AI5 칩은 TSMC가 생산을 맡았다. 테슬라가 AI6 칩에서 다시 삼성전자 손을 잡은 데는 대량생산, 현지 공장, 낮은 가격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TSMC는 현재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라 테슬라가 원하는 만큼의 대규모 발주가 어려운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의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은 테슬라 본사와 같은 지역에 자리해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고, ‘미국 내 생산’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또 삼성전자는 통상 TSMC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납품을 진행해왔다.

    이와 관련해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머스크가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이 본인 자택에서 가까우니 직접 방문해 살피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파운드리는 아주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분야라서 외부인에게 공개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이런 요구까지 오케이 했다는 건 3㎚ 이하에서 선택받지 못한 삼성전자가 이번 수주를 따내려고 매우 절박하게 테슬라에 구애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뉴시스

    삼성전자 “HBM4 샘플 고객사에 이미 출하” 

    이제 삼성전자에 남은 숙제는 HBM에서 ‘엔비디아의 벽’을 넘어서는 것이다.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 칩 수출을 재개해 삼성전자 HBM3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차세대 블랙웰 기반 칩에 적용되는 HBM4 및 HBM4E의 공급 물꼬를 터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달리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 HBM에 대해 “설계를 새로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상 결함이 큰 HBM3E를 건너뛰고 공정을 전면 재설계한 뒤 HBM4로 직행한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7월 31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HBM4 제품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며 “내년 HBM4 수요가 본격 확대되는 적기에 공급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2023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분기 영업이익(4000억 원)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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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이슬아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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