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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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해야”

이경묵 교수 “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 통해 7년간 삼성 문화 완전히 바꿔”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7-28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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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조영철 기자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조영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며 10여 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앞서 이 회장이 올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삼성전자는 대대적 인수합병(M&A)으로 조용하지만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5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고 독일 냉난방 공조 업체 ‘플랙트그룹’을 품은 데 이어,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사들였다. 그룹 사령탑의 복귀로 삼성전자가 새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전문가’로 꼽히는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제 삼성전자에 중요한 것은 미래”라고 말한다. 사법리스크라는 전시(戰時)는 끝났지만 엄혹한 경영 여건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The Paradox of Samsung’s Rise(삼성 부상의 역설)’ 제하 논문과 국내 출간된 ‘삼성 웨이’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의 성공을 이끈 요인을 심층 분석한 경영학자다. 7월 22일 이 교수를 만나 사법리스크 해소 후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에 대해 물었다. 

    “이제 삼성전자에 중요한 것은 미래”

    올해 삼성전자가 적극적 M&A로 관심을 모았다.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업체를 고르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올해 이뤄진 M&A로 뚜렷한 신사업을 개척하거나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삼성전자는 온갖 전자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지만 결국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했다.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시장 규모가 큰 사업을 고른 것이다. 그렇게 집중한 사업 분야에서 세계 제일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큰 사업으로 키울 만한 것을 발굴해야 한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성장동력을 찾기는 어렵나.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 이기주의’와 단기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2000년 삼성전자에 ‘프로핏 셰어링(Profit Sharing·PS)’(현 OPI·초과성과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됐다. 사내 각 사업부가 이익을 많이 내면 그중 일부를 구성원들에게 보너스로 주는 게 뼈대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부들은 당장 성과를 올리는 데 노력할 뿐 신규 사업을 하려 들지 않는다. 몇 년 정도 재임하는 CEO(최고경영자)의 단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5년, 10년 후 수익이 나올 사업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장기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에 뼈아픈 부분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투자가 이뤄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부에선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삼성전자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 특유의 듀얼 소싱(dual sourcing) 전략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듀얼 소싱으로 자체 사업부와 외부 업체를 경쟁하게 하면 가격 협상 및 기술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것 아닌가.

    “문제는 외부 고객 업체가 돌아서기 쉽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를 유지하는 것이 파운드리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당장 삼성전자가 설계한 칩 ‘엑시노스’가 퀄컴 제품 정도의 성능을 내거나 큰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지 않나. 시스템LSI 사업부는 매각하거나 별도 회사로 떼어내는 편이 낫다.”

    삼성전자가 HBM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이유가 ‘수직적인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보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HBM 사업을 접자 SK하이닉스에서도 ‘1등 기업이 포기하는데 우리도 포기하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더라. 하지만 기술개발을 맡은 일선 담당자들이 토론한 끝에 계속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수직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반면, SK하이닉스는 개발 담당자들의 ‘보이스’를 많이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똑같은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에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삼성 정도 되는 규모의 기업 집단에는 그룹 본사 조직이 꼭 필요하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낼지, 새로운 사업영역을 어떻게 찾아서 진출할지 살펴야 한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둔다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에 둘 필요가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는 계열사 CEO 임면이나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같은 업무를 맡아야 한다. 계열사의 단기적 운영이나 작은 규모 투자는 각 사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그룹 컨트롤타워, 새 성장동력 발굴해야”

    현 시점에 삼성전자가 새로운 ‘삼성 웨이’를 찾아 실천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결국 책임은 이재용 회장에게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통해 삼성 문화를 완전히 바꿨듯이 이재용 회장도 그와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도 1993년 시작됐지만 완성까지 7년가량 소요됐다. 그만큼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를 하며 바꿔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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