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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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삼성전자에 기회가 오고 있다… AI 혁명 반도체 사이클 장기화”

HBM 엔비디아 퀄테스트 연내 통과 기대감… “SK하이닉스, 추가 상승 여력”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5-07-28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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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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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는 당연히 SK하이닉스를 사야 한다. 그런데 SK하이닉스에는 그런 기대감이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 만약 지금 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투자하라고 하면 삼성전자 비중을 더 늘리고 싶다. 물론 앞으로 삼성전자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AI(인공지능) 혁명이 이제 초기 단계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사이클도 장기화돼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 중”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7월 8일 ‘30만닉스’를 향해 질주하던 SK하이닉스와 ‘7만전자’를 향해 시동을 걸던 삼성전자를 비교하며 들려준 말이다. 당시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던 이 같은 분석은 며칠 후 현실이 됐다. 7월 11일 장중 30만6500원을 터치하며 ‘30만닉스’를 달성한 SK하이닉스는 7월 23일 한국거래소 종가 기준 26만9000원까지 하락한 반면, 7월 9일 6만400원에서 출발한 삼성전자는 6만6400원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그래프 참조). 

    삼성전자 주가는 7월 8일 올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이후 되살아났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한 4조6000억 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 그럼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이에 대해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반영한 뒤 오히려 실적과 주가 저점 논리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I 핵심 밸류체인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개발에서 뒤져 지난해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공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연내 HBM3E 12단 개선 제품의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와 6세대 HBM(HBM4) 제품 양산,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 등이 삼성전자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분기 내 엔비디아가 2026년 선보일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 등 AI 제품에 HBM4를 공급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AI 가속기 산업의 구매 주체들은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단일 공급망 체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삼성전자의 경쟁력 회복”이라고 분석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좋은 주식이 될 수 있다”며 “범용반도체 경쟁력 강화, 파운드리 적자 축소 등 사업 경쟁력 회복 조짐이 일부 보이고 있고, 비영업 부문에서 효율화 노력, 추가 주주환원 기대감 등을 고려하면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잇달아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7월 21일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며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종전 8만 원에서 8만9000원으로 상향했다. 같은 날 흥국증권도 삼성전자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올렸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8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 전년 대비 출하량과 매출 2배 성장 계획

    반면 2분기 매출 20조 원, 영업이익 9조 원 전망이 나오며 승승장구하던 SK하이닉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였다. 골드만삭스는 7월 17일 “내년 HBM 가격 결정권은 경쟁 심화로 제조사에서 엔비디아 등 고객사로 이동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진입과 마이크론의 생산능력 확대가 맞물려 HBM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가 HBM 가격이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고,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만에 9% 급락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주요 기술 기업의 HBM 수요가 지속되고 세계 각국이 소버린 AI 구축에 뛰어들면서 HBM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3월 일찌감치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한 데 이어 올해 내 양산 준비를 무난히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HBM3를 시작으로 2024년 HBM3E 8단·12단 양산에 연이어 성공하며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후발업체들 진입으로 점유율은 일부 축소되겠지만, 수익성 개선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AI 확산이 이끄는 반도체 사이클에서 여전히 수혜를 받을 수 있어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차 경쟁이 심화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고, 이는 이미 SK하이닉스 밸류에이션에 반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단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7월 24일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한 22조2320억 원, 영업이익이 68% 증가한 9조212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은 6조996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0%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1년 전(33%)보다 높은 41%였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제품 성능 및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출하량과 관련 매출을 1년 전보다 2배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송현종 SK하이닉스 Corporate센터 사장은 “내년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HBM 등 주요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올해 일부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성능을 가진 제품을 적시에 출시해 고객 만족과 시장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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