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는 외부 자금을 모아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전략으로 주가를 부양했다. 뉴시스
美 스트래티지 ‘빚투’로 비트코인 3% 차지
300~400원대에 머물던 SGA 주가가 상승한 것은 시가총액 절반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SGA는 7월 14일 최대주주가 SGA홀딩스에서 아시아스트래티지파트너스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이사회를 열고 약 345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외부 투자자에게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SGA 측은 “회사의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긴급한 자금 조달 내지 관련 경영상 목적 달성”을 이유로 들었다.최대주주가 된 아시아스트래티지파트너스는 웹3·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털 소라벤처스의 운영사다. 미국 비트코인 투자 전문기업 ‘스트래티지’를 참고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SGA는 9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가상자산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과 블록체인 기술 연구개발 등 신규 사업 추진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미국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사 모으며 지난해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들었다. 7월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 기준 스트래티지는 7월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비트코인 6220개를 7억3980만 달러(약 1조 원)에 추가 매집하며 비트코인 보유 개수를 60만7770개로 늘렸다. 이는 현재 채굴된 약 1990만 개 비트코인 중 3.05%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를 제외한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양을 갖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지지자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2020년 말부터 암호화폐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사 운영자금으로 매입했고, 이후에는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발행한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암호화폐 랠리와 함께 사 모은 비트코인의 현 가치는 100조 원에 육박한다. 스트래티지 주가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급등했다. 2021년 초 38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7월 23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412.67 달러로 10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약 70% 상승했다. 스트래티지 시가총액은 1159억 달러(약 158조66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외부 자금에 의존해 만기 시점에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SGA 1분기 영업손실 13억 원
스트래티지가 소위 ‘대박’을 터뜨리자 한국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환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인 비트맥스는 상반기 주가 상승률 420%를 기록해 티니핑 제작사 SAMG엔터에 이어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 진출을 선언한 아이티센글로벌(383%)도 비트맥스에 이어 상반기 상승률 3위를 기록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6월 새로운 대주주가 비트코인 매입 등 사업 전략을 밝힌 이후 3배가량 주가가 뛰었다.SGA의 이번 유상증자 역시 가상자산 분야에 진출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1997년 설립돼 200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SGA는 공공기관, 금융사, 기업 등의 통합보안솔루션 이 주력 사업이었다. 하지만 SGA는 올해 1분기 매출액 40억 원, 영업손실 1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주요 자회사인 SGA솔루션즈 역시 지난해 10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가가 치솟은 비트맥스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 신약 기업으로 출범했지만 지난해 각각 270억 원, 200억 원 영업손실을 냈다.
암호화폐 분야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나 매입만으로는 주가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더구나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돈을 벌려는 헤지펀드 수요가 크지 않은 한국은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실적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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