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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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제주를 사랑하는 또 한 가지 이유

록 마니아 들뜨게 하는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6-07-19 14: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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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만 나면 해외 항공권을 끊던 습관이 사라진 건 제주도를 알고부터다. 친구 따라 놀러갔다가 흠뻑 빠졌다. 그 후로 틈만 나면 제주 항공권을 끊는 습관이 생겼다.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웬만한 사람이 평생 갈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오갔지만 이 섬은 여전히 신비하고 낯설다. ‘육지’와는 다른, 사시사철 변하는 풍광이 그렇지만, 귀에 들어오고 눈으로 읽히는 언어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한국어인데, 도무지 어림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버스에서 제주 할머니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사람 이름 빼고는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농 반 진 반으로 제주를 ‘말이 통하는 외국’이라고 한다.

    그래서다. 제주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항공권을 끊게 된다. 글래스턴베리, 프리마베라, 서머소닉 같은 해외 페스티벌에 참가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는데 주변에서 한국말이 들리는 기분, 게다가 육지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 고즈넉하게 가져다주는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한때 여름이면 수도권에서 많은 록페스티벌이 열렸다. 제주에서도 그랬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제주에서도 정리 기간이 있었다. 이제 하나 남았다. 유명 가수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는 ‘행사’가 아닌, 진정한 록페스티벌이라 할 만한 페스티벌이. 이름하여 스테핑 스톤.

    올해로 13회, 전국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다. 제주 출신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한 시절을 살며 음악가들과 친분을 쌓았던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온 페스티벌이다. 초기에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 만사가 그렇지 않은가. 묵묵히 하다 보면 결국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냐 말이다. 스테핑 스톤이 그랬다. 햇수로 10년 넘게 나이를 먹어오면서 제주가 변했다. 한때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장소였던 그곳이, 관광객 아닌 여행자를 위한 섬이 됐다. 올레길이 생기고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정착하면서 그 섬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이 찾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만 아는 명당을 걷게 된 이들은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 모든 과정이 발아하기 전 이미 존재했던 스테핑 스톤은, 그리하여 제주 오름과 바다, 하늘과 풍경을 사랑하게 된 뮤지션들이 섭외를 기다리는 페스티벌이 됐다.

    7월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함덕해수욕장에서 열세 번째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이 열렸다. 킹스턴 루디스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이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록 밴드들의 공연은 서울에서 볼 때와 사뭇 느낌이 달랐다. 록은 자유의 상징이라는 진부한 문구가 참된 기의를 만난 듯했다. 서우봉이 바라보이는 백사장과, 태풍이 비껴간 푸르른 하늘과, 바람을 가르고 울리는 음악에 이미 취했다. 큰 컵에 고소리술 한 잔과 얼음, 탄산수를 채워 마셨다. 나도 모르게 외칠 뻔했다. “여름이다! 여름이야!” 그 외침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공연이 끝난 후 약 150명의 뮤지션과 관계자,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모여 성대한 뒤풀이를 가졌다. 이제 서울 홍대 앞에서조차 그 정도 규모의 뒤풀이는 없다. 그들 모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취하고 한라산 소주에 취해 아침을 맞았다. 음악과 함께하는 제주의 여름이, 그토록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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