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는 학생이 시험 결과로 위축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공통문항 2번은 바로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단, 교외 활동 중 학교장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활동은 포함됩니다.(1500자 이내)’
학생은 이 문항을 쓰면서 학교생활기록부 ‘7. 창의적체험활동’ 항목, 즉 동아리활동, 축제 참여 활동, 진로탐색 활동, 각종 교내 탐구대회 참가, 소규모 테마 기행 참가 등을 제재로 삼는다. 학기 초 이른바 교내 유명 동아리에 지원자가 몰리고, 새롭게 동아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특정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새 동아리를 만든 것 자체에 만족할 뿐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당장 학업성적이 향상돼야 동아리활동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까지 보탤 때면 아쉬움마저 든다. 왜냐하면 이런 태도는 동아리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회비용을 고려한 학생의 선택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역량은 단발적 경험 속에서는 성장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시간을 쓰고, 구성원끼리 마찰을 겪거나 활동 내용을 고민할 때만 ‘의미’ 있는 교내활동이 된다. 대학이 2번 항목을 통해 학생에게 듣고자 하는 것은 경험을 통한 문제의 발견과 해결이다. 시간을 쏟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하는 셈이다. 자기주도성을 드러내고자 일단 새 동아리를 만드는 학생도 있는데 단순히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동아리를 만드는 이유에는 기존 동아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활동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한다. 만약 기존 동아리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오히려 그 동아리의 구성원이 돼 활동 방향을 제시하며 참여하는 게 낫다. 기존 동아리 탐색이든, 새로운 동아리 구상이든 필요한 것은 열정을 발휘할 지속적인 시간이다.
3가지 이내 활동을 1500자로 쓰라고 하면 여전히 기억에 남는 3가지 활동을 각각 500자씩 쓰는 학생이 많다. 이때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경험한 사례 또는 문제 인식과 해결 도전 사례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 출발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작성된 교사의 관찰과 기록이다. 3년이라는 시간에서 골라낸 3가지 활동이 지원 모집단위(전공)와 관련성이 있다면 더욱 좋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5월 첫째 주까지가 중간고사 기간이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교과서와 교재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무엇보다 격려가 필요한 때다. 하루하루 시험 채점 결과만 놓고 자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다그쳐서는 안 된다. 부모의 속상한 마음이 자녀에게 전달되면 자녀는 스스로 실망감을 느끼고, ‘의미를 두고’ 활동할 시간을 더욱더 줄여나갈 고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