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업계에 새로운 신화를 썼던 한 창업가가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겨우 움트던 한국 벤처업계가 다시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의 인물은 호창성(41) 더벤처스 대표. 그는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동영상 자막 서비스업체 ‘비키’를 2013년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에 2100억 원에 매각하며 일약 한국 벤처업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2011년 국내에서 ‘빙글’이라는 관심사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창업하고 2014년에는 벤처캐피털 ‘더벤처스’를 설립했다. 벤처캐피털이란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최근에는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에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을 가리킨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 사업의 경직성을 보완하고자 정부가 아닌 민간 전문투자사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여타 정부 지원 사업과 차별된다. 정부가 전문투자사를 운영기관으로 선정하면 이 투자사는 기술창업팀 추천권을 갖게 된다. 추천한 기술창업팀을 정부가 최종적으로 선정하면 운영기관은 기술창업팀에게 멘토링 및 투자를 제공한다. 정부는 여기에 맞춰 지원금을 제공한다. 운영기관은 최장 3년간 1억 원 내외 금액을 투자하고 정부는 최대 9억 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문제는 바로 이 팁스 프로그램의 운영에서 비롯됐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서울북부지검)은 호 대표가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게 해주겠다며 벤처기업들로부터 지분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3월 더벤처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4월 4일 호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위해 14일 만기되는 호 대표의 구속기간을 연장한 상태. 검찰은 호 대표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팁스 프로그램 선정을 빌미로 벤처기업 5개사로부터 3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았으며, 허위 사업계약서로 정부보조금 20억 원을 받아줬다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은 더벤처스의 파트너 김모 씨가 2015년 10월 검찰로부터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 김씨는 벤처 관련 팟캐스트 등으로 유명해진 인물. 그가 설립한 액셀러레이터(벤처육성기업) R사는 2013년 부실 운영과 사업비 집행 및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던 액셀러레이터 지원 사업 운영기관 자격이 취소됐다. 또한 향후 5년간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 참여 제한 조치까지 받았다.
김씨는 정부 지원 보조금의 일부를 유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김씨가 회사의 대표 파트너 명칭으로 창업 기업과 접촉해왔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을 비롯해 더벤처스의 자금 흐름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더벤처스 측은 “김씨는 정부 사업(팁스 프로그램)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압수수색 영장도 더벤처스가 아닌 김씨 앞으로 발부된 것”이라고 밝히며 김씨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6개월 후 더벤처스 대표가 구속된 것.
더벤처스는 4월 6일 자사 SNS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더벤처스는 팁스 프로그램 선정을 대가로 기술창업팀에게 무상으로 지분을 요구하거나 양도받은 적이 없으며, 어디까지나 팁스 프로그램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지분을 취득했다고 항변했다.
더벤처스가 기술창업팀의 지분을 정당하게 취득했느냐가 현재 검찰의 구속 수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 투자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 금액만큼 지분을 요구하기 마련. 적절한 지분을 산정하려면 결국 해당 기업이 얼마만큼의 가치(밸류에이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이 기업이 10억 원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면 1억 원을 투자할 경우 10% 지분을 얻을 수 있겠지만, 100억 원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면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1%의 지분밖에 얻지 못한다.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어야 투자 수익이 늘어난다. 당연히 투자사 처지에서는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 들 것이다.
문제는 미래 가치가 중심이 되는 벤처기업의 가치 평가에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하다못해 수많은 분석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는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기업의 미래가치 평가는 엇갈린다. 상장기업의 현재 가치야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미래 가치는 성장가능성과 현금 흐름, 동종 업계 기업들의 평가 등등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상장도 되지 않고 5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 가치 산정이 더욱 어렵다.
벤처업계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검찰 조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가보다 낮은 지분 취득은 벤처의 기업 가치 산정의 유연성 등에 비춰볼 때 객관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이 다수 벤처인의 시각”이라며 “성공한 벤처인들이 더는 후배 양성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명예회장은 또한 “애초 정부의 취지가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현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정부를 신뢰하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벤처기업 지분 가치 산정 문제 외에도 다른 혐의가 나올 개연성이 있다. 팁스 프로그램 사업이 시행될 때부터 업계에서는 ‘운영기관이 규정상의 지분 취득 권한 외에 추가로 지분을 요구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른바 ‘이면계약’의 문제다. 명목상으로는 운영기관이 과반이 안 되는 지분을 보유하지만 주주끼리의 계약(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과반이 넘는 지분을 주도록 요구한다는 것. 실제로 호 대표보다 앞서 검찰 수사를 받은 더벤처스의 파트너 김씨는 이러한 방식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회사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육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터넷매체 ‘아웃스탠딩’이 2015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의 액셀러레이터 R사가 육성한 Q사는 서류상으로는 R사가 지분 10%만 보유하지만 김씨가 Q사의 지분 85%를 가지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꾸민 바 있다고 한다.
정부가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한계를 느끼고 시작한 팁스 프로그램은 벤처업계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그러나 한편으론 더벤처스를 둘러싼 작금의 논란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것도 사실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을 민간 운영기관이 선정하다 보니 운영기관의 권력이 과도하게 증가한 것. 앞으로 운영기관의 일탈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인물은 호창성(41) 더벤처스 대표. 그는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동영상 자막 서비스업체 ‘비키’를 2013년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에 2100억 원에 매각하며 일약 한국 벤처업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2011년 국내에서 ‘빙글’이라는 관심사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창업하고 2014년에는 벤처캐피털 ‘더벤처스’를 설립했다. 벤처캐피털이란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최근에는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쓴다)에 자금을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을 가리킨다.
창조경제 추진 사업 운영기관 선정
더벤처스는 설립 직후 중소기업청 팁스(TIPS) 프로그램의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 사업의 경직성을 보완하고자 정부가 아닌 민간 전문투자사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여타 정부 지원 사업과 차별된다. 정부가 전문투자사를 운영기관으로 선정하면 이 투자사는 기술창업팀 추천권을 갖게 된다. 추천한 기술창업팀을 정부가 최종적으로 선정하면 운영기관은 기술창업팀에게 멘토링 및 투자를 제공한다. 정부는 여기에 맞춰 지원금을 제공한다. 운영기관은 최장 3년간 1억 원 내외 금액을 투자하고 정부는 최대 9억 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문제는 바로 이 팁스 프로그램의 운영에서 비롯됐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서울북부지검)은 호 대표가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게 해주겠다며 벤처기업들로부터 지분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3월 더벤처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4월 4일 호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위해 14일 만기되는 호 대표의 구속기간을 연장한 상태. 검찰은 호 대표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팁스 프로그램 선정을 빌미로 벤처기업 5개사로부터 3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았으며, 허위 사업계약서로 정부보조금 20억 원을 받아줬다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은 더벤처스의 파트너 김모 씨가 2015년 10월 검찰로부터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 김씨는 벤처 관련 팟캐스트 등으로 유명해진 인물. 그가 설립한 액셀러레이터(벤처육성기업) R사는 2013년 부실 운영과 사업비 집행 및 관리 소홀 등의 이유로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던 액셀러레이터 지원 사업 운영기관 자격이 취소됐다. 또한 향후 5년간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 참여 제한 조치까지 받았다.
김씨는 정부 지원 보조금의 일부를 유용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김씨가 회사의 대표 파트너 명칭으로 창업 기업과 접촉해왔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을 비롯해 더벤처스의 자금 흐름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시 더벤처스 측은 “김씨는 정부 사업(팁스 프로그램)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압수수색 영장도 더벤처스가 아닌 김씨 앞으로 발부된 것”이라고 밝히며 김씨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6개월 후 더벤처스 대표가 구속된 것.
더벤처스는 4월 6일 자사 SNS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더벤처스는 팁스 프로그램 선정을 대가로 기술창업팀에게 무상으로 지분을 요구하거나 양도받은 적이 없으며, 어디까지나 팁스 프로그램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지분을 취득했다고 항변했다.
더벤처스가 기술창업팀의 지분을 정당하게 취득했느냐가 현재 검찰의 구속 수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 투자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 금액만큼 지분을 요구하기 마련. 적절한 지분을 산정하려면 결국 해당 기업이 얼마만큼의 가치(밸류에이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이 기업이 10억 원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면 1억 원을 투자할 경우 10% 지분을 얻을 수 있겠지만, 100억 원 가치가 있는 기업이라면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1%의 지분밖에 얻지 못한다.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어야 투자 수익이 늘어난다. 당연히 투자사 처지에서는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 들 것이다.
벤처 지분가치 평가, 檢 vs 운영사의 시각차
바로 이 지점에서 검찰과 더벤처스의 견해가 엇갈린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으로 볼 때 검찰은 더벤처스가 기술창업팀의 지분을 과도하게 적은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더벤처스는 팁스 프로그램 사업 규정을 준수했으며 편취했다고 알려진 50억 원은 기술창업팀의 초기 기업 가치를 과도하게 계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은 팁스 프로그램 운영기관이 취득할 수 있는 기술창업팀 주식의 한도를 40%까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더벤처스가 취득한 기술창업팀들의 지분율은 16~40%로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래 가치가 중심이 되는 벤처기업의 가치 평가에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하다못해 수많은 분석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는 상장기업에 대해서도 기업의 미래가치 평가는 엇갈린다. 상장기업의 현재 가치야 시가총액을 계산하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미래 가치는 성장가능성과 현금 흐름, 동종 업계 기업들의 평가 등등을 고려해 복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상장도 되지 않고 5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 가치 산정이 더욱 어렵다.
벤처업계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검찰 조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가보다 낮은 지분 취득은 벤처의 기업 가치 산정의 유연성 등에 비춰볼 때 객관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이 다수 벤처인의 시각”이라며 “성공한 벤처인들이 더는 후배 양성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명예회장은 또한 “애초 정부의 취지가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현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정부를 신뢰하고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나설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벤처기업 지분 가치 산정 문제 외에도 다른 혐의가 나올 개연성이 있다. 팁스 프로그램 사업이 시행될 때부터 업계에서는 ‘운영기관이 규정상의 지분 취득 권한 외에 추가로 지분을 요구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른바 ‘이면계약’의 문제다. 명목상으로는 운영기관이 과반이 안 되는 지분을 보유하지만 주주끼리의 계약(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과반이 넘는 지분을 주도록 요구한다는 것. 실제로 호 대표보다 앞서 검찰 수사를 받은 더벤처스의 파트너 김씨는 이러한 방식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회사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육성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터넷매체 ‘아웃스탠딩’이 2015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의 액셀러레이터 R사가 육성한 Q사는 서류상으로는 R사가 지분 10%만 보유하지만 김씨가 Q사의 지분 85%를 가지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꾸민 바 있다고 한다.
정부가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한계를 느끼고 시작한 팁스 프로그램은 벤처업계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그러나 한편으론 더벤처스를 둘러싼 작금의 논란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것도 사실이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기업들을 민간 운영기관이 선정하다 보니 운영기관의 권력이 과도하게 증가한 것. 앞으로 운영기관의 일탈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