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

정치

널뛰기 여론조사 민심 왜곡 주범되다

같은 조사 다른 결과, 밤사이 뒤바뀐 순위에 헷갈리는 유권자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4-11 09:08:2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 인기투표 포함)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

    현행 선거법 제108조 1항 규정에 따라 4월 13일 20대 총선 투표일 엿새 전인 7일부터 실시된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선거 막바지 민심의 급변하는 추이를 구체적인 여론조사 수치로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에 공표되지 않을 뿐 실제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는 격전지의 경우 여론조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언론보도의 행간을 잘 읽어보면 ‘두 후보 간 격차가 줄었다’거나 ‘혼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돼 공표 금지 기간의 여론 변화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투표일 엿새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이유는 선거일 직전 신뢰하기 어려운 여론조사 수치를 선거에 악용해 여론몰이로 표심을 왜곡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한 여론조사 결과 외에는 공표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수치 왜곡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 여론조사가 안고 있는 문제가 오히려 증폭된 측면이 있다. 여심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등록만 하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게 한 이후 여론조사 결과가 우후죽순 발표돼 민심 향배를 더욱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선거구에서 하루 이틀 사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를 크게 뛰어넘는 널뛰기 조사 결과도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경합하는 경기 고양갑의 여론조사 결과다. 4월 5일 MBC 조사에서는 손범규 27.7% 대 심상정 54.4%로 심 후보가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같은 날 ‘국민일보’-CBS 조사에서는 손범규 35.8% 대 심상정 35.3%로 초박빙 결과가 나왔다. 대전 서구을 역시 5일 ‘대전일보’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이재선 40.3%,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박범계 24.6%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 15.7%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루 뒤인 6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이재선 32.4%, 박범계 34.7%로 밤사이 1, 2위가 뒤바뀌었다. 경기 용인정 조사도 마찬가지. 3일 ‘서울경제’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가 37.7%로 32.0%에 그친 더민주당 표창원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틀 뒤인 5일 발표된 MBC 조사에서는 이상일 29.0%, 표창원 43.3%로 오히려 표 후보가 14.3%p 차로 크게 앞선 것으로 나왔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아무리 민심이 요동친다 해도 하루아침에 1, 2위 후보가 바뀌고 그것도 오차범위를 벗어난 조사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국민이 많다.

    여론조사 결과가 널뛰는 이유로는 적은 표본 수, 낮은 응답률, 지나친 유선전화 의존성 등이 꼽힌다. 20대 총선 기간에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는 1283건(4월 7일 기준)에 달한다. 선거구마다 평균 5번 이상 여론조사가 실시된 셈이다. 그러나 오히려 선거 여론조사가 양적으로는 크게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믿지 못할 여론조사’라는 부정적 인식이 더 커졌다. 다음 총선에서는 여야 공천 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 여론조사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대상’이 돼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