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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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불어닥친 AI 탑재 열풍

폭스바겐, 2분기부터 챗GPT 내장… 현대차 AI 챗봇 ‘챗베이커’ 개발 중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4-01-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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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바람이 불고 있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품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시대가 개막한 것처럼 자동차 업계에도 소프트웨어발(發)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개막을 복기해보면 그 시작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아닌, 컴퓨터 생산이 본업이던 애플이었다. 그렇다면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을 좌우할 소프트웨어 열풍은 누가 주도할까.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 ‘포티투닷’이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이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바탕으로 차량용 인공지능(AI) 챗봇 ‘챗베이커’를 개발 중이다. [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 ‘포티투닷’이 개발한 자율주행 차량이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바탕으로 차량용 인공지능(AI) 챗봇 ‘챗베이커’를 개발 중이다. [뉴시스]

    자동차 소프트웨어化 앞당긴 테슬라

    과거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지 못한 이유는 소프트웨어 기술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애플은 컴퓨터를 만들어 팔아 사업을 영위했지만, 본질적인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서 발휘됐다. 애플의 모든 제품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 즉 소프트웨어는 애플이 직접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HP 등 제조사가 자사 컴퓨터용 운영체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을 쓰는 것과 달리 애플은 맥 컴퓨터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모든 디지털 기기용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한다. 지금도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어떨까. 자동차 업계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품질 경쟁력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와 달리 기본 가격이 수천만 원인 데다, 평균 사용 기간도 훨씬 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살 때 그 어떤 상품보다 안전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 같은 자동차의 두뇌격인 소프트웨어를 타사에 맡길 수 없기에 주요 메이커는 소프트웨어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을 절감한 계기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등장이었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의 ‘아이폰 모멘텀’처럼 테슬라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혁신을 보여줬다. 테슬라는 ‘테슬라 소프트웨어’라는 자체 통합 OS로 자동차를 마치 한 대의 컴퓨터처럼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도록 4G LTE를 탑재해 OS 상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자체 OS 덕에 테슬라 전기차는 배터리 효율이 높고 자율주행 및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기능도 계속 추가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전통 강자들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MB.OS’, BMW ‘i드라이브’, 폭스바겐 ‘VW.OS’, 현대차그룹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독자 OS를 개발하고 있다. 자사 자동차에 최적화된 안정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해서다. 하지만 차량 제조사가 모든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핵심인 OS와 모바일 플랫폼은 자체 개발하되, 그 외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나 차량 자동 제어용 인공지능(AI)의 경우 테크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산업에 일대 혁신을 예고하고 있는 초거대 AI 물결은 자동차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폭스바겐은 올해 2분기 출시하는 차량에 생성형 AI 챗GPT를 내장할 계획이다. BMW는 아마존 AI를 탑재한 자동차를 올해부터 생산한다고 밝혔다. 혼다는 소니와 제휴해 ‘아필라’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전기차를 발표했고, 벤츠는 자사 차량용 음성 비서 MBUX에 챗GPT를 통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아마존 LLM ‘알렉사’와 연동된 BMW 자동차. [BMW 제공]

    아마존 LLM ‘알렉사’와 연동된 BMW 자동차. [BMW 제공]

    중후장대 산업도 초거대 AI 혁신 필수

    챗GPT 등장을 가능케 한 초거대 언어 모델(LLM) 기술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 높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아마존, MS, 구글 등 빅테크와 협업해 차량 내 운전자 경험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예 LLM까지 자체 개발하려는 기업도 있는데, 테슬라가 대표 주자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 ‘포티투닷’을 통해 독자 개발한 LLM을 바탕으로 ‘챗베이커’라는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초거대 AI를 위시한 정보기술(IT) 혁신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선택지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당장 관련 기술이 없다면 테크 기업과 제휴로 IT 노하우를 체득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일견 서로 다른 제품처럼 보이지만, 각종 소프트웨어가 집약돼 있고 향후 초거대 AI를 품을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소프트웨어 혁신이 앞으로 또 어떤 플랫폼과 결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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