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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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상속세율, OECD 평균의 3배

한국 50%, OECD 회원국 평균 15%… 尹 상속세 완화 시사에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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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1-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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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家) 세 모녀가 삼성전자를 포함해 계열사 지분 약 2조7000억 원을 처분한 사실이 알려졌다. 세 사람이 1월 11일 상속세 마련을 위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2조1691억 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과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가 매각 물량의 대부분인 2조1412억 원을 매수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일부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외국인이 대거 블록딜 물량을 소화한 만큼 상당 기간 매수세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상속세, 주식시장 발전 저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부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완화를 시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세 부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동아DB]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해법을 두고 상속세 완화가 제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관련 논의가 물살을 탄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된다”면서 “결국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부담으로 여기는 탓에 국내 주식시장의 만성적 저평가 양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최고 상속세율 평균은 15%로 한국(50%)에 크게 못 미친다(그래프 참조).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보다 최고 상속세율 비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55%)뿐이다. 특히 한국은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할증이 붙어 ‘최고세율 60%’가 적용되는데 이 경우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상속세율이 된다. 대한상의는 “과중한 상속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보다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도 여럿 있다. 한샘, 락앤락, 농우바이오 등은 상속세 부담을 우려해 대주주가 승계를 포기하고 해외 사모펀드에 기업을 넘겼다. 상속을 염두에 둔 대주주가 주가 상승을 부담으로 여기는 탓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한국 기업은 상속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장기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자조도 나온다. 이달 발표된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결합 이면에도 상속세 재원 마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업용 자산’에 한해서라도 상속세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사업용 자산의 경우 상속세를 과감하게 감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가업상속공제’라는 이름의 유사한 정책을 제한적으로 시행 중인데, 이를 좀 더 큰 규모의 기업 승계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해 경영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5000억 원 미만 기업의 오너가 기업을 상속할 경우 일부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에서 최대 600억 원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더는 부자 세금 아냐”

    더 나아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상속세 역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상속세제는 2000년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늘리고,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50억 원 초과’에서 ‘30억 원 초과’로 낮춘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1만2260달러(약 1630만 원)에서 2022년 3만2886달러(약 4400만 원)로 2.68배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속인 비율 역시 0.66%에서 4.53%로 증가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OECD가 펴낸 ‘OECD 국가의 상속세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은 전체 세수에서 상속·증여세 비중이 1.59%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그간 높은 상속세율이 국내 자본의 이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지난해 6월 미국 CNN이 영국 국제교류 전문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의 ‘2023 부의 이동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인 한국인 800여 명이 이민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인구 대비 부자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아 관심을 받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랜 기간 과표구간이 유지된 탓에 상속세를 더는 소수 부자만 내는 한 세금이라고 얘기할 수 없게 됐다”면서 “상속세 완화를 ‘부자 감세’로 생각해선 안 되며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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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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