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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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빙하기 끝? 다시 들썩이는 비트코인

내년 반감기 앞두고 현물 ETF 승인 기대감 상승, 과거 선물 ETF 출시 때는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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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10-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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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오랜 침체기를 딛고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오랜 침체기를 딛고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당 2000만~3000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비트코인 가격은 10월 20일 4000만 원 선을 넘은 데 이어 24일 한때 47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월 23일(현지 시간) 개당 3만 달러(약 4077만 원)를 넘어선 비트코인 가격은 26일 3만4000달러(약 462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처럼 오른 것은 테라-루나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는 데는 내년 4월로 다가온 비트코인 반감기와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반감기는 과거 강세장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대중화를 가속화하고 투자자의 관심을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르면 내년 초 현물 ETF 거래 전망

    먼저 비트코인 가격 회복을 이끈 것은 내년 4월로 다가온 비트코인 반감기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어 일정량이 유통되면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반감기는 약 4년을 주기로 도래하는데 생산량이 줄어들다 보니 과거에도 반감기가 다가오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 2009년 생성된 비트코인은 2012년, 2016년, 2020년 3번 반감기를 겪는 동안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많은 투자자가 내년 반감기에도 가격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등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분석가는 10월 23일(현지 시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DTCC 등록은 ETF를 시장에 출시하는 과정의 모든 부문”이라며 “승인이 확실하거나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서류를 제출한 것은 6월이다. 하지만 블랙록보다 앞서 출시를 시도한 자산운용사들의 신청서는 모두 반려됐다. 시세 조작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물 ETF는 실제 현물을 주고받기 전 미리 계약을 체결하는 선물 ETF와 달리 자산운용사가 상품 운용 전 판매할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채 시장을 조작하거나 현물 ETF 추종 지수를 조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SEC는 운용사가 비트코인의 이런 특성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퍼뜨려 ETF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도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SEC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암호화폐 투자회사 그레이스케일이 지난해 6월 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기면서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을 매입해 이를 증권 형태로 판매하는 현물 ETF 신청을 거부당한 바 있는데, 법원은 이와 관련해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하면서 현물 ETF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행위”라며 “그레이스케일의 (검토) 청원을 승인하고 (SEC가 내린) 명령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 판결은 SEC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확정됐고, 시장에는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현재까지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을 낸 자산운용사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10여 개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초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선물 ETF 급락 경험에 신중론 대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임박하면서 강세장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암호화폐를 취급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ETF가 공식 출범하면 투자 저변이 확대돼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관 자본 등 신규 수요를 대거 유입한다는 점에서도 호재로 꼽힌다. 미국 투자사 스카이브리지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CEO도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을 받으면 상당한 자본이 유입될 것”이라며 “1000억

    달러(약 135조9300억 원)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경우 그 규모가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직접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는 그동안 해킹이나 거래소 경영진의 횡령 같은 위험 때문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기를 꺼렸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하면 이들이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암호화폐 자산가치가 1조 달러(약 1359조2000억 원) 증가할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5만 달러(약 6796만 원)에서 7만3000달러(약 9922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1년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기대감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가 급락했던 경험 때문이다. 2021년 10월 미국 증시에 최초로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에는 상장 첫 달 12억 달러(약 1조6308억 원)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후 자금 유입이 급감한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2021년 11월 개당 6만9000달러(약 9379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듬해 11월 1만6000달러(약 2174만 원) 선까지 떨어졌다. ETF 전문가인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 소장은 “비트코인 ETF가 기존 투자자산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경우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편입이 가능할 수 있다”며 “상장 이후 추이를 지켜보고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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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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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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