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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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삼성전자 HBM3 양산 여부가 국내 반도체 시장 운명 가를 것”

이형수 대표 “AI용 반도체, 사람의 뇌 모방하는 방향으로 발전… 프로세스와 메모리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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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3-09-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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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엔비디아가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괴물 실적’을 냈다. 매출 135억1000만 달러(약 17조9000억 원), 주당순이익 2.70달러(약 3577원)를 기록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29% 늘어난 수치다. 시장의 실적 전망치 대비 매출은 10%, 순이익은 30% 이상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이 기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인공지능(AI)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량을 최대 4배까지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투자자들은 국내 반도체주 반등을 기대하지만 엔비디아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 주가도 하락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반도체 전문가인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를 만나 하반기 국내 반도체 관련주 흐름을 전망하고 투자전략을 알아봤다.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 [지호영 기자]

    이형수 HSL Partners 대표. [지호영 기자]

    엔비디아 어닝서프라이즈

    2분기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가 눈에 띄는데.

    “2분기 매출 135억1000만 달러 가운데 데이터센터 매출, 즉 AI 서버용 GPU 매출이 103억 달러(약 13조6475억 원)로 나타났다. 1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45억 달러(약 5조9600억 원)였고, 2분기 컨센서스는 8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 정도로 전망됐다. 사실 2분기 컨센서스 80억 달러도 과해 보였는데, 103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전만 해도 엔비디아 PER(주가수익비율)은 100~200배로 버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로 PER이 30배로 확 줄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증가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넘어 주가 버블 논란까지 잠재웠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엔비디아가 가장 저평가받는 시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엔비디아 실적이 점프하면서 PER이 30배로 줄었고 3·4분기 가이던스(전망치)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저평가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향후 엔비디아 실적은 TSMC가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는데, 이 부분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현재 TSMC는 AI용 칩 생산을 위한 첨단 패키징(여러 개 칩을 묶어 하나의 반도체로 작동하게 하는 공정)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캐파(생산능력)를 3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맞춰 첨단 패키징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4분기에 매달 5만 장까지 늘린다. 1분기에 매달 1만5000장 정도였던 HBM3 생산량을 약 3배로 늘리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투자금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AI 기업들로부터 선지급을 받아 적극적으로 캐파 증설에 나서는 것 같다.”

    AI 기업으로부터 선지급을 받는 경우가 있었나.

    “메모리 반도체를 돈부터 주고 생산을 기다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지금 AI 시장이 생각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돈이 많아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내년 AI 시장은 어느 정도 성장할까.

    “글로벌 투자은행 HSBC에 따르면 올해 AI 서버용 GPU 생산량은 16만 대로 전망됐지만 20만 대 정도로 상향됐고, 내년 생산량도 22만 대에서 40만 대로 상향 조정됐다. AI 서버용 GPU로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A100과 H100이 사용되며, AI 서버 대당 AI용 칩은 8개가 들어간다. 내년에 AI 서버가 총 40만 대 생산된다면 AI 서버용 GPU는 320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 올해 엔비디아가 AI 서버용 GPU H100을 50만 개가량 생산할 전망인데 내년에 150만~200만 개까지 늘리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가 선점하고 있는 HBM3 시장도 그만큼 커진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3E를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보내는 등 삼성전자를 또다시 앞서가고 있다.

    “2008년 미국 반도체 기업 AMD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HBM은 1세대, 2세대, 3세대까지 큰 수요처가 없었다. 이에 2019년 삼성전자는 HBM팀을 해체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AI 돌풍으로 엔비디아 A100과 H100이 함께 들어가는 4세대 HBM3 수요가 폭증했다. 현재까지 HBM3를 양산하는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9월 안에 HBM3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HBM3E는 어떤 제품인가.

    “5세대 HBM3E는 4세대 HBM3 용량 80GB(기가바이트)보다 70%가량 증가된 144GB 용량이다. 전송 속도도 50% 빠르다. HBM3E는 내년 2분기 생산되는 엔비디아 G200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의미 있는 성과 내야

    엔비디아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역사적인 신고가를 기록하자 국내 반도체 관련주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상반기는 AI 혁명과 메모리 사이클의 바닥이 중첩되면서 반도체주가 급등했다. 최근 들어 국내 반도체주가 조정에 들어간 주요인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생각보다 약해서다. 중국인들이 경기가 좋지 않자 스마트폰 소비를 줄인 결과다. 국내 반도체주가 다시 한 번 반등하려면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돼야 한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도 뒤늦게 HBM 시장에 뛰어들어 한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는데.

    “7월 개발실장 2명을 교체하면서 승기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9월 HBM3 양산을 공언하기도 했다. 9월 안에 삼성전자가 HBM3를 양산하느냐, 못하느냐가 국내 반도체 시장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보다 HBM3 양산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최근 삼성전자가 AMD 측에 자사 HBM3가 들어가는 첨단 패키징을 턴키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HBM3를 양산하지 못하면 이 제안이 물거품이 된다. HBM 양산이 성공해야 첨단 패키징 기술력이 증명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살아난다. 경계현 사장이 9월 안에 HBM3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삼성전자도 HBM3 양산에 목숨을 걸고 있다.”

    과연 9월 안에 삼성전자가 HBM3를 양산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다만 HBM3 양산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미세공정 수율이 높아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 5㎚ 공정 수율은 35% 정도였지만 최근 TSMC만큼 올라왔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4차원 기술이 적용되는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 양산에 돌입하면서 트랜지스터 구조 대전환에 성공했다. 3㎚ 이하 공정의 경우 TSMC가 장악한 ‘핀펫’ 트랜지스터는 한계가 있는데, 삼성전자가 GAA를 양산하면서 트랜지스터 시장에서도 한판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삼성전자와 TSMC 중 3㎚ 공정 수율은 어디가 앞서나.

    “대만 매체에 따르면 TSMC의 3㎚ 공정 수율은 55% 정도로 보이고, 삼성전자는 60%까지 올라왔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3㎚ 칩은 만들기 쉬운 비트코인 채굴용이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수율은 잡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칩을 수주해 3㎚ GAA 공정으로 만든다는 소식도 들린다. 만약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삼성 파운드리는 TSMC를 위협할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3㎚ GAA 공정 수율을 높이고, 첨단 패키징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은 천안, 온양 패키징 팹의 구형 설비를 하나마이크론에 양도하고 이곳을 첨단 패키징 설비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이 라인에서 첨단 패키징을 잘 구현한다면 삼성전자는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다. 사실 현재 3㎚ 공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첨단 패키징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향후 산업을 이끌 AI용 반도체는 사람의 뇌를 모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현재 컴퓨터는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따로 있는 ‘폰 노이만’ 구조인데, 뇌를 모방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와 메모리가 하나로 묶여야 한다. 첨단 패키징이 중요한 이유다. 첨단 패키징은 AI 효율을 높임으로써 챗GPT를 넘어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UAM(도심항공교통) 등 로봇 기술도 향상시킨다. 궁극적으로 AI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간 같은 로봇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텐데, 이때 첨단 패키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첨단 패키징에서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웨이퍼에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과 그 구멍에 구리를 채워 칩을 연결하는 본딩 기술이 핵심이다. TSV 장비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같은 회사들이 생산한다. 칩끼리 붙이는 본딩 기술은 국내 한미반도체가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들어 한미반도체는 주가가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6조 원까지 성장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미반도체 시가총액이 5000억 원일 때부터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이만한 기업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한미반도체를 직접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엔지니어가 TC본딩 장비에 들어가는 나사를 알루미늄으로 직접 만들고 있었다. 반도체 장비는 진동을 핸들링하는 게 중요한데 나사 제작을 외주업체에 맡겼더니 성능이 안 나와 직접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한미반도체가 세계가 인정하는 장비업체로 발돋움했다고 본다.”

    한미반도체 이외에 주목할 만한 본딩 장비업체가 있나.

    “네덜란드 ASMPT도 본딩 장비를 생산하지만 첨단 패키징용 TC본딩 기술은 한미반도체가 앞서 있다.”

    한미반도체 TC본딩 매출은 저조한 편인데.

    “TSMC와 삼성전자가 첨단 패키징 캐파를 3배로 증설 중이고, SK하이닉스도 HBM 캐파를 2~3배 증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반도체는 당연히 TC본딩을 대량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모빌리티 혁명 시작

    한미반도체 이외에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곳을 꼽는다면.

    “국내 반도체 소부장주는 한미반도체 주가에 키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딩 장비 안에 들어가는 소모품을 생산하는 미코와 OSAT(후공정 전문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을 주목할 만하다.”

    내년 상반기 반도체 시장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에는 AI 혁명과 모빌리티 혁명이 중첩된다. 레벨3 자율주행차는 2025년 출시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품이나 칩이 내년에 생산돼야 한다. 내년 상반기 AI 수요와 모빌리티 수요가 함께 증가하면 올해 상반기처럼 반도체주가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렇지 못하다면 주가 반등이 약할 수 있다. 이것 또한 기대보다 반등이 약하다는 것으로, 반도체주 상승세가 바뀐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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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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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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