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멤버 중 두 번째 솔로 데뷔다. 처음부터 멤버 각자의 매력과 개성이 워낙 뚜렷한 그룹이었음을 생각하면 곧 8주년을 맞는 이 그룹이 솔로 활동에는 조금 박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간 지효가 메인보컬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으며, 연습생 기간이 유난히 길었던 것으로 잘 알려진 터라 더 그렇다. 그의 첫 미니앨범 ‘ZONE’에 기대감과 반가움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틀 곡 ‘Killin’ Me Good’은 숨 가쁘게 흐른다. 멜로디의 리듬은 재빠르게 휘감기다가 뻗어나간다. 1절부터 공간을 지배하는 일그러질 듯 깊게 누르는 저역과 맛깔스러운 엇박이 섞인 리듬의 조합은 그루브로 넘실대면서 묵직하고도 날렵하게 곡의 속도감을 끌어올린다. 흐드러지는 백보컬과 함께 부분 부분 덧대진 보컬 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솔풀한 긴박감도, 구체음의 경계에서 파괴적으로 때리는 타악기 샘플도, 전자 퍼커션이 휩쓸고 가는 장면 전환도 모두 1990년대 뉴잭스윙 그대로다. K팝 유전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르라지만, 이 곡이 가리키는 것은 아이돌스러운 상큼함이 착색되기 이전 어둑하게 빛나는 그 시절이다.

이를 완성하는 건 온전히 지효 몫이다. 그를 형용할 수 있을 ‘파워보컬’이라고 하면 흔히 성량과 고음을 떠올린다. 이 곡도 구조적으로는 브리지의 마지막을 긴 고음으로 장식하는 K팝 전형을 따르는 듯하다. 하지만 사실 이 대목도 지효가 트와이스 곡에서 들려주던 것들에 비하면 딱히 고음이 아닐뿐더러, 이를 자랑하듯 뽑아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몸이 떠오르는 시간’으로 시작되는 프리코러스 부분에서 비장하게 파고 내려오는 중저음이 눈에 띈다. 지효는 파워보컬의 정의를 질문한다. 그는 유려한 표현력으로 음색의 옷을 바꿔 입어가지만 내내 힘으로 넘친다. 둔중함과 날카로운 타격감을 겹쳐 만들어내는 킥 드럼 같기도 하다. 비트 위에서 능란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한 발을 강하게 내딛어 스피커를 뚫고 뛰쳐나올 듯이 단호하고 두터운 펀치들을 날려댄다.

지효표 짜릿한 에너지 가득

누군가는 단숨에 사로잡는 훅과 롤러코스터 같은 자극의 연속을 바랄 수도 있다. ‘Killin’ Me Good’은 그런 곡은 사실 아니다. 단적으로 곡 마무리는 기승전결의 힘이 수렴하는 불꽃같은 폭발점이 아니다. 마지막 후렴에 뒤잇는 훅은 마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주고, 곡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고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넘칠 듯한 에너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꽉꽉 채워진 채 흐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R&B의 가슴에 댄스 플로어의 몸통을 붙인 뉴잭스윙 토르소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의 품격이자 미덕이다.

이것은 롤러코스터보다 저돌적으로 돌아가는 티컵이다. 지효가 아니라면 이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장악해 손잡이를 비틀어 꺾으면서 K팝 퍼포먼스로 완성해낼 인물은 흔치 않다. 기자간담회에서 지효는 발라드 곡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 이가 많았지만 “춤을 추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척 정확한 말이다. 그의 발라드 곡이 여전히 기대되지 않는 건 아님을 제외하면 말이다. ‘Killin’ Me Good’의 품위 있는 그루브와 짜릿한 에너지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지효이기 때문임이 분명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