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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으로 무게중심 옮긴 잭슨홀 미팅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금리 동결로 컨센서스가 유지됐지만, 11월 FOMC 정례회의 컨센서스는 동결(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확률 44.5%)이 아닌 인상(확률 46.7%) 쪽으로 옮겨갔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이는 향후 예정된 회의 전후로 그때그때 입수되는 지표들에 따라 수시로 인상 확률 변화가 일어나면서 금리 경로를 통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또 파월 의장이 “추세 이상의 성장이 추가 긴축을 타당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장단기 금리차로 산출한 미국 경기침체 확률은 여전히 70%대에 달하기는 한다. 또 최근 미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 나이키와 메이시스 등 소비재업체의 주가 및 실적 부진, 역사적으로 고금리 기조에서 발생하는 경제 전망의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는 4분기 이후 노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 경로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단기적 문제는 다른 지표들이 경기침체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실시간 국내총생산(GDP) 측정 도구인 ‘GDP Now’는 미국이 3분기 5%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월 중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도 향후 18개월 동안 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7월 응답률 18%→8월 응답률 31%). 이런 데이터들로 판단한다면 연말까지 ‘미국 경기둔화 및 긴축 중단’을 베이스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침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만큼 당분간 주식시장은 긴축에 민감할 때 출현하는 ‘지표 호재를 증시 악재, 지표 악재를 증시 호재(Good news is bad news, Bad news is good news)’ 국면에 재차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금리 변동성에 수시로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증시 조정의 주된 동인이던 과열 부담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은 금리 변동성이 유발하는 주가 하락 압력을 완충해줄 것이다(8월 25일 기준 개인투자자 심리지표인 불/베어 스프레드는 -3.6으로 8월 초 27.7에서 빠르게 하락).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 역시 3월(전년 대비 -25.5%)을 바닥으로 8월 말 현재(-5.4%)까지 하락폭을 축소해오고 있다는 점도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올해 미국 증시는 지난해와 달리 잭슨홀 미팅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4/f1/4c/c2/64f14cc20500d2738276.jpg)
올해 미국 증시는 지난해와 달리 잭슨홀 미팅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뉴시스]
中, 국내 증시에 제한적 영향
미국은 지표가 호조세를 보일수록 연준의 추가 긴축 정당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지만, 중국은 지표가 취약하게 나올수록 침체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고자 중국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0.1→0.05%), 기업공개(IPO) 일정 지연 및 대주주 지분 매도 규제와 같이 주식 공급 물량 축소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는 등 일련의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다만, 전날 중국 증시가 장 초반 5%대 급등한 이후 끝내 1%대 상승세에 그친 ‘전강후약’ 장세를 연출한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 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또 미국 상무장관과 중국 상무부 부장이 수출통제 정보 교환을 통한 안보 정책 오해 축소(미국 상무부), 양국 경제 및 무역관계 개선 노력(중국 상무부) 등을 논의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화해 모드보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 성격이 짙은 듯하다.
이처럼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가운데, 그래도 시장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중국발(發) 악재가 국내 증시에도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8월 17~23일 아시아 전반에 걸쳐 56억7000만 달러(약 7조5070억 원) 글로벌 주식형펀드 순매도가 발생했는데 이 중 중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전체의 약 82%인 45억7000만 달러(약 6조500억 원)인 반면, 한국에서 유출된 자금은 약 1억5000만 달러(약 1986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국 증시의 부진이 현재보다 악화하거나 내부 부동산 위기 통제 실패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급으로 격화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지양하는 편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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