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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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도 섹터를 찾아라’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몰리는 개미들

소부장 대장 한미반도체 주가 117%↑… 소부장 ETF 하루 8% 오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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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6-1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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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7일 인천 한 중견기업에서
 반도체 후공정 작업을 하고 있다. [동아DB]

    3월 17일 인천 한 중견기업에서 반도체 후공정 작업을 하고 있다. [동아DB]

    “에코프로 팔고 샀습니다. 떡상(급상승) 가즈아!”

    반도체 기업 한미반도체 네이버 종목토론방에 한 개인투자자가 6월 7일 남긴 글이다. 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횡보하면서 시장에서는 차세대 주도 섹터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열풍 최대 수혜주로 꼽히자 개인투자자들은 관련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 중에서 ‘제2 에코프로’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한미반도체 지금 들어가도 되냐”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도체 지수 37% 상승

    [자료 | 신한투자증권]

    [자료 | 신한투자증권]

    올해 상반기 글로벌 대세 섹터는 반도체 업종이 차지했다. ‘반도체 주가의 풍향계’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월 7일 기준 37.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코스닥(29.65%)보다도 상승세가 매섭다. ‘빅테크 열풍’의 중심에 있던 미국 나스닥 역시 26.84% 올랐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 증시도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6월 7일까지 28% 오르면서 코스피(16.96%) 상승세를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기간 주가가 44% 급등하기도 했다. HBM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AI 산업의 필수재로 지목된다.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는 이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로 눈을 돌린 상태다. 소부장 기업은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고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커 상승 국면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6월 7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28.39% 올랐는데, 반도체 소부장주 가운데서 이를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린 기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그래프 참조).

    올해 시장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한미반도체, 에스앤에스텍, LX세미콘 등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장비 업체 한미반도체는 6월 7일 기준 주가가 117.39% 상승하며 반도체 소부장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버블 당시 전고점(2만675원)을 20% 이상 돌파한 상태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징과 검사 등 후공정 장비를 개발해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시장에서 AI 수혜주로 분류된다. 한미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실리콘관통전극(TSV)용 TC 본더는 AI 산업의 필수재인 HBM 생산에 사용된다. 덕분에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5월에는 주가가 43%까지 오르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HBM3 생산 능력 증설에 나서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이제 보유자 영역” 목소리도

    국내 최초 반도체용 블랭크 마스크를 개발한 에스앤에스텍 역시 올해 시가총액이 2배 이상 뛰었다. 주가 상승의 비결은 ‘깜짝 실적’이다. 올해 반도체업계가 전반적으로 한파를 겪고 있지만 에스앤에스텍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4% 증가했다. 에스앤에스텍은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하는데, 이는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재료인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다. 국내 기업 중 블랭크 마스크를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에스앤에스텍뿐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이 회사에 659억 원을 투자해 8%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반도체 소부장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이제는 보유자 영역”이라며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전 대세주였던 에코프로가 4월을 기점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6월 7일 기준 한미반도체 주가는 2만5000원인데, 주요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2만 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5월 2일 ‘잠시 쉬어갈 필요’라는 제목으로 한미반도체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주가가 부진했던 반도체 소부장 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2년 연속 주가가 하락한 리노공업에 대한 강한 매수세가 대표적이다. 리노공업은 글로벌 1위 반도체 검사용 테스트 핀, 소켓 제조사다.

    리노공업은 5월 개인투자자가 가장 선호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기간 리노공업 주식을 503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코스닥 전체 순매수 3위로,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월 7일 리노공업의 외국인 보유율은 38%대까지 떨어졌다. 미·중 무역 분쟁이 한창이던 2018년 말과 유사한 수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사실상 주가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리노공업 주가가 부진한 주요 배경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이 꼽힌다. 리노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1366억 원을 기록했는데 반도체 시장이 냉각되면서 올해는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턴어라운드하는 만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노공업은) 올해 잠시 쉬어가는 시기”라면서 “3분기까지는 기저효과로 둔화가 불가피하지만 4분기 이후 다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소부장 ETF로 몰리는 개미들

    개별 기업 투자가 걱정된다면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는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4월 25일 국내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로 구성된 ‘SOL 반도체 소부장 Fn ETF’를 출시했다. 출시 한 달 만에 자금이 몰리며 순자산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ETF는 △한미반도체 △LX세미콘 △한솔케미칼 △원익IPS △솔브레인 △리노공업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으로 구성됐다. 해당 ETF는 5월 동안 9.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3.02%), 코스닥(1.67%)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이 ETF는 5월 19일 8.35% 상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 ETF 중 가장 높은 일간 수익률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곳곳에서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과 비즈니스를 함께하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을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사진 등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반도체업계 핵심 인사의 일정에 동행하는 소부장 기업 관계자들이 누구인지 눈여겨보고 해당 기업을 공부해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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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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