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본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포문은 KB국민은행이 열었다. 국민은행은 3월 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에 맞춰 “금융소비자와의 고통 분담과 상생을 위해 모든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먼저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신규 및 기한 연장 시 최대 0.5%p 인하했다(표 참조).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3%p 내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1.85%p 가산금리를 낮춰 은행권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0.3%p 인하했다. 전세자금대출 및 주담대 금리인하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에 모두 적용된다.
KB국민은행, 모든 가계대출 상품 금리인하
국민은행의 통 큰 대출금리 인하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다른 시중은행은 아직까지 “추가 금리인하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은행 돈 잔치’ 비판이 나온 이후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이미 대출상품 금리인하를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2월 21일부터 주담대 신잔액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 0.45%p 인하, 주담대 5년 변동금리 0.2%p 인하 등 거래 실적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3월 2일부터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적용 금리를 최대 1%p 인하했다. 또 서민금융상품 ‘햇살론15’ 이용차주에게 고객 대출 잔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프로그램도 1년간 운영한다. 신한은행도 3월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신규 구입자금 용도) 금융채 5년물 기준금리를 0.3%p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생활안정자금 용도) 금융채 5년물 기준금리도 0.2%p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같은 날 가계 신용대출과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에 일괄적으로 0.3%p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지역은행도 상황은 같다. 부산은행은 3월 13일부터 서민금융상품 새희망홀씨대출 금리를 1%p 내렸다.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도 최대 0.8%p, 0.85%p, 0.6%p씩 금리를 낮췄다. 4월부터는 기존 고객 중 저신용자(하위 10% 이하)를 대상으로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p 인하할 예정이다.
BNK경남은행은 지역 중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해 대출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따뜻한 금융지원’을 시행한다고 3월 14일 밝혔다.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는 주담대 최대 0.8%p 인하, 전세자금대출 최대 0.5%p 인하, 신용대출 최대 0.4%p 인하 등 가계대출 금리인하가 이뤄진다. 기존 고객의 경우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 이용 고객 중 저신용 고객(신용평점 하위 10%)을 대상으로 최대 연 0.5%p 금리 경감을 추진한다. 아울러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금리도 최대 1.0%p 내릴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이미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참여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3월 2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혼합금리를 0.22%p 인하해 연 4.2~5.2%로 낮췄다. 변동금리는 3.81%까지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3월 2일부터 전월세보증금대출 특별판매(특판), 6일부터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특판을 진행 중이다. 전월세보증금대출 특판은 연 3.42% 최저금리가 적용되고, 1조5000억 원 규모로 5월 말까지 진행된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특판 금리는 최저 연 4%로 제공되고 6월 말까지 진행된다.
금융채와 코픽스 하락, 주담대 금리 상단 5%대
다만 이처럼 많은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에 돌입했지만 기존 대출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차주는 대부분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 대출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자의 경우에는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기준금리’가 낮아져야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최근 국내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3월 21~22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시장에 선반영되며 금융채 금리가 한 달 넘게 상승 곡선을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소폭에 그치거나 보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 중이다.
3월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전날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186~6.36%로 나타났다. 3월 6일 4.54~6.46%보다 금리 하단은 0.354%p, 상단은 0.1%p 내렸다. 대다수 은행이 주담대 혼합형 상품의 준거 금리로 사용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가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진 후 연 4.28%에서 연 4.08%로 0.2%p 떨어진 영향이다.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6개월물 금리도 연 3.77%에서 연 3.688%로 0.082%p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도 하락했다. 3월 15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3%로 전달(3.8%)보다 0.27%p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9월(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코픽스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제일·한국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반영해 산정한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가 하락했다는 것은 은행권 자금 조달 비용이 줄었다는 의미로, 은행권이 향후 주담대 금리를 더 낮게 매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5%대로 하락할 예정이다. 당장 국민은행은 3월 9일 발표한 가계대출 상품 금리인하에 코픽스 하락분을 적용해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연 4.33~5.73%로 낮추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신규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연 5.39~6.39%에서 5.1~6.1%로 인하할 계획이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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