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있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청사. [뉴스1]
“옵티머스 재수사, 정관계 의혹 들여다볼 듯”
옵티머스는 당초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기에 안정적이고 이윤이 높다”며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을 통해 모집한 투자자 약 3200명으로부터 투자금 1조3500억 원을 모금했다. 실제론 투자금을 부실채권을 인수하거나 펀드를 돌려 막기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6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따른 피해 금액은 5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옵티머스 피해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약속한 옵티머스 펀드에 혹했는데, 피해자 대부분이 평범한 은퇴자나 직장인이었다”면서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 측이 위험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수익에만 집중해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9년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들에게 각각 1조5380억 원, 2612억 원 피해를 입혔다.옵티머스 사태 주범들은 앞서 진행된 검찰 수사로 법원에서 잇달아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재현 대표는 지난해 7월 14일 대법원에서 징역 40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 원이 확정됐다.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 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5억 원, 이사인 윤석호 씨는 징역 15년과 벌금 3억 원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옵티머스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칼끝이 정관계 인사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대형 금융 사기로 드러난 옵티머스 사건을 놓고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으나 기존 수사를 통해선 이렇다 할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2021년 8월 검찰은 옵티머스 수사를 1년 2개월 만에 사실상 종결하면서 정관계 인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이름이 거론된 옵티머스 내부 문건인 이른바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을 확보했으나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뭘 재수사할지는 현 수사팀만 알겠지만, 과거 수사 경험에 비춰보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정관계 인사 관련 의혹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합수단엔 2개 수사팀이 있는데, 여기에 1개 팀을 더 만들어 라임·옵티머스 등 정관계 인사가 연루된 펀드 사건 수사를 맡게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법원 판결과는 달라서 새로운 증거나 단서가 나오면 재수사가 가능하다.
옵티머스 재수사가 정관계 의혹을 정면으로 파헤칠 경우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장을 지낸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합수단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옵티머스 등 각종 사모펀드 관련 사건을 두고 “말 그대로 시장에 큰 피해를 준 사건”이라면서 “검찰 수사팀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률을 제대로 적용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 핵심은 금융사 ‘실효적 내부 통제 기준’
검찰 수사가 시동을 건 가운데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도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1월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그간 잠정 보류한 사모펀드 부실 판매 의혹에 관한 금융사 CEO 제재 심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라임,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해당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업무 일부 정지 등 기관 제재 처분을 한 바 있다. 기관 제재와 별개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금융사 CEO에 대한 문책 조치도 내렸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020년 11월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당시 사장)을 문책 경고했다. 이듬해 3월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같은 사유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금융위 심의 결과 금감원 결정대로 문책 경고 이상 제재가 확정되면 해당 CEO의 연임 및 3~5년 내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해진다.금융위의 심의 재개는 최근 대법원 판결로 제재의 법리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금감원의 문책 경고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 판결 자체는 손 회장 측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각종 펀드 판매에 대한 금융사의 내부 통제 기준 마련에 대한 기본적 법리가 확립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비슷한 사유로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1심에서 패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두 금융사 회장이 받아든 재판 결과는 상이했지만, 내부 통제 기준을 실질적으로 잘 마련했는지 여부가 펀드 관련 사건의 법원 판결 잣대로 자리 잡은 셈이다.
향후 제재 심의 일정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 측과 논의 중으로 정확한 일정이 잡히진 않았으나 2월 중에 열릴 예정”이라면서 “최근 법원 판결을 검토하면서 각 금융사의 실효적인 내부 통제 기준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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