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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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원만 있어도 파이어족 가능”

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경제적 자립 방법, 생각보다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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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2-04-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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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으로도, 부동산으로도 성공하기 힘든 시기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빨리 회사를 그만둔 이들이 증가하면서 ‘파이어(FIRE)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이라는 말도 생겼다. 최근 30대에 경제적 자립에 성공해 파이어족이 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 대학생으로서 몇십억 원 이상 자산을 일군 젊은 파이어족은 어떻게 남보다 빨리 경제적 자유를 이뤘을까. 최근 젊은 파이어족 19인의 인터뷰를 담은 책 ‘파이어’를 낸 강환국(39) 씨는 “남들보다 일찍 투자를 시작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축척하는 것이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얻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젊은 파이어족에게서 ‘파이어 4단계 법칙’을 발견했다고 한다. 강 씨도 절약과 부업, 투자로 순자산 29억 원을 모아 만 38세가 된 지난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사표를 던지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젊은 파이어족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19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파이어’를 출간한 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씨. [조영철 기자]

    경제적 자유를 이룬 19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파이어’를 출간한 퀀트 투자 전문가 강환국 씨. [조영철 기자]

    연 지출의 25배 있으면 경제적 자유 가능

    젊은 파이어족 19인에게서 찾은 ‘파이어 4단계 법칙’이 궁금하다.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들의 공통점 1단계는 파이어족이 되고자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파이어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이다. 2단계는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한다. 3단계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연봉을 올리거나 이직하고 부업, 창업을 통해 수입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4단계에서는 투자를 한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투자를 하려면 우선 종잣돈을 1억 원까지 모아야 한다. 이때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1억 원을 10억 원으로 불릴 때는 지출을 줄이고 수익은 늘리고 투자도 잘해야 한다. 10억 원 이상이 되면 투자 수익률이 모든 걸 좌지우지한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자산은 어느 정도로 보나.

    “적게는 5억 원 정도다. 싱글이라면 연 지출의 25배가량이 있으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 미국 트리니티대에서 연구한 결과, 모아놓은 자산의 4% 정도를 매년 지출하면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없이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무난한 투자, 즉 주식 50%, 채권 50%에만 투자해도 장기적으로 수익이 8~9% 나온다. 그중 절반인 4%는 쓰고 나머지는 재투자하는 것이다. 만약 월 200만 원을 쓰는 사람이라면 1년 지출액으로 2400만 원이 필요한데, 2400만 원×25는 6억 원이다. 투자수익률이 8~9%보다 좀 더 높다면 5억 원가량만 있어도 경제적 자유가 가능한 것이다.”

    월 지출은 생활비뿐 아니라 대출금, 교육비, 여가비를 모두 포함하나.

    “대출금, 월세 등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이 모두 포함된다. 사실 경제적 자유는 부자와는 차이가 있다. 경제적 자유인은 일하지 않고도 필요한 만큼의 지출을 자산으로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 연봉 4000만 원, 자산 0원인 20대 신입사원이라면 언제쯤 경제적 자유가 가능한가.

    “시나리오를 10년 은퇴로 가정해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10년 후 퇴사하고 월 지출액이 200만 원이 필요한 경우다. 은퇴까지 월 100만 원을 저축한다면 투자로 복리 수익 16% 정도를 달성해야 하고, 200만 원을 저축하면 복리 수익 12%만 내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10년 뒤 퇴사하고 월 300만 원가량 지출이 필요한 시나리오다. 은퇴까지 월 100만 원을 저축하면 투자수익률 20% 정도를 달성해야 하고, 월 200만 원을 저축한다면 연수익 14%가량이어야 한다(표 참조). 종합해보면 10년 후 은퇴하려면 투자를 상당히 잘해야 된다.”

    20년 후 은퇴를 계획한다면 저축과 투자수익률은 어떻게 달라지나.

    “은퇴하고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월 100만 원만 저축해도 투자수익률 8% 정도면 가능하다. 월 200만 원을 지출할 예정이라면 투자수익률 6%면 된다. 결론적으로 20년 후 은퇴는 무난하게 가능하다.”

    명품은 열등감의 표현

    은퇴 시나리오를 계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낙원계산기를 활용한다. 인터넷에서 낙원계산기를 검색해 보유 자산, 저축액, 은퇴 시기, 예상 투자수익률 등을 입력하면 은퇴 시 자산과 지출 가능 금액이 나온다.”

    경제적 자유를 이미 달성한 이들의 월평균 지출액이 궁금하다.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월 200만 원가량이다.”

    ‘영리치’들인데 의외로 지출액이 많지 않다.

    “심지어 4인 가족인데도 월 200만 원 정도 지출하는 이도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소비 욕구가 적은 DNA를 가진 것 같다. 지출에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행을 중요 소비로 여긴다면 여행에 지출을 많이 한다. 가장 중요한 한두 개에만 제대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가능한 한 지출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도 삶의 질이 70~80%는 유지될 수 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

    “남의 눈을 의식하면 그게 다 지출이 된다. 어떤 파이어족은 ‘명품은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으면 구입할 필요가 없어 지출이 자동으로 줄어든다. 그러려면 강한 자존감이 필요하다. 사실 명품을 사고 비싼 차를 사는 것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이지 않나. 진짜 부자는 명품에 신경 안 쓴다. 자산이 5억 원 넘어가니까 언제든 살 수 있어 오히려 안 사게 된다고 말한 이도 있다.”

    젊은 부자는 어떤 투자법으로 부를 쌓았을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건 아니지만 19인의 자산배분을 한번 계산해봤다. 부동산이 37%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주식, 암호화폐 순이었다. 절반 이상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어 놀랐다.”

    젊은 파이어족은 암호화폐 투자에도 적극적일 것 같다.

    “암호화폐로 재산을 불린 사람이 많다. 새로운 자산이 생겼을 때 소액으로 일단 참여해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소액이라 함은 총자산의 5% 미만을 뜻한다. 그 정도 돈은 잃어도 인생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잘되면 수백 배, 수천 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인터뷰한 19인의 젊은 파이어족 중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10년간 살면서 포커로 자산을 불린 ‘임가’다. 내가 제작한 이민 관련 영상을 보고 터키로 이민을 갈 정도로 독특하다(웃음).”

    도박인 포커가 투자 수단이 되나.

    “포커로 돈을 따자는 말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사실 포커도 주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둘 다 확률 게임이다. 그 확률을 마스터하면 이기는 사람이 계속 이기게 돼 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사람은 누구인가.

    “15세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 26세인 현재 20억 원가량 자산을 일군 20대다. 결론은 투자는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이다. 만약 부모라면 아이에게 빨리 투자 연습을 시킬 필요가 있다.”

    소액 투자부터 시작해라

    책을 읽다 보니 1300만 원으로 50억 원을 만든 전업투자자 ‘디피’에 시선이 갔다.

    “디피는 워런 버핏처럼 가치투자를 추구한다. 기업 직원이나 임원이 된 것처럼 모든 정보를 다 흡수해 투자한다. 투자 종목은 5~10개로 절반은 미국주식, 4분의 1은 한국주식, 나머지는 제3국 주식에 투자한다. 한 번 매수하면 3~5년간 보유하는데, 연평균수익률은 40% 정도다.”

    연 40%면 대단한 수익률이다.

    “연수익률 40%면 원금이 5년에 5.4배, 10년에 28.9배, 20년이면 836배 늘어난다.”

    부자들의 투자 마인드가 궁금하다.

    “일단 ‘투자를 했다’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사실 돈을 펑펑 쓰면서도 투자와 창업을 압도적으로 잘해 부자가 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투자를 안 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들은 입 모아 뭐가 됐든 일단 무조건 투자하라고 말한다.”

    투자 ‘똥손’도 있다.

    “사실 처음부터 어떤 투자가 자신에게 맞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소액으로 이것저것 투자해보고 안 맞는 건 빨리 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다른 하나는 새로운 투자시장에 얼리어댑터로 참여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틈새시장에는 어떤 것이 있나.

    “나는 예전에 암호화폐가 해외와 국내 거래소 가격이 달라 해외에서 사서 국내에서 팔아 수익을 내기도 했다. 디피는 ELW(Equity Linked Warrant·주식워런트증권: 자산을 미리 정한 만기에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는 증권)와 옵션 차익거래로 수익을 냈다. 두 상품이 비슷하지만 가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 이때 싼 상품을 매수하고 비싼 상품을 팔아 차익거래 수익을 챙겼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불가능한 거래다.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이런 기회가 많이 생긴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투자에 많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는 게 중요하다.”

    유동성 홍수 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투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고금리-저성장 시대에는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나.

    “고금리-저성장 등 경제 상황보다 중요한 부분은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는 것이다. 자신만의 투자법을 찾은 다음에는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언젠가 다시 유동성이 증가하는 장이 온다. 그때 연구한 투자 내공을 발휘하면 된다.”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는 길은 무궁무진하지만, 정작 시작조차 못 하는 이가 많다.

    “지금까지 수많은 파이어 시나리오를 돌려봤다. 10~20년간 월 100만~200만 원을 저축해 투자수익률 8~14%만 내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시작 전부터 포기한다. ‘나는 흙수저야’ ‘나는 월급이 적어서 안 될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말이다. 사실 계산기 한 번만 두드려도 ‘그게 아니다’라는 걸 알 수 있다. 경제적 자유는 누구나 가능하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여진 기자

    한여진 기자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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