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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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해보면 다 좋다. 말이 좀 많은 것 빼고” 윤석열式 언론 소통 통할까

국민소통 롤모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경호 완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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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4-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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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를 나눠보면 말의 지분이 5 대 1 정도 됩니다. 한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치면 윤 당선인이 50분을 말해요. ‘검찰총장 시절 한 시간 동안 간부회의를 진행하면 혼자 59분을 말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언론계 한 관계자가 4월 5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윤 당선인과 대화해보면 한 가지 빼고 다 좋다. 본인 말이 너무 많다(웃음)”며 “당선인 신분이 된 만큼 앞으로 경청을 늘리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 당선인을 잘 아는 주변 사람은 하나같이 그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책 ‘구수한 윤석열’에서 친구들은 그를 “술자리에서 2~3시간씩 ‘썰’을 푸는 수다쟁이”로 기억했다. ‘대통령 윤석열’의 소통 능력은 어떨까.

    “커피 한잔합시다”

    전직 청와대 대변인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는 저마다 자신이 몸담았던 정부의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자와 마주 앉아 웃통 벗고 대화했던 정치인”(이경재 전 대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너무 자주 춘추관을 찾아 말리는 게 일이었다”(윤승용 전 홍보수석),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운동하다 수시로 춘추관에 들렀다”(박정하 전 대변인) 등 이유도 다양했다. 이들 대통령은 기자들과 술자리도 즐겼다. 김 전 대통령은 와인을, 이 전 대통령은 막걸리를 마시며 소통했다.

    윤 당선인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 불거지자 3월 20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을 지낸 이동관 당선인 특별고문은 “검찰에서 오래 일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이 없고 소탈한 편이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장시간 질의 응답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향후에도 언론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관(신청사)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건물 1층에 기자실 마련 계획을 발표하며 ‘언론을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 꾸준히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3월 2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출입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커피 한잔합시다”라며 즉석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전위대는 강성 노조이고, 그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며 “정치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한 대선 후보 시절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소통 롤모델’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기자실에 제일 자주 가신 분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인데, 5년 임기 동안 100회 이상 가셨다고 한다. 한 달 평균 2번 정도는 하셨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이어 “가급적 기자들을 자주 만나겠다”며 “청사를 마련해서 가면 하루 구내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끓여서 같이 먹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다음 날에도 천막 기자실을 찾았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사들은 윤 당선인의 모습을 좋게 평가하면서도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를 지낸 오풍연 전 서울신문 기자는 “윤 당선인이 기자들과 차를 마시는 모습을 좋게 봤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만큼 소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기자의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고령에 취임해 기자들과 자주 어울리지 못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하루는 김 전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5L 용량의 보드카를 보내왔다. 두 정상의 사진이 병에 붙어 있는 술이었다. 청와대 식당에서 근무하는 분들에게 부탁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대통령비서실 수석들이 어울리는 파티를 열었다. (청와대에서) 공병은 보관해야 한다고 해서 돌려줬다(웃음).”

    “상대편 자극 표현 사용” 우려도

    잦은 말실수는 주의할 지점으로 지적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각종 설화(舌禍)를 겪었다. ‘정치 보복 논란’ ‘부정식품 논란’ ‘전두환 옹호 논란’ 등 내용도 다양하다. 이에 언론계와 정계에서는 “상대편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목이 몇몇 보이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지낸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서 특정한 문제적 표현만 ‘픽업’해 보도한 탓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매일 아침 상황 점검회의 내용을 보고받으면 언론브리핑을 위한 지침을 줬는데, ‘이 단어는 반드시 넣어서 브리핑을 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할 정도로 언론 감각이 탁월했다”고 윤 총장은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4월 6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제66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에 참석해 다시금 언론과 소통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언론과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서는 대통령경호처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윤 총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내부적으로 몇 번 경호처와 갈등이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기자들이 수시로 백악관에 들러 취재한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돌발적인 취재에 응하는 일도 자연스럽다. 반면 한국에서는 경호처가 대통령 관련 접촉을 엄격히 통제해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경호처가 지나치게 VIP 경호를 하면서 기자들과 접촉을 과하게 막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호처와 비서실, 대변인실은 항상 긴장관계 상태였다.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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