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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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의 새로운 세계관 보여주는 걸그룹 ‘엔믹스’

[미묘의 케이팝 내비] 판타지 속 인물 표현과 생경한 멜로디로 차별화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03-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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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P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 ‘엔믹스’. [사진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 ‘엔믹스’. [사진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의 새 걸그룹 ‘엔믹스(NMIXX)’가 데뷔곡 ‘O.O’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사내 독립 부서를 신설해 티저를 공개하며 유례없이 데뷔 음반 선주문을 진행했고, 정체도 색채도 알 수 없는 이 그룹의 음반이 6만 장이나 팔려나갔다. 발매와 함께 시장 반응도 뜨겁다. 지금까지 JYP는 개성 강한 솔로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건강하거나 과격한 록밴드까지 의외로 상당히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엔믹스는 케이팝 명가의 신작으로는 꽤나 생경하다.

    먼저 특유의 ‘세계관’이다. 티저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한데 모아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고, 그것은 ‘바다’를 통해 다층적이고 상호 모순적인 유토피아로 완성된다. 인류를 논하는 규모의 철학적 상상력이나 그러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아이돌그룹이라니!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작품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겠지만, 이것이 JYP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지금까지 JYP는 ‘팝송’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전개부와 후렴이 선사하는 낯선 매력

    역대 JYP 걸그룹이 데뷔곡을 통해 제시한 인물형은 편견 앞에 당당한 여성(미쓰에이), 콧대 높은 인기인(트와이스), 첨단 세대로서 알파걸(있지) 등이다. 모두 현실 공간에서 이례적이고 뛰어난 인물로서 아이돌을 표상하고 있다. 엔믹스는 이와 달리 본격적으로 판타지 세계에 위치해 있다.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저돌적으로 부딪치고 날아오르며 모험하는 인물들을 보여줄 뿐이다.

    멤버들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다소 온도차가 있다. 개인 클로즈업이 꽤 있고 또한 효과적이지만, 이를 다소 절제한 듯하다. 탱크나 그네를 형상화한 안무에서처럼 멤버들의 군무가 무대 소도구처럼 쓰이는 등 그룹으로서 일체감이 두드러진다. 팀 콘셉트인 판타지가 강하다 보니, 개개인보다 팀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듯한 느낌이다. 흔히 아이돌 데뷔곡은 멤버 소개가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이를 덜어냄으로써 세련된 흡인력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음악도 생경하다. 어둡고 웅장한 신스와 높은 템포의 긴박감으로 1절 전체를 채운 뒤, 낙천적인 팝록 사운드가 등장한다. 케이팝에서 이런 전개는 흔히 한 가지 스타일이 등장했다 후렴에서 장르를 바꾸는 식의 기법이다. 많은 변화를 거치더라도 늘 동일한 후렴으로 돌아옴으로써 대중음악으로서 각인효과를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O.O’는 상이한 장르로 각자가 전혀 다른 전개부와 후렴을 갖고 있어, 아예 다른 두 곡을 함께 듣게 된다. 표현의 역동성은 더 크고, 곡에 친숙해지기는 그만큼 쉽지 않은 셈이다. 케이팝의 일반적 수위보다 훨씬 과감한 선택이다.



    JYP는 스타를 모은 집합체로서 아이돌그룹과 대중적이고 달콤한 팝송에 강점을 보여온, 어찌 보면 보수적이지만 그것이 미덕인 회사다. 개인의 매력보다 중요한 팀 콘셉트나 거창한 ‘세계관’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것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일은 더욱 드물었다. ‘스트레이키즈(Stray Kids)’ 등을 통해 변화를 보여준 적은 있으나, 대중적 히트곡으로서 유려한 흐름이라는 특유의 강점에도 엔믹스는 메스를 들이댔다. JYP에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개막하는 것일까.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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