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놨다 유찰된 국보 73호 ‘금동삼존불감’. [뉴스1]
합의에 의한 상향식 투자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2년, ICO를 감행한 상당수 기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경영자가 잠적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ICO 열풍을 뒤로하고 신기술과 투자가 만난 자산시장의 슈퍼루키가 등장했다. 바로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이다. DAO는 말 그래도 특정 경영 주체의 개입 없이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운영하는 조직이다. 2016년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DAO 형태의 이더리움 프로젝트 재단을 설립해 주목받기도 했다. 당초 혁신적인 조직 운영 방식으로 조명받은 DAO가 최근 투자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DAO와 ICO의 근본적 차이는 바로 펀딩 방식. ICO의 펀딩은 기업이 투자자를 찾아 자금을 모으는 하향식이다. 반면 DAO는 특정 비즈니스를 위해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당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협업 대상을 찾아 투자금을 모으는 상향식 펀딩인 것이다. 자금 모집·운용의 투명성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당초 ICO는 백서 형태의 사업계획서를 공개해 주목받았지만 실제 사업에 관한 모든 내역을 밝히지는 않았다. DAO의 경우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자금 운용 내역이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다. 중요한 의사결정 또한 커뮤니티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다.
당초 인터넷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개인들이 위계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커뮤니티였다. FTP, 고퍼, IRC 등 초창기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들은 소소한 대화를 즐기고 다양한 자료를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정보기술(IT) 혁명의 자양분이 됐다. 인터넷 카페나 아이러브스쿨, 마이클럽,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가 명멸했다.
DAO는 인터넷 공간의 커뮤니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이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일부 사용자에게 사실상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델이다. DAO의 경우 커뮤니티 참여자에게 안정적으로 이윤을 배분하는 모델 자체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오랜 취약점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너머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탓에 지금까지 인터넷 경제활동의 리스크는 상당했다. 이제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과 디파이(De-Fi),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 등으로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데이터 저장 시스템이 자율적인 인터넷 공간의 커뮤니티에서 투명하고 개방된 금융 거래를 가능케 한 것이다.
IT 거품인가, 총아인가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 ‘금동삼존불감’ 경매 입찰을 위해 출범한 ‘국보DAO’. [국보DAO 홈페이지 캡처]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헌법 초판본이 경매에 나오자 입찰을 위한 ‘헌법DAO’가 결성돼 사흘 만에 4000만 달러(약 479억 원)가 모였다. 최종 낙찰에는 실패했지만 모금 취지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해당 DAO에 참여한 NFT 가치는 15배 가까이 뛰었다. 이외에도 골프장 인수를 위한 링크다오(LinksDAO)가 결성돼 NFT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현재 약 125억 원 자금을 확보한 상태인데, 골프장 인수에 성공하면 투자자에게 골프장 멤버십이나 이용료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DAO는 수평적이고 투명한 조직 운영을 위해 탄생했다.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비즈니스와 투자 면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DAO가 또 다른 IT 거품에 그칠지, 기술·금융 혁신을 동시에 이룰 IT 총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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