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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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아웃복서’ 李, ‘뚜벅뚜벅 인파이터’ 尹… 필체로 보는 대선 후보

“이재명·윤석열 필체 대조… 유권자 문제의식 따라 선호 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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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2-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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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셀러니’는 주요 대선 후보의 모든 것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1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을 쓰고 있다. [동아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월 1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1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을 쓰고 있다. [동아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월 14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남긴 방명록(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6월 5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남긴 방명록. [동아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월 14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남긴 방명록(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6월 5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남긴 방명록. [동아DB]

    “윤석열이 덩치는 큰데 글씨는 작고 예쁘게 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이하 윤석열)의 오랜 친구가 한 말이다. 그만의 생각이 아니다. 윤석열은 야인 시절이던 지난해 6월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방명록을 남기며 대권 도전을 본격화했다. 당시 글 내용 외에도 필체 역시 관심을 받았다. 오밀조밀한 글씨체가 윤석열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있다. “글씨는 곧 사람이다”라는 의미다. 글씨에는 정말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을까. 필적·서체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보면 일정한 경향은 관찰된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온갖 해석이 가능한 만큼, 필체에 나타난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이하 이재명)와 윤석열의 필적에는 어떤 특성이 나타날까.

    변화구 필체 李, 직구 필체 尹

    “이재명과 윤석열의 글씨체는 여러 측면에서 대조적입니다. 권투로 치면 아웃복서와 인파이터로 비유할 수 있고, 야구에 비유하자면 변화구와 직구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표1 참조)



    이동국 서울 예술의전당 수석큐레이터가 두 사람의 필체를 살펴본 후 한 말이다. 이 수석큐레이터는 예술의전당에서 서예 관련 전시를 담당하는 서체 전문가다. 그는 두 후보의 학창 시절 필체가 담긴 문서(편지·일기), 지난해 작성한 여러 방명록을 분석한 결과 “40~50여 년 시차에도 두 후보의 글씨 구조·꼴·골격·뼈대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변화했다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필체의 특징으로는 자유로움을, 윤석열 필체의 특징으로는 엄정함을 꼽았다.

    이재명의 글씨는 모양이 제각각이다. 그는 흘려 쓰는 서체인 ‘행서(行書)’ 위주의 필체를 구사한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기체 스타일이다. 글자 내에서도 자음과 모음의 위치 변화가 다채로워 읽는 이에게 자유분방한 인상을 준다. 글자의 크기 및 자간에도 변화가 심하다. 이 수석큐레이터는 “설렁설렁 달리는 모양새가 나타나는데, 경쾌한 인상을 준다. 자유분방한 글씨체”라고 분석했다. 이어 “권투에 비유하자면 아웃복서 스타일이고 야구에 비유하면 변화구 속성을 가진 필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의 글씨체에서는 반대 특징이 관찰된다. 글자를 또박또박 끊어서 정자로 쓰는 ‘해서(楷書)’의 특성이 나타난다. 특히 윤석열은 자음과 모음이 정석적인 위치에 들어가도록 글자를 쓰는 경향이 있었다. “글자 크기나 글자 간 간격에서도 변화가 적다. 보는 이에게 ‘균정하다’는 인상을 준다. 마치 중후한 필획이 뚜벅뚜벅 곧게 걸어가는 느낌”이라는 것이 이 수석큐레이터의 평가다. 그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정통파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필체 평가 나뉘어

    필체에 드러나는 특성은 두 사람의 삶에서도 일정 부분 엿보인다. 정석·원칙 중시는 윤석열의 필체와 삶 모두에서 나타난다. 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오랜 기간 회자됐다. 이후 좌천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화려하게 복귀했다. 소위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2019년 7월 16일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 윤석열에 대한 청와대 평가 역시 “권력과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이었다.

    이재명 또한 삶과 필체가 일정 부분 유사하다. 그는 여론, 민심 등을 살피며 유연한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 경우에 따라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해서도 한 발 물러섰다. 이재명은 대선 출마 선언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2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책이고 관심이 많을 뿐이지, 기본소득이 제1공약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후로도 수시로 여론을 살피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국토보유세 도입 공약에 대한 철회를 시사한 점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이재명을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재명은 “내 확신이 100% 옳은 일도 아니고, 옳은 일이라 해도 주인이 원치 않는 일을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후하고 곧은 윤석열의 필체와 경쾌하고 유연한 이재명의 필체 중 전문가들이 더 높이 평가하는 서체는 무엇일까. 주의할 지점이 있다. 또박또박 바르게 쓰는 글씨체가 바람직하고, 반대로 날려 쓰는 글씨체가 문제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시대와 상황, 가치관 등에 따라 ‘좋은 글씨’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수석큐레이터는 “이는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 너머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특정 글씨체를 두고 똑바르다, 객관적으로 잘 썼다 얘기할 수는 있다. 다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저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글씨체는 다르다. 어떤 유권자는 세상이 혼란하다고 느껴 자음과 모음이 제자리에 위치한 필체에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파고가 심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변화무쌍한 필체에 끌리는 사람도 있을 테다. 유권자 개개인이 ‘2022년 한국’을 진단했을 때 대내외적으로 처한 문제가 무엇이고, 그 처방약을 무엇으로 생각하는가에 따라 이번 대선 국면에서 선호하는 글씨체도 달라질 것이다.”

    정치인 필체의 다섯 가지 특징

     1992년 10월 27일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도무문’이란 글을 쓰고 있다(왼쪽). [동아DB]

    1992년 10월 27일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도무문’이란 글을 쓰고 있다(왼쪽). [동아DB]

    정치인 필체에서 몇몇 공통적인 특성이 관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필적학자 구본진 변호사는 이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표2 참조). 글자를 크게 쓰는 경향이 대표적 예다. 구 변호사는 “글자를 크게 쓴다는 것은 무대 기질이 있다는 의미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글씨에서도 자주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울기는 야망을, 행 간격은 고집스러운 면모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정치인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구 변호사는 역대 대통령은 모두 저마다 특성 있는 필체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정 부분 그들의 국정 철학에서도 엿보인다는 것이 구 변호사의 분석이다.

    구 변호사는 2017년 국방부 요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필적을 분석한 바 있다. 북한 도발이 이어져 남북 긴장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그는 필적 분석을 통해 김 위원장의 특징으로 △자기중심적 △두뇌 회전이 빠름 △성격이 급함 △자제력이 약함 등을 꼽았다. 이를 종합해 국방부에 “작은 도발은 하겠지만 전쟁같이 큰 돌발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자문했다.

    그가 본 역대 대통령의 필적은 어떨까. 구 변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군인 출신답게 군더더기가 없고 담백한 글씨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얼핏 보면 굳센 듯하나, 자세히 보면 부드러움이 굳셈을 가리고 있다. 어깨 힘이 붓끝에 완전히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하고 반듯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지만 알려진 것보다 인간적인 부드러움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두고는 “통이 큰 면모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구 변호사는 “김 전 대통령이 즐겨 쓴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문구가 그의 글씨체 성향도 말해준다”고 지적한다. “여백을 거의 두지 않고 굵은 글씨체로 종이 전체를 가득 메우며 글씨를 쓴다”면서 “글씨를 쓰는 속도도 매우 빠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성격”라고 분석했다. 금융실명제 실시, 군 사조직 하나회 척결 등에서 엿보이는 대담한 행보가 필체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필체에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1997년 11월 마이클 잭슨(왼쪽 두 번째)이 방한했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천애인’이란 글을 써 보여주고 있다. [동아DB]

    1997년 11월 마이클 잭슨(왼쪽 두 번째)이 방한했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천애인’이란 글을 써 보여주고 있다. [동아DB]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 변호사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문구를 사랑한 김 전 대통령은 근래 대통령 중 가장 나은 서예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씨 형태가 정사각형에서 멀고 상당히 유연한 것으로 볼 때 사회성이나 대중성이 있고, 지략이 뛰어난 인물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일부 특징을 토대로 성급히 필체 분석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부연했다. 필체에서 긍정적 가치를 찾고, 삶에서 이를 실현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 수석큐레이터 역시 “인물 간 서체 비교 등이 과하면 비약으로 흐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면서도 “글씨는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인 만큼 성정과 기질이 일정 부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필체에 담긴 긍정적 가치를 유념하면서 이에 부응하고 유권자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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